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엔티, 배터리 회복에도 장비는 찬바람…인도·동박서 돌파구
전방산업 회복에도 장비 수주 회복은 지연
상반기 영업익 66.2% 급감…실적 부진 지속
인도·동박서 돌파구 모색…수율 안정화 과제
공개 2026-10-22 06:10:00
이 기사는 2026년 10월 20일 16:5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이차전지 장비 제조사 피엔티(137400)가 전방산업 회복에도 수주가 위축되며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셀과 소재 업체의 업황은 나아졌지만, 이러한 고객사들이 신규 설비 대신 유휴설비를 활용하면서 장비 수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엔티는 인도 등 신규 해외 시장 진출과 동박 생산을 통한 신사업 확대로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경쟁이 치열한 동박 시장에서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와 신속한 수율 안정화가 과제로 남아 있다.
 

(사진=피엔티)

전방산업 회복에도 수주잔고 21.1% 뚝…수익성 저하 '지속'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피엔티는 전방산업의 여건이 점차 회복되고 있음에도 실적 반등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차전지 전극공정 장비와 첨단소재 장비를 공급하는 피엔티는 그동안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 셀과 소재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부진을 겪어 왔다.
 
반면, 최근 전방산업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셀과 소재 업체의 매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 등 주요 셀 업체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에코프로비엠(247540)과 포스코퓨처엠(003670) 등 주요 양극재 업체의 매출은 12% 증가했다.
 
 
반면 피엔티는 주요 고객사들의 업황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실적이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2190억원으로 전년 동기 2652억원 대비 17.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25억원으로 66.2% 줄었다. 2024년 매출 1조 350억원, 영업이익 164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8%, 41.7% 급감한 뒤 올해 상반기에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전방산업이 회복되고 있지만 장비 수요는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비 수요는 전방 업체의 생산량 확대에 따라 곧바로 증가하는 구조가 아니다. 기존 생산능력의 가동률이 충분히 오른 뒤 추가 생산능력이 필요해지는 시점에 본격화된다. 여기에 ESS 수요 증가에 대한 대응이 신규 증설이 아닌 기존 전기차용 설비의 전환투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피엔티의 수주 확대는 신규 생산라인 구축을 전제로 하는데, 고객사가 신규 설비 투자 대신 유휴 설비를 활용하고 있어 수주 확보에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피엔티의 수주잔고도 매년 감소하고 있다. 피엔티의 연결 수주잔고는 2023년 말 1조 9256억원, 2024년 말 1조 8542억원, 2025년 말 1조 5189억원으로 2년 새 21.1% 줄었다. 올해 상반기 말에도 1조 55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전방 업체의 가동률이 오르고 유휴 생산능력이 소진돼 신규 증설 필요성이 커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피엔티의 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엔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국내 주요 배터리 셀 업체의 설비 가동률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동남아와 인도 등 신흥국에서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실적 개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인도·동박으로 돌파구 모색…신규 고객 확보·수율 안정화 '관건'
 
이에 피엔티는 해외 시장을 넓혀 수주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장비 공급에 머물지 않고 소재 생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피엔티는 그동안 중국·미국·유럽을 주요 해외 시장으로 삼아 왔지만, 최근 인도까지 무대를 넓혔다. 인도 정부는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자국 배터리 제조 기반으로 연결하기 위해 2021년 첨단화학전지(ACC) 생산연계인센티브(PLI)를 도입했다. 약 2조 5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현지 셀 생산능력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에서 셀 생산에 처음 나서는 고객사가 늘어나면서 피엔티로서는 이들에게 장비를 납품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조 5510억원인 수주잔고에서도 인도향 수주가 새롭게 비중을 키운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신규 고객사는 타타그룹 배터리 계열사 아그라타스와 전기 이륜차 업체 올라 일렉트릭 등으로 피엔티는 이들에 전극공정 장비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피엔티는 신규 고객에게 장비와 생산공정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여주기 위해 소재와 셀 제조 역량도 키우고 있다. 자회사 피엔티머티리얼즈와 함께 구미 4공장에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설비를 올해 6월 준공했다. 이곳에서 쌓은 공정 데이터는 장비와 생산라인 일괄 수주에 활용할 계획이다. 신규 고객에게는 공정 구축 경험을, 기존 고객에게는 장비 설치부터 초기 양산까지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줄 수 있어 수주 확대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재 사업에도 새롭게 뛰어들었다. 피엔티는 동박 제조장비를 공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자회사 섬서첨단소재를 통해 동박 생산에 직접 나섰다. 섬서첨단소재는 올해 5월부터 중국 산시성 셴양시에서 연산 1만 5000톤(t) 규모의 동박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이 라인에는 피엔티가 자체 제작한 장비가 투입돼 양산 과정에서 확인한 문제를 설비 개선에 곧바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배터리용 동박에 이어 AI 서버와 고속통신 기판용 초저조도 동박으로 제품군을 넓히기 위한 생산라인 전환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신사업 매출이 가시화되면 장비 부문의 실적 부진을 일부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박은 다른 소재보다 공급처를 바꾸기 쉬운 데다 가격 경쟁도 치열하다. 이미 경쟁사가 많은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피엔티가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기존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율 안정화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생산 초기에 가동률이 낮으면 고정비 부담이 커져 오히려 수익성을 해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주력인 장비 부문의 실적이 부진한 시점에 신사업 부담을 줄이려면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수주 확대를 이어가고, 동박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려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피엔티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동박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인 것은 맞지만 피엔티는 프리미엄 동박 중심으로 생산해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 로컬 기업을 상대로 동박을 공급하기 때문에 시장 경쟁이나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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