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에는 '불황보다 불확실성을 더 싫어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겨울부터 금융시장을 짓눌러 온 불확실성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한풀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임기 내 증시 부양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약속해왔다. 시장 역시 불안함 속에서도 기대감을 키워가는 분위기다. 이에 <IB토마토>는 새 정부가 추진할 자본시장 정책을 짚어보고 그 변화가 향후 시장에 어떤 방향성을 제시할지 가늠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정권 교체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금융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하는 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사 권한만 가진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보호 부문에도 타 부서처럼 검사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개인투자자' 이재명이 그리는 자본시장
4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은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탄핵 이후 대선이 이뤄진 탓으로 이 대통령은 별도 인수 과정 없이 대선 결과가 확정된 이날부터 공식적인 임기를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개인투자자 이 대통령의 자본시장 공약은 크게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향상 △외국인 투자여건 개선으로 모아진다. 이 중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은 그간 이원적 체제로 운영되어 온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체제의 변화로 실현될 전망이다.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로 명명되는 해당 조직은 금융위원회의 금융위원회의 정책기능을 기획재정부에 이관하고, 감독기능을 더해 금융감독원과 합쳐 새로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에 대해 '조사' 권한만 있을 뿐 '검사' 권한은 없다. 이에 따라 조직 개편에서 검사 권한을 갖는 신설조직은 금융사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 부문의 발언권이 강화될 전망이다.
산업정책과 감독정책 이원화, 17년 만에 무위로
새 정부의 금융당국 조직개편은 대선 국면 이전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 처음 화두로 올랐다. 가장 최근의 법안 발의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4년 9월 대표 발의한 금융당국 기능과 조직개편이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두 번에 걸쳐 발의된 해당 법안은 현행 금융위원회가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동시에 수행함에 따른 감독 기능 약화를 지적하면서 나왔다. 해당 발의안의 핵심은 금융산업 정책 전반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는 한편 금융당국의 기능을 시장감독에 집중시킨다는 점에 있다.
현행 금융위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이원화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됐다. 당시 정부는 금융정책과 감독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해당 정책을 추진했다. 재경부 금융정책국과 금융정보분석기능이 금융위원회로 넘어왔고 금융위원회는 사실상 금융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대형 부처가 됐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관치금융 논란과 더불어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금융사고에 관리 감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편 정부 지원이 필요한 산업정책 측면에선 여타 산업과 달리 정부의 지원에 소외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유세 일정에서 "금융의 경우 국내 금융정책은 금융위가, 해외금융은 기재부가 맡는데 금융위는 감독 업무도 하고 정책 업무도 하고 뒤섞여 있어 정리할 필요가 있다"라며 “정부 조직 개편엔 법률 개정이 필요하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마평 무성…새 정부 금융 수장은?
여당과 새 정부의 금융당국 개편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차기 정부의 금융당국 수장 자리는 당분간 그대로 둘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행 금융당국의 조직개편을 위해선 정부조직법을 먼저 손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하마평에 오르는 차기 금융당국 수장으로는 도규상 전 금융위 부위원장과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용범 전 기재부 1차관 등이 있다. 금융감독원장 후보로는 김병욱 전 의원과 홍성국 전 의원, 여성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지낸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언급된다.
하지만 수장 임명에 앞서 정부와 여당에서 조직개편이 추진되는 만큼 이전 정부의 금융권 수장과의 동거는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현재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임기는 3년으로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24년 7월부터 임기를 시작해 아직 임기가 2년 넘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새 정부의 금융당국 인사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면서도, 이전 정부보다는 시장 친화적인 금융정책이 있을 것이란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전 정부가 규제 강화에 초점을 맞춘 금융정책을 폈지만 새 정부에선 보다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다만 금융 소비자 보호 측면도 강화가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시장의 준비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