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의 비극)②시행사 돈은 3%, 분양 실패의 짐은 시공사로
자기자본 3% PF…분양 차질에 시공사 부담 확대
준공해도 공사비 미회수, 공매 유찰·매각 분쟁까지
공개 2026-10-23 07:2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21일 15:2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호황기 고수익과 희소성을 내세웠던 하이엔드 부동산 시장에 부실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아파트 규제를 피해 투자 수요가 몰렸던 고급 오피스텔과 빌라, 타운하우스가 경기 침체와 고금리, 공사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강남 핵심 입지에서도 미분양과 경·공매가 잇따르고, 준공하고도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부실의 여파는 시행사를 넘어 시공사와 금융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적은 자기자본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의존한 개발 구조에서 분양 실패는 시공사의 공사비 미회수와 금융권의 부실채권 증가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IB토마토>는 하이엔드 부동산의 경·공매 사례를 통해 호황기에 가려졌던 개발사업의 구조적 허점과 부실의 확산 경로를 추적하고, 시장 정상화를 위한 해법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고급 오피스텔과 타운하우스 등 하이엔드 개발사업 부실 배경에는 시행사의 취약한 자본구조, 시공사의 자금 부담이 꼽힌다. 시행사가 3%대 자기자본만 투입하고, 금융권 대출과 분양 대금을 활용해 나머지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분양 부진이 발생하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해당 구조는 시공사에게 책임준공 약정 부담 등을 떠안기며 금융권까지 위험을 번지게 할 수 있다.
 
더 갤러리 832 (사진=더 갤러리 832 공식 홈페이지)
 
시행사 자본은 3%만 투입
 
2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총사업비 약 100조원 규모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 300여 개를 분석한 결과, 사업장당 평균 총사업비는 3749억원에 달한다. 
 
시행사가 사업비에 투입한 자기자본은 약 3,2%(118억원)에 불과하다. 총사업비 96.8%(3631억원)는 차입으로 조달했다. 총사업비 1000억원짜리 개발사업에 시행사가 자기 돈 약 32억원을 넣고 나머지를 빌리는 셈이다. 분양 지연이나 공사비 상승에 대응할 자체 재원이 부족한 국내 PF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시행사의 자금 여력이 부족하면 사업을 뒷받침하는 시공사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약정 기한·조건에 따라 건물을 완성하는 책임준공 의무를 미이행 시 채무인수 조항이 붙은 사업장은 시공사가 금융 채무까지 부담할 수 있다.
 
해당 구조는 가격이 높고 구매층이 제한적인 하이엔드 주거 사업에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높은 분양가를 감당할 계약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분양대금 유입이 늦어지지만, 공사비와 대출이자는 계속 발생해서다. 시행사 자기자본이 적으면 해당 사례를 견디기 어렵다. 분양가를 낮춰 판매를 촉진하려 해도 예상 수입이 줄어 공사비와 대출금 상환 여력이 낮아질 수 있다.
 
건물이 준공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준공과 공사대금 회수는 별개 사항으로 미분양이 남거나 잔금 수납이 지연되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금융채권 상환이 우선인 사업장은 담보를 공매로 처분하더라도 매각 가격 하락으로 시공사의 회수 여력을 축소시킨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오데뜨오드 도곡'은 준공 이후에도 시공사의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된 대표 사례다. 시행사 도곡닥터스가 약 670억원 규모의 PF 대출을 조달해 2023년 7월 준공한 해당 단지는 분양 부진으로 2024년 4월 기한이익상실(EOD)가 발생했다. 대주단이 EOD 발생 이후 담보 자산 공매를 진행했지만, 총 21차례(2024년 9월~2026년 3월) 유찰됐다. 
 
시공사 DL이앤씨는 도곡닥터스의 자금난으로 공사비(438억원) 회수 대신 채권 227억원이 발생했다. DL이앤씨는 2025년 3월 해당 사업장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공사대금 채권과 유치·담보권 등 관련 권리를 150억원에 우신버스로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 규모는 채권액보다 약 77억원 낮다. 
 
계약 체결 이후 약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채권 매각은 마무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신버스가 계약금 15억원만 지급한 뒤 잔금 지급을 중단했고, 지난 3월 DL이앤씨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준공 이후 법적 분쟁 중이다.
 
 
시행사 자기자본 상향...시공사 책임·공사비 지급 조건도 명확히
 
시행사의 자기자본 확충은 PF 구조적 문제 해소 방안 중 하나다. 사업성을 판단할 때 예상 분양수익뿐만 아니라 시행사가 투입한 자금과 추가 출자 능력을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시행사가 투입한 자금이 적으면 분양 지연 및 공사비 증가 대응이 어려워 시공사와 금융사로 해당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또한 지난해 9월 분석에서 시행사의 자기자본이 늘고 차입이 줄면 시공사의 보증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시설 대비 부실률이 높은 물류센터와 업무시설 등 비주거사업장은 내년부터 규제를 적용한다. 시행사가 자기자본을 충분히 투입했는지를 금융권의 사업성 평가와 대출 심사 등에 반영해 과도한 차입에 의존하는 개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2027년 자기자본비율 5%를 시작으로 매년 기준을 높여 오는 2030년에는 20%로 적용한다. 주거사업장은 2년 늦은 2029년 5%부터 시작해 2032년 2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시행사가 적은 돈으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관행을 줄이면서 사업 유형별로 규제 도입 속도를 차별화했다.
 
사업 참여자 간 책임 범위와 공사대금 지급 조건 명확성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계약 단계부터 준공 지연의 귀책사유와 채무인수 조건을 구분하고, 분양수입이 부족할 때 추가 사업비를 누가 부담할지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를 통해 "주거사업장의 PF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 자금조달 여건을 개선하되, 부실 사업장 정리와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는 지속하겠다"라며 "신속한 주택 공급을 위해 정상 사업장에는 신규자금이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고, 부실 사업장의 정리·재구조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를 통해 "시행사가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시공사의 책임 범위와 공사대금 지급 조건은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까지 살펴야 사업 위험이 특정 참여자에게 집중되는 것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