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LFP 시장 도전하지만…수익성 제고 '의문'
고부가 하이니켈 한계 넘어 LFP로 포트폴리오 확대
탈중국 공급망 수요 선점 전략…투자·가격경쟁 부담 여전
공개 2025-07-1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5일 11:2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엘앤에프(066970)가 국내 이차전지 업계 침체 분위기 속에서도 과감히 중저가 LFP(리튬인산철) 양극활물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이니켈 중심의 고부가가치 제품군에만 의존하지 않고, 중저가 제품을 추가해 고객사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LFP 시장을 이미 선점한 중국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초기 대규모 투자 부담 등으로 단기간 내 수익성 확보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엘앤에프 대구 구지 3공장 전경. (사진=엘앤에프)
 
LFP 사업 신규법인에 2천억원 출자 결정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LFP 사업을 위한 신규 법인 ‘엘앤에프엘에프피(가칭)’ 설립과 신설 법인에 대한 2000억원 규모 출자를 의결했다. 이 법인은 총 3365억원을 투자해 연간 최대 6만톤 규모의 LFP 양극재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출자가 완료되면 엘앤에프가 해당 법인의 지분을 100% 보유하게 된다. 회사 측은 빠르면 내년 3분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이미 구지 3공장 인근 부지 매입에도 착수한 상태다.
 
엘앤에프에 따르면 회사가 LFP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최근 국내외 배터리업계에서 LFP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저가 전기차(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에 LFP 채택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특히 최근 고객사들로부터 탈중국 소재 수급 문의가 급증하고 있어 이를 대응하기 위한 투자를 결정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실제로 엘앤에프는 지난 11일 SK온과 북미 ESS용 배터리에 LFP 양극재를 공급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 5월 국내 주요 배터리셀 기업과도 LFP 공급 MOU를 맺으며 시장 확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병희 엘앤에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과의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향후 수요를 면밀히 검토해 중장기 공급계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엘앤에프는 현재 파일럿 라인을 통해 일부 제품을 고객사에 납품하며 최종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실제 글로벌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는 ‘탈중국’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중국산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면서 중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LFP 소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엘앤에프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비중국산 LFP 공급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운다는 계획이다. 류승헌 엘앤에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이 선점한 시장에 대한 도전이지만, 당사의 제품 경쟁력과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업체가 주도권 확보수익성 '불투명'
 
다만 시장에서는 엘앤에프의 이번 투자가 수익성 확보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LFP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과 가격경쟁력 모두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ATL, BYD 등 중국 업체들은 이미 대규모 설비 투자와 장기간 노하우를 통해 가격을 크게 낮춘 상태다. 국내 업체들이 후발 주자로 진입하는 점, 그리고 초기 대규모 투자비와 연구개발 비용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수익성을 제고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내 경쟁사들도 LFP 양극재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003670)은 상대적으로 재활용성과 에너지 밀도가 높은 LMR(리튬망간리치) 양극재 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LFP도 기술 개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연내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은 아직 LFP 대규모 투자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파일럿 라인을 연간 3000톤 규모로 운영 중이며 올해 하반기에는 5000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의 LFP 진출 자체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당분간은 치열한 가격 경쟁과 높은 투자 부담으로 인해 이익 기여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엘앤에프가 이번 신규 법인 설립에 투입하는 금액은 총 3365억원 규모에 달하며, 이 중 엘앤에프 자체 출자금만 2000억원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투자 리스크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엘앤에프는 고부가가치 하이니켈 양극재 사업과 더불어 중저가 LFP 제품을 추가함으로써 제품군을 넓혀 고객사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의 수요를 선제적으로 잡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IB토마토>는 LFP 사업을 위한 신규 법인 설립으로 LFP를 양산하는 게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을지, 되려 막대한 자금만 투입해 설비를 갖춰놓고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는 것 아닌지 등에 대해 질의하려고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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