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옥죄기)②'규제 블라인드' 벗는다…국회 입법 시동
미국·EU 등 해외 사례 참고해 규제안 논의 중
사적계약 간섭 '논란'…국회 차원에서 검토
공개 2025-07-1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15일 15:5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새 정부 출범과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PEF)에 대한 규제 논의가 다시금 본격화되고 있다. 책임투자와 사회적 가치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 속에 출자 요건 강화 방안이 추진되는 한편, 투자 자율성 위축과 법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국내 주요 LP의 출자 기준과 사모펀드 규제 논의의 흐름, 관련 사례 등을 통해 이번 변화가 투자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최근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과 홈플러스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사모펀드 규제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관련 입법이나 금융당국 규제가 미비하다는 평가와 함께 업계 일각에선 사모펀드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해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국회 차원에서 진행되는 정책 입안자들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사모펀드 규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진=금융감독원)
 
미국·EU 등 사모펀드 관리감독 강화 추세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방안 중 하나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과 유동성 관리를 위한 분기별 보고체계다. 이는 2023년부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시행한 규칙으로, 비상 상황 발생 시 대형 헤지펀드, 사모펀드 운용사 등이 금융당국에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사모펀드는 ▲GP 교체 ▲투자 종료 ▲펀드 해산 요청 ▲핵심 운용 인력의 부재나 해임 등의 경우 금융당국에 분기별로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동성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보고 규칙으로는 분기별로 ▲일일·주간 유동성 비율 ▲순자산가치(NAV) 안정화 전략 ▲환매 구조 및 유동성 압박 시나리오 ▲포트폴리오 구성 ▲만기별 자산 분포 등이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해당 내용을 미국 SEC에 비공개 보고서로 제출하고,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이를 통해 시스템 리스크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사전에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나아가 SEC는 올해부터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펀드 구조 ▲디지털 자산 보유 여부 ▲투자자 유출입 내역 ▲수수료 구조 등을 연도별로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보고의 질적인 면을 확대해 사모펀드 시장 전반적인 구조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외에도 미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운용의 불투명성과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사모펀드를 상대로 ‘사모펀드 운용사 규칙’ 도입을 시도했다. 앞서 사전 대응을 위한 보고체계가 SEC에 대한 비공개 보고로 진행됐다면, 이 규칙은 공시를 통해 정보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사모펀드 운용사 규칙 주요 내용은 ▲분기 보고서 제출 ▲연간 외부 감사 등이다. 이는 일반적인 상장사들의 공시 의무와 일부 동일하다. 다만 내부수익률(IRR) 등 사모펀드 성과와 수수료, 비용, 운용사 보상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펀드 이익 분할·전환 등 구조조정에 대한 공정성 평가도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사모펀드 업계는 자율성을 지나치게 해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가 사모펀드 손을 들어주면서 해당 규칙은 전면 무효화됐다. 사적 계약 관계에 대한 개입이 지나치다는 것이 판결 요지였다.
 
한편 유럽연합(EU)은 투자자 공시 항목 확대를 통해 사모펀드를 규제하고 있다. EU는 대체투자펀드운용자지침(AIFMD)을 중심으로 운용 전 과정에 걸쳐 금융당국이 개입하고 있다. EU는 등록제로 운영되는 한국과 달리 인가제로 일정한 자본 요건도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IFMD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투자 전략 ▲레버리지 사용 여부 및 규모 ▲수수료 구조 등을 금융당국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정기 보고해야 한다. 사전에 점검 기능을 확보함에 따라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억제한다는 것이 EU 정책적 기조인 셈이다.
 
업계 “관리감독 수준 비슷”…재산매각·배당 제한 가능성
 
국내에선 사모펀드가 IRR나 수수료 구조, 레버리지 사용 여부 등을 금융당국에 정기적으로 직접 보고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진 않다. 다만 이 같은 규제 방안에 국내 사모펀드 업계의 반응은 LP 등 주요 출자자들에 대한 보고를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되고 있어 사실상 금융당국 레이더망 안에 이미 들어와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IRR나 수수료 구조의 경우 국내 사모펀드는 금융위나 금감원에 보고할 의무는 없지만, 국민연금 등 LP에 대한 보고가 이뤄지고 있으며 표준 약관이나 약정서에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 사모펀드 업계 중론이다. 
 
나아가 운용자산 현황이나 펀드 규모, 출자자 정보도 금융당국에 분기별로 운용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운용인력이 변경되거나 자산 매각 등 금융당국이 예의주시할 만한 주요 사건은 즉시 보고 대상이며, 레버리지, 비시장 자산 등 상세 정보도 ‘사모펀드 등록 및 운용 가이드라인’에 따라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감원이 지난 3월 총윤용자산(AUM) 기준 상위 30대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자료 제출 요청과 내부통제 현황 조사에 나서면서 좀처럼 보기 드문 전수검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홈플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검사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후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국회에 출석하는 등 관련 제도 정비에 대한 요구가 늘어난 상황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사모펀드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하지만 사실상 행해지는 관리감독 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국회 차원에선 기업 인수 이후 자산매각이나 배당지급을 제한하자는 내용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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