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 생존기)①흑자에도 현금 바닥…건설사 줄줄이 법정관리
지난해 건설사 48곳 법정관리…2023년보다 50% 증가
삼일건설·태왕이앤씨 회생 신청…지역 중견사 위기 확산
미분양·공사비·PF 삼중고…하도급·지역 경제로 파장
공개 2026-11-09 07:20:00
이 기사는 2026년 11월 05일 09:3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지방 미분양과 공사비 급등,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경색이 맞물리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법정관리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중견사를 덮친 위기는 대구·광주 등 지역 대표 건설사로까지 번졌다. 공사대금을 뒤늦게 받는 '후불 정산' 구조에 책임준공·채무인수·보증으로 얽힌 우발채무가 더해져 자금난을 키웠다. 반면 회생절차를 조기에 마치고 수주를 재개한 건설사도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주요 사례와 감사보고서·회생계획안을 토대로 위기에 무너진 건설사와 재기에 나선 건설사의 차이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대구 3위 건설사 태왕이앤씨가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면서 지역 건설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신동아건설 등 수도권 중견사를 휩쓴 법정관리 도미노가 올해는 대구·광주 대표 건설사까지 무너뜨렸다. 해당 여파는 하도급업체와 지역 경제로 번지고 있다.
 
 
태왕 한 곳에 흔들리는 대구…입주민까지 파장
 
태왕이앤씨의 법정관리 신청은 대구 지역 건설업계 전반에 파장을 낳고 있다. 지난 9월 대구회생법원의 대표자 심문 과정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태왕이앤씨의 보유 현금은 2억 7000만원에 불과했다. 밀린 직원 임금은 50억 6300만원에 달했다. 
 
PF 보증채무 1100억원 현실화로 83억원의 채무초과 상태라는 내용도 담겼다. 회사가 약 4760억원의 자산을 보유해 부채(약 2500억원)를 웃돈다고 강조했지만, 손에 쥔 현금은 바닥난 셈이다. 미분양 공사비 회수 지연, 개발사업 보증 부담으로 손익계산서와 달리 유동성이 악화했다. 태광이앤씨가 지난해 매출 3230억원, 당기순이익 157억원의 호실적에도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유다. 
 
피해는 입주 예정자에게까지 번졌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태왕이앤씨가 시공한 사업장의 입주 예정자들에게 별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입주금 납부를 멈추라고 안내했다. 건물을 지었지만, 시공·분양보증사인 회사가 법정관리되면서 입주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광주 삼일건설 또한 회생절차 신청 이유로 ‘담보 부담’을 꼽는다. HUG의 보증 가치 산정 방식 변경으로 담보 부담이 커져서다. 변경 기준을 적용하면 삼일건설은 전국에 공급한 4600여세대 보증금을 내리거나 추가 현금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삼일건설 관계자는 지난 1월 회생절차 신청 당시 "HUG 제도 개편으로 전국 4600세대의 보증 담보 요구가 수용 범위를 넘어서 연대보증에 참여한 삼일건설이 영향을 받게 됐다"며 "HUG의 보증 처리 및 압류가 진행되면 회사가 위험해질 수 있어 불가피하게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분양이 끝나야 공시비가 들어오는 구조와 시공사의 보증이 중견 건설사의 유동성을 압박한다고 지적한다. 나쁘지 않은 실적과 재무상태를 가진 태광이앤씨·삼일건설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간 근원이라는 얘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는 대형사처럼 버틸 자금 여력이 없어 현장 몇 곳에서 공사비가 막히면 곧바로 유동성 위기로 이어진다"며 "장부상 흑자인데도 회생을 신청하는 건 공사를 하고도 돈을 나중에 받는 구조와 PF 보증 부담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지방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는 한 지역 건설사의 연쇄 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레고랜드 이후 급증…위기는 지방으로
 
문제는 법정관리 건설사가 급증한 점이다. 4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종합건설사는 총 48곳이다. 2018년 이후 가장 많다.
 
법정관리 건설사가 급증한 시기는 2023년이다. 2018~2022년까지 10곳 안팎이던 것이 그해 32곳으로 급등했다. 3개년간 50%(16개) 늘었다. 올해 상반기 역시 11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는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PF 시장 경색과 금리 상승에 기인한다. 저금리 때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였던 중견 건설사들이 분양 부진과 금융비용 증가를 버티지 못하며, 2~3년 시차를 두고 무너졌다.
 
신청 건설사들의 성격도 달라졌다. 최근 법정관리 신청을 진행하는 곳들은 지방 중견 건설사다. △충북 1위 대흥건설(시공능력 96위) △광주·전남 기반 영무토건(111위) △유탑건설(97위) △대전 4위 크로스건설(217위) 등이 지난해 법정관리 절차를 밟았다. 올해는 △1월 광주 삼일건설(111위) △범양건영(002410)(002410)(231위)이 회생을 신청했고, 8월에는 대구 3위 태왕이앤씨(67위)까지 법정관리 행렬에 합류했다. 지난해 1월 신동아(58위)·대저(103위)·대우조선해양(83위)·안강건설(138위), 삼부토건(71위), 삼정이앤씨(122위) 등 수도권 중심 중견 건설사가 해당 절차에 돌입한 것과 다른 양태다.  
 
법정절차를 신청하지도 못하고 폐업하는 건설사 역시 25%가량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건설사 폐업 신고는 2540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4.9% 늘었다. 종합건설사 폐업은 386곳에서 477곳으로 23.6% 증가했는데 폐업 건설사 10곳 중 6곳은 지방 업체였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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