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올해 1분기 관수철근(조달청 납품 철근) 덕분에 수익성을 늘린
한국특강(007280)이 향후 수익성 확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조달청이 내년부터 계약조건을 연간 계약 방식에서 단기 계약형식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철근 가격이 꾸준히 우하향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성이 가능했던 연간 계약방식이 사라지게 된다. 단기 계약으로 관수철근 납품 계약이 바뀐다면 철근 업체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향후 한국특강 역시 안정적인 관수철근 납품에서 발생하는 수익성 확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특강)
불황 속 수익성 증가…원인은 관수철근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특강은 올해 1분기 매출 1863억원, 영업이익 2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수익성이 증가했다. 원가 이하로 팔리는 철근이 속출하는 가운데 철근업체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늘었다. 지난해 한국특강은 매출 1884억원, 영업이익 14억원을 거뒀었다.
영업이익이 증가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관수철근 때문으로 보인다. 관수철근은 조달청이 국내 철근업체로부터 구매해 비축해 둔 철근을 의미한다. 관수철근 입찰 계약은 1년 단위로 고정된 납품가에 계약이 이뤄진다. 납품 가격보다 철근 시장 가격이 낮다면 시장에 철근을 판매하는 것보다 관수철근이 수익성에 기여하는 바가 커진다.
올해 2분기 국내 철근사들이 가동률을 낮추며 시장 가격 조절에 나섰지만, 철근 가격 반등이 실패했던 점을 고려하면 관수철근 납품에 따른 매출 및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일반 철근 판매보다 컸을 것으로 보인다.
관수철근이 창출하는 수익성 방어 효과는 제조원가와 납품 가격 간 차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업체별로 제조원가가 각각 다르지만 평균 철근 제조 원가는 1톤당 70만원 초중반대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해 관수철근 납품 가격은 1톤당 80만원 중반대로 파악된다. 해당 납품 가격은 올해 상반기 계약종료 시점까지 적용된다.
지난 1년간 관수철근 가격은 계약에 의해 고정됐지만, 철근 시장 가격은 우하향했던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관수철근이 창출하는 수익성 효과는 커진다. 한국특강은 지난해 첫 관수철근 입찰 도전에 성공해 관수철근 수주 851억원을 확보했다.
해당 수주 건은 꾸준히 납품이 이뤄졌으며 올해 1분기 기준 465억원치 수주잔고가 남아 있다. 관수철근 납품기한이 올해 상반기까지라 남은 465억원치 철근은 2분기 중 납품이 완료되며 수익성 창출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철근 외 다품종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타 철근업체와 달리 한국특강은 철근과 조선 기자재로 생산 품목이 비교적 적어 수익성 방어가 가능한 환경이다.
관수철근 입찰 방식 변경…수익 기여 미지수
다만, 관수철근이 앞으로 수익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달청이 관수철근 계약조건을 1년 계약에서 수시 계약(다수공급자계약, MAS계약)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기존 계약은 조달청이 1년간 고정된 철근 물량을 여러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방식이었던 반면, MAS계약은 조달청이 철근을 필요로 할때마다 필요한 양만큼 업체들을 경쟁 입찰시켜 철근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조달청이 계약 방식을 바꾼 배경에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을 가진 철근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철근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조달청이 구매 계약을 체결할 경우 최근 시세가 반영된 납품가가 형성되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안정적인 가격에 철근을 공급하기도 어렵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철강, 환영철강 등 지난해 관수철근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업체들이 수요 확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수철근 입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관수철근 사업 수익성이 감소할 여지가 큰 것이다.
이에 관수철근에서 수익성 방어 덕을 본 한국특강 역시 오는 관수철근 계약에서는 수익성 방어 수단이 하나 사라지게 된다. 다만,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관수철근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점유율 확보 차원에서라도 관수철근은 놓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평가다.
한국특강 측은 관수철근 외에도 공격적인 수주 전략이 수익성 유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국특강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수익성 방어 성공에 대해 “가격 약세가 지속되는 철근 유통 판매를 중단하고, 비교적 단가가 높은 직거래 계약 및 관수철근에 집중한 결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라며 “다만, 관수철근 계약 조건이 변경되기 때문에 향후 건설, 토목 등 건설 수요 수주 활동에 집중할 예정”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