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유예 논란 점화…금융원칙 '흔들' 우려
금감원 조치, 민영화 늦추기 위한 꼼수 지적
MG손보, 노조 요구에 재매각…시장논리 훼손
공개 2025-07-03 10: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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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금융감독원이 산업은행의 HMM(011200) 지분 위험가중치 적용을 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정부의 결정에 따라 HMM 주식을 취득한 만큼 건전성 지표 관리에도 힘을 보태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민영화 절차도 그만큼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금융업계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MG손보의 재매각 선회로 노조 손을 들어준 가운데, 정치권 입김이 시장질서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있다.
 
HMM 선박(사진=HMM)
 
위험가중치 적용 유예로 HMM 민영화 더 늦어져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자기자본의 15%를 넘는 HMM 지분 가치 초과분에 대해 3년간 위험가중치 1250%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비조치의견서를 지난달 30일 발급했다. 금감원은 산업은행이 정부 결정에 따라 HMM 주식을 취득했고, 독자적으로 처분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HMM의 지분 구조는 산업은행이 36.02%를 보유해 최대주주며, 한국해양진흥공사가 35.67%를 갖고 있다. 그동안 민영화 추진이 번번이 좌절되면서 은행의 산업 자본 소유 구조가 유지된 것이다. BIS 규정상 은행은 자기자본 대비 특정 기업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경우, 15%가 넘는 지분에 대해 위험가중치 1250%가 부과된다.
 
HMM의 지분 총액은 약 8조5000억원으로, 산업은행의 총자본 규모인 47조7000억원의 약 17%다. HMM 주가가 상승할 경우 위험가중치 적용 범위는 늘어나고, 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강석훈 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4월 “HMM 주가가 2만5000원을 넘어가면 현재 13% 후반인 BIS 비율이 위험해진다”라며 “BIS 비율이 13% 밑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BIS 비율을 13%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BIS 비율이 13% 밑으로 떨어지면 건전성 관리에 애를 먹게 되고, 기업 대출 여력도 줄게 된다. 산업은행은 BIS 비율이 0.01%p 하락할 때마다 대출 여력은 약 2500억원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위험가중치 적용 유예로 건전성 문제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덜었지만, 일각에선 HMM 민영화 절차도 그만큼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지분 정리 기회가 있었음에도 노조 반발로 인해 매각이 무산된 만큼 민영화를 늦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산업은행은 하림(136480)·JKL컨소시엄의 경영권 매각 절차 과정에서 HMM 노조의 반발로 매각이 연기된 바 있다.
 
이에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MG손해보험)
 
MG손보, 청산 아닌 재매각...원칙 어긴 금융당국
 
청산 절차를 밟게 될 예정이었던 MG손보도 노조 요구에 따라 재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낮은 건전성 지표에 수차례 매각이 실패됐음에도 예금보험공사와 MG손보 노조가 재매각 추진안에 합의한 것이다. 이번 잠정 합의안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의 중재로 마련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MG손보의 신규 영업을 정지하고 보험 계약자 보호를 위해 가교보험사를 설립, 기존 보험 계약을 삼성화재(000810)해상보·DB손해보험(005830)·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001450) 등 5대 손보사로 이전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조 측이 "이 과정에서 10% 안팎의 임직원과 전속설계사를 제외한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고, 정치권 개입으로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MG손보의 재매각 절차에 들어갔지만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메리츠화재가 사실상 유일한 인수 주체였지만, 실사단이 노조 반발로 철수하면서 결국 무산됐고, 금융당국도 더 이상은 매각이 힘들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는 이례적으로 공동 입장문을 내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지만, 결론은 재매각으로 노조 손을 들어줬다는 평가다.
 
합의된 내용에 따르면 MG손보는 2026년 말까지 재매각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실패할 경우 예보는 당초 계획대로 가교보험사를 통해 5개 손보사로 계약이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해당 기간 동안 MG손보의 임직원 고용 승계와 근로 조건 등에 대해서는 별도 협의를 다시 거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보험 계약자들만 혼란을 겪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가 있는 MG손보에 대해선 고용 유지를 위한 시간만 벌어준 셈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5개 손보사에 부실을 떠넘기는 것도 문제였지만, 재매각으로 선회했다는 것은 시장 논리의 손을 떠났다는 뜻”이라며 “원칙을 한 번 어기게 되면 두 번, 세 번은 쉽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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