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주주, 자발적 엑시트 선택비전펀드 등 해외 투자 철회…이스톤PE로 거래 전환방 의장 1900억원 논란, 대부분 미국 진출 자금에 투입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방시혁
하이브(352820) 의장이 기존 주주를 속여 지인에게만 투자 기회를 제공했다는 '측근 펀드' 의혹이 제기됐지만, 실제 배경은 글로벌 투자 유치 실패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주를 매각했던 LB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투자사들이 스스로 엑시트(투자 회수)를 원했고, 결과적으로는 수익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방 의장이 기업공개(IPO)보다는 미국 진출에 집중했던 정황도 드러나면서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기존 투자자 기망 vs 글로벌 투자 유치 무산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방 의장은 최근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 레전드캐피탈, 알펜루트자산운용 등 기존 주주에게 하이브(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 계획이 없다고 알려 측근에게 구주를 넘기도록 유도했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실제 기존 주주는 먼저 각자 사정에 따라 자발적으로 엑시트(투자회수)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LB인베스트먼트 등은 2019년 펀드 만기일이 다가오자 하이브에 지분 매각 의사를 밝혔고, 이에 하이브는 해외 투자자 등 이들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또 다른 투자자를 모집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외 투자자 모집이 불발되면서 이들 주식이 김중동 전 하이브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결성한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PE) 등에 넘어간 것이다.
실제 구체적 취재에 따르면 기존 주주와 사모펀드 간 주식 거래가 이뤄졌던 2019년 11월에는 하이브가 IPO보다 글로벌 투자 유치에 힘썼던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소프트뱅크가 만든 ‘비전펀드’에 제안해 1조원을 투자 받을 예정이었다. 실제로 당시 미국계 사모펀드(PEF) 두 곳과 일본계 PEF 등 해외 기관투자자 세 곳은 구주 인수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비전펀드는 투자 적격성을 확인하기 위한 내부 실사까지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자 의사를 밝혔던 해외 투자자들이 돌연 투자를 취소하며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2019년까지만 해도 방탄소년단(BTS)의 큰 파급력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멤버들의 병역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BTS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원 지적재산권(IP)’ 리스크에 직면했다.
당시 빅히트 시장 밸류도 다소 높게 책정되면서 투자심리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2019년 기준 엔터산업 대장주로 꼽히던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 시가총액은 9015억원에 머물러 있었다. 빅히트 구주 인수딜은 1조2000억원 선이 거론되면서 BTS 덕에 주가에 다소 거품이 꼈다는 중론도 나왔다.
결국 해외 기관들이 투자 철회를 결정하면서 LB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11월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지분을 일부 매각했고, 이스톤PE 2호 펀드가 2019년 11월 나머지 지분을 인수했다. 이스톤PE는 김중동 전 하이브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결성한 것으로 알려져 ‘측근 펀드’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새 투자자를 찾기 어려웠던 시점에 김 전 CIO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이들은 당시 구주를 매각하는 ‘세컨더리 딜’을 통해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원금 65억원 대비 17.7배에 달하는 1151억원에 지분을 매각했다. 레전드캐피탈은 보유 지분 10% 중 3.9%가량만 미리 매각했고, 나머지 지분 6.2%는 남겼다가 2020년 10월 하이브 IPO 시점까지 보유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라임사태로 1년 7개월 만에 하이브 지분을 팔아 500억~600억원 가량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하이브의 상장 계획이 기존 투자자 구주 매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방 의장이 기존 하이브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속였다’고 했다가, ‘마치 상장이 지연될 것처럼 기존 주주들을 기망했다’라고 표현을 정정하기도 했다.
한편, 하이브는 이후로 2020년 8월 발매한 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빌보드 핫100 1위에 연속 3주를 기록하면서 또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게 됐고, 같은 해 10월 상장했다.
1900억원 부당이득 논란…'비밀 계약' 아닌 업계 관행
또 다른 쟁점은 방 의장이 주주간 계약을 통해 약 1900억원을 부당 취득했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해당 계약은 업계에서 통용되는 구조였다는 설명이 나온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투자 당시 2023년까지 IPO가 무산되면 원금에 연 7% 이자를 더해 상환하는 풋옵션을 설정했다. 방 의장은 이를 회사가 떠안으면 재무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보고 풋옵션을 자신이 인수했다. 그 대가로 투자자 측은 매각 차익의 30%를 받는 이익배분약정(언아웃)을 방 의장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계약은 펀드에 투자한 유한책임투자자(LP)를 비롯해 투자제안서(IM)를 받은 다수 시장 관계자에게 전달됐고, 이스톤PE도 같은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 의장은 배분 받은 금액을 대부분 미국 진출 자금으로 사용했다. 배분 받은 4000억원 중 2100억원은 세금으로 납부해 최종 1900억원을 수령했다. 2021년 4월 하이브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4456억원을 조달했다. 청약 대상자는 하이브 구주주로 당시 하이브의 최대주주로 지분 34.74%를 보유하고 있던 방 의장은 1500억원 가량을 유상증자에 납부했다. 하이브는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포함해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이타카 홀딩스를 1조1800억원에 인수했다. 남은 350억원 가량은 미국 현지 사업 지원을 위한 부동산 매입에 투입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 질문에 "풋옵션 조항의 반대급부로 이익배분약정 조항을 넣는 것은 방 의장의 계약이 처음도 아니고, 지금도 업계에서 자주 쓰이는 거래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