8월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에도 저평가 상태 지속불황에 그룹 순손실 확대…재무건전성 확보 필요성사업 자회사 고정비 등 부담…주주환원과 균형찾기 전망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철근산업 침체 심화에 재무건전성과 주주환원 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KISCO홀딩스(001940)(이하 키스코홀딩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에도 불구하고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추가 자사주 매입이 진행 중이고, 그 결과 현금성 자산 감소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키스코홀딩스가 축적한 현금성 자산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에 현금성 자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재무 건전성은 안정적이다. 다만,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불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저하될 우려도 커진다.
(사진=한국철강)
신규 자사주 신탁계약...주주환원 확대 지속
25일 업계에 따르면 키스코홀딩스는 지난 20일 NH투자증권과 1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키스코홀딩스 측은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해당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으로 확보한 자사주는 소각될 가능성이 높다. 키스코홀딩스는 과거 두 차례의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통해 확보한 자사주를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전량 소각한 전례가 있고, 소액주주 측이 현재 저평가 문제 해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스코홀딩스는 과거 신탁계약으로 확보한 자사주 266만6262주를 전량 소각했다.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키스코홀딩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감소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철근 산업 침체에 따라 그룹 전반에 순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자사주 매입 비용도 지출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키스코홀딩스의 자회사
한국철강(104700)도 1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그룹이 자사주 매입에 지출하는 금액은 300억원에 달한다.
키스코홀딩스는 철근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 중이다. 다만, 기업 가치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다. 저평가는 지주사뿐 아니라 자회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6월 말 키스코홀딩스 별도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65배, 자회사 한국철강은 0.43배를 기록했다. PBR은 자본총계 대비 시가총액 비율로 1배 이하라면 회사 실제 가치 대비 시장 평가 가치가 낮다고 평가된다. 저평가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회사 측은 주주 의견을 반영해 지속적인 저평가 문제 해소 방안을 내놓는 등 추가 자금 지출이 예상된다.
동시에 키스코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순손실로 전환했다. 철근 수요 감소로 인해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영향이다. 순손실 발생에 주주환원 자금 지출이 겹치며 키스코홀딩스의 현금성 자산 감소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순손실 철근사업…유동성 감소 속도 증가
올해 상반기 키스코홀딩스 연결기준 매출은 4022억원, 영업손실 223억원, 순손실 7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손실로 전환됐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근산업의 불황이 여타 철강품목에 비해 더 심하다. 수출이 어렵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짜기 어려운 까닭에 건설산업의 영향력을 절대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철근업계는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금 지출을 최소화하는 등 불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다만, 키스코홀딩스의 현금성 자산 감소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키스코홀딩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7659억원이다. 동종업체와 비교했을 때 유동성 사정은 우수한 편이지만, 감소속도를 봤을 때는 우려가 커진다. 2023년 1조263억원에 달했던 현금성 자산 규모가 1년 반 사이에 25%가량 감소했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로 재무활동에 따른 현금흐름 유출이 확대됐고, 이는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입 효과에도 불구하고 전체 유동성 감소로 이어졌다.
빠른 현금성 자산 감소 속도에도 불구하고 재무 상태는 안정적이다. 올해 상반기 키스코홀딩스와 산하 자회사가 갚아야 할 차입금은 108억원에 불과하다.
다만, 침체가 언제 끝날 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현금성 자산이 현재 속도로 유출될 경우 불황에 대비하기 어려워질 우려가 커진다. 현재 키스코홀딩스 배당수입의 핵심인 한국철강은 가동률이 57%까지 떨어지며 현금 자산을 소진하며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키스코홀딩스는 역시 지난 7월 주주서한에서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내실 다지기를 최우선 과제라 밝히며 재무건전성 유지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키스코홀딩스 측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등을 고려해 주주환원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키스코홀딩스 측은 <IB토마토>에 “철근 등 철강산업 침체 등 업황이 좋지 않지만 회사 재무 상황 등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주주환원 방법을 이어갈 계획”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