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제주항공(089590)이 빠르게 금융리스(이하 할부 구매) 항공기 비중을 높이는 등 재무 부담 축소에 나섰다. 운용리스와 할부구매 방식은 모두 환율의 영향을 받지만, 할부구매 방식이 환율 영향력이 덜하다는 특징이 있다. 아울러 할부구매 방식은 향후 항공기 소유권이 항공사에 귀속되기 때문에 원상복구 충당부채를 쌓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재무적 유연성이 커진다. 최근 안전 강화 기조에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며 충당부채와 비용 지출이 늘었다. 이에 제주항공은 재무적 경직성에 직면했다. 할부구매 항공기 비중이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부채 부담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을 전망이다.
B737-8 5호기(사진=제주항공)
할부구매 항공기 확보 속도전
1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6월28일 신형 B737-8 항공기 1대를 할부구매 방식으로 도입했다. 과거 2018년 B737-8 40대 도입(옵션 구매 10대 별도) 계약에 따른 신형 항공기 인도다.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B737-8 3대를 도입했으며, 올해 하반기 추가로 B737-8 3대를 더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B737-8 3대 도입에 따라 제주항공 자기 보유 및 할부구매 항공기 비중(총 10대)은 23% 수준으로 늘었다. 과거 코로나19 사태로 항공기 인도가 지체됐지만,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신형 항공기 도입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할부 구매 방식은 할부 기간 동안 항공기 구매를 주선한 리스 업체가 소유권을 가지지만, 할부 기간이 끝나면 소유권은 제주항공에 귀속되는 구매 방식이다. 이에 향후 리스 계약 스케줄에 따라 리스 항공기가 반납될 경우 자가 소유 및 할부구매 항공기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운영비용을 효율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할부구매 방식 등을 통해 B737-8 비중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할부구매 방식을 통한 항공기 구매는 원리금이 나간다. 따라서 임대료만 지불하는 운용리스 방식보다 초기 비용이 높다. 이에 대형항공사(FSC)보다 자본력이 적은 LCC(저비용 항공사)는 운용리스 방식으로 항공기를 확대해왔다.
다만, 운용리스 비용은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 LCC들이 여객 수요 회복에 따라 운용리스 방식으로 항공기를 대거 도입하면서 운용리스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항공이 리스부채로 인해 지출한 현금 규모는 1825억원으로 2023년(1584억원) 대비 250억원가량 증가했다. 아울러 고환율 기조도 운용리스 비용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운용리스 계약 시 환율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운용리스 비용이 상승하면서 금융리스보다 낮다는 비용적 이점이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할부구매 항공기는 계약 당시 조건으로 원리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 영향을 덜 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계약 시 환율, 시장 수요에 따라 계약 규모가 달라지는 운용 리스와 달리 지출 측면에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장기적으로 충당부채 부담 감소
할부구매 항공기 비중이 늘어나면 지출 안정성뿐 아니라 부채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운용리스 항공기는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항공기를 리스 업체에 반납해야 한다. 따라서 항공사는 항공기 원상복구 충당부채를 계상한다. 운용리스 항공기 수가 많을수록 향후 원상복구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나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이러한 항공기 복구와 정비에 지출할 충당부채를 부채에 올린다. 운용리스 항공기가 많아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문제점이 있다.
반면 할부구매 항공기는 할부 기간이 끝나면 소유권이 항공사에 귀속되기 때문에 원상복구 충당부채를 쌓을 필요가 없다. 운용리스와 할부구매 모두 리스 부채를 증가시키고, 비용 지출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그러나 할부구매 항공기는 원상복구 충당부채만큼 운용리스 대비 부채를 줄일 수 있다. 실제 운용리스 항공기 비중이 낮은 대형항공사는 상황에 따라 원상복구 충당부채를 계상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기도 한다.
제주항공 충당부채 중 원상복구 충당부채는 올해 1분기 총 충당부채 중 8% 수준이다. 향후 리스 만료 기간에 따라 원상복구 충당부채는 추가로 증가할 수 있다. 과거 충당부채에서 원상복구 충당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0% 수준이었다.
할부구매 항공기 비중이 늘면 점진적으로 원상복구 충당부채 비중은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제주항공이 계상한 충당부채는 4216억원으로 부채총계(1조7877억원) 중 23.6%를 차지했다. 충당부채는 부채 구성 내역 중 리스부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구성비가 높은 부채를 줄일 수 있다면 부채총계 감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국내 항공산업은 안전성을 강화하는 경영 방침으로 전환 중이다. 이는 정비 충당부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향후 재무적 경직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할부구매 항공기로 전환된다면 복구 충당부채를 줄일 수 있어 여기에 투입되는 자본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는 등 재무적 유연성이 늘어난다.
제주항공 측은 향후 구매 항공기 확대에 따른 재무적 효과를 묻는 <IB토마토>의 질문에 “차세대 항공기 도입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운항 항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