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000880)와
동국제강(460860)그룹은 상속·증여 주식 평가방식을 바꾸는 입법 논의에 따라 향후 지분 이전에 필요한 재원을 다시 점검해야 할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계열사 지분을 가진 지배회사를 통해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는 구조에서는 지배회사 주식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가 오너 일가의 자금 부담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당초 국회에서 발의된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낮은 주가를 활용해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해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를 주식 평가액의 하한으로 두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후 정부안은 주가누르기로 판단된 기업의 주식을 과거 평균주가 등으로 재평가하고 장기 저평가 요건에 해당하면 현행 평가액보다 최소 30% 높여 과세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다만 최근 13개 반기 중 누적 12개 반기 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코스피 업종별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해야 한다는 추정 기준을 두고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PBR은 회사의 순자산 대비 주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배 미만일 경우 기업이 가진 순자산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 발의안과 정부안의 평가방식과 적용 요건이 달라지면서 시장 안팎에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의원안을 반영해 평가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세법상 순자산가치가 최종안에 얼마나 반영될지가 주요 지주사의 부담을 좌우할 전망이다. 자회사 지분가치에 비해 지배회사 시가총액이 낮게 형성돼 있다면 현재 시장가격으로 예상한 것보다 상속·증여 주식 평가액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지주사의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상반기 기준 할인율은 한화가 64.3%(인적분할 전 기준)로 가장 높았고
LS(006260) 60.4%,
CJ(001040) 58.0%,
HD현대(267250) 53.0%,
LG(003550) 47.4% 순이다. 이 할인율을 세법상 순자산가치와 직접 연결할 수는 없지만 보유 자산가치가 지주사 시가총액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구조를 보여준다.
특히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세 형제의 독자 경영체제 구축과 승계가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분 이전에 적용될 평가 기준이 무엇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날 기준 한화의 회계상 PBR은 0.79배이지만, 세법상 순자산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보유 계열사 지분의 평가액이 높아지면 시장가격과의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앞서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보유한 지주사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이번 입법의 영향도 기존 증여보다 향후 남은 지분을 이전하는 과정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 이후 추가로 이전할 지분의 평가액이 얼마나 달라지고 이를 뒷받침할 개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과제로 남은 셈이다.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이사는 <IB토마토>에 "시장가격에 의존하는 평가방식은 낮은 주가를 유지할 유인을 남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고착시킬 수 있다"며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를 평가 하한으로 두는 절대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대평가, 시가주의를 반영한 정부안이 그대로 도입되면 이미 낮게 형성된 주가에 30%를 가산하더라도 실질 자산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면 주가를 낮춰 세 부담을 줄이는 구조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주가누르기라는 근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가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평가액을 높이는 방식보다 최근 논의되는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처럼 세법상 순자산가치의 80%를 평가 하한으로 설정해야 주가 하락을 통한 상속·증여세 부담 축소를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동국홀딩스, PBR 0.3배 목표…승계 평가기준 변화도 주목
동국제강그룹의
동국홀딩스(001230)도 지주사 전환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정리했지만 저평가 가치 해소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동국홀딩스는 2023년 인적분할 이후
동국제강(460860)과
동국씨엠(460850) 주주로부터 사업회사 주식을 현물출자 받고 그 대가로 신주를 발행하면서 계열사 지분을 지주사로 모았다. 오너 일가 역시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사 주식으로 바꾸면서 동국홀딩스를 통해 계열사 전반을 간접 지배하는 구조가 마련된 상태다.
장세주 회장에서 장남인 장선익 전무로 이어지는 승계 과정에서도 지주사 지분 확보가 핵심이다. 장 회장은 동국홀딩스 지분 33.27%를 보유한 반면 장 전무의 지분율은 2.56%에 그친다. 향후 장 전무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상속·증여 주식의 평가 기준이 높아지면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예상한 것보다 많은 재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동국홀딩스의 PBR은 0.14배로 주요 지주사 가운데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회계상 순자산의 14%에 그친다는 의미다. 현행처럼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상속·증여 주식을 평가하면 이러한 저평가가 지분 이전에 필요한 세 부담을 줄이는 요인이 되지만, 정부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순자산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보완되면 낮은 주가와 별개로 보유 자산가치가 과세에 반영되면서 평가액이 높아질 수 있다.
주식 평가방식의 변화가 논의되는 가운데 회사도 저평가 해소에 나섰다. 동국홀딩스는 이날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하면서 2028년까지 PBR을 0.3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5% 이상, 주가수익비율(PER)은 8~10배를 목표로 설정했다. 2028년 PBR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는 0.5배 이상으로 단계적인 상향을 추진할 방침이다.
동국홀딩스 측은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가치,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철강 업황 둔화와 지주회사 자체 수익 창출의 한계로 기초 수익성이 정체돼 있다"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업이 장기 투자계획을 세우고 지배구조를 정리하려면 주식 평가 기준과 적용 시점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관련 법안 내용이 구체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황에 따른 주가 하락과 자본거래의 영향을 구분할 기준이 명확해야 기업도 투자와 주주환원 계획을 함께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