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 공실대란)①신축 절반이 빈다…쌓인 물량 해소에만 13년
수도권 지산 공실률 50% 안팎…하남·화성·남양주 직격탄
2019~2023년 공급 급증…기업 수요 못 따라가며 과잉 현실화
투자수요 빠지며 미분양·미입주 확산…장기 공실 우려
공개 2026-09-16 07:4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12일 08:5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혁신의 거점으로 공급된 지식산업센터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심각한 공실에 빠졌다. 부동산 호황기 실제 입주 수요를 웃도는 공급이 이어진 데다 세제·금융 혜택을 노린 투자수요까지 몰리면서 산업공간이 사실상 투자상품으로 변질된 결과다. 시장이 꺾이자 미분양에 더해 잔금을 치르지 못한 미입주 물량까지 쌓이면서 부실 위험은 시행사와 시공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거쳐 금융권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는 일반공업지역 내 지식산업센터의 오피스텔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입지와 산업기능, 기존 입주기업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주거 전환은 또 다른 공급 불균형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B토마토>는 지식산업센터 공실 대란이 어디서 시작됐고 금융 리스크가 어떤 경로로 확산하고 있는지 추적하는 한편, 시장 정상화를 위한 현실적인 해법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한때 제조업과 정보기술(IT) 기업의 새로운 업무공간으로 주목받았던 지식산업센터가 공급과잉의 후유증에 빠졌다. 부동산 호황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이 빠르게 늘었지만 정작 공간을 사용할 기업 수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곳곳에서 빈 사무실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실입주 기업보다 투자 목적의 수요가 분양시장을 떠받쳤던 만큼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함께 투자수요가 빠져나가자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도 한꺼번에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공급된 경기지역 지식산업센터의 공실률이 절반에 육박하는 등 공급과잉 문제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고양 향동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 현장 모습 (사진=IB토마토)
 
수도권 10곳 중 4곳 공실…수요 못 따라간 공급 
 
14일 산업통상부(이하 산업부)와 KB경영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식산업센터 공실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이다. 산업부가 집계한 2023~2025년 준공 지식산업센터의 공실률은 경기 44.2%, 서울 40.7%로 나타났다. 최근 공급된 지식산업센터 중심으로 서울에서도 10개 호실 가운데 4개가량이 비어 있는 셈이다.
 
최근 40%가 넘는 공실률은 본래 목적인 기업의 입주 수요를 공급이 크게 앞지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KB경영연구소가 지자체 입주업체 수와 건축물대장상 공급 호수를 토대로 추정한 경기지역 지식산업센 공실률은 43%였다. 이 중 2020년 이후 준공된 시설은 49.4%로 절반에 육박했다. 해당 수치는 하남·화성·남양주 등 단기간 공급이 급증한 일부 지역이 제외돼 실제 공실 부담은 이보다 커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현재의 공실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만큼 공급 물량이 누적된 점이다. KB경영연구소는 과거 시장에서 소화된 공급 수준을 기준으로 2016~2023년 초과 공급 면적을 1467만㎡로 추산했다. 신규 공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기존 초과 물량을 시장이 소화하는 데 약 13년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나타난 높은 공실률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실제 입주 수요보다 빠르게 공급이 늘어난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 누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고양 향동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 현장 모습 (사진=IB토마토)
 
기업 공간에서 투자상품으로…민간 분양이 키운 시장
 
지식산업센터가 공급과잉에 빠진 배경은 '달라진 시장 성격'이 꼽힌다. 초 지식산업센터는 도시 내 제조업 입지를 확보하고 중소기업과 지식기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도입됐다. 첨단·지식산업 기업의 입주가 늘면서 2010년 명칭도 '아파트형 공장'에서 '지식산업센터'로 바뀌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공공이 공급을 주도했지만 1995년 민간 참여가 허용되면서 점차 개발사업의 성격이 강해졌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를 분석한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24년 11월까지 준공된 지식산업센터  93%가 민간 공급이다. 전체 1115개 가운데 83.1%인 927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경기가 544개(48.8%), 서울이 313개(28.1%)로 두 지역에만 전체의 76.9%가 집중됐다. 공급 방식 역시 임대보다 분양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전체 건축면적의 81.5%가 분양 형태였고 수도권에서는 관련 비중이 84.9%까지 올라갔다.
 
부동산 호황기 투자수요 또한 해당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주택과 달리 지식산업센터는 당시 매입 가격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전매제한도 적용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적은 자기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취득·재산세 감면 혜택에 기업을 임차인으로 확보하면 임대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또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주택시장 규제가 강화된 2020~2021년을 전후해 시중 유동성이 지식산업센터로 유입되면서 투자 목적의 분양 수요가 시장 확대를 뒷받침했다.
 
수요가 몰리자, 공급 역시 가파르게 늘었다. 2016~2023년 전국 지식산업센터의 연평균 공급면적은 293만 5000㎡로 2001~2015년 연평균 110만 1000㎡의 2.7배에 달했다. 특히 2019~2023년 5년 동안 공급된 면적만 1789만㎡로 이전 15년간 누적 공급면적 1652만㎡를 넘어섰다. 기업 수요 보다 공급이 급증한 것이다.
 
투자수요에 의존했던 시장은 금리 상승과 함께 빠르게 식었다. 전국 지식산업센 월평균 거래량은 부동산시장 호황기였던 2021년 326건에서 2023년 162건으로 절반 수준까지 감소했다. 2024년에는 203건으로 일부 회복했지만 여전히 2021년의 60% 수준에 그쳤다. 공급 물량은 쌓이지만, 수요는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수도권 지산 공실도 양극화…결국 기업 수요가 관건
 
하남 미사와 풍산동 일대는 수도권에서도 한때 지식산업센터 공실 문제가 두드러진 지역으로 꼽혔다. 하남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이 일대 지식산업센터 22곳, 공장 호실 9951개 가운데 약 40%가 비어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부동산 호황기에 공급이 빠르게 늘어났지만, 실제 입주할 기업 수요가 따라가지 못했다. 하남시가 입주 가능 업종을 확대하면서 공실 상황은 이전보다 다소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공실률이 별도로 집계되지 않은 상태다.
 
남양주 다산과 별내 역시 지식산업센터가 집중 공급된 곳으로 최근 공실률 회복 움직임이 나타난다. 다산동 일부 지식산업센터는 업무·공장 공간의 입주율이 9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저층 상가는 여전히 공실이 있다. 일부 지식산업센터는 상가 70개 호실 가운데 26개가 비어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업무공간이 채워진 뒤에도 상가 공실은 남아 있는 데다, 최근 준공된 곳은 여전히 공실이 심각한 상태다.
 
고양 향동도 한때 낮은 입주율로 지식산업센터 공실 문제가 부각됐던 지역이다. 최근에는 입주할 수 있는 업종을 늘리면서 상황이 조금씩 개선 중이다. 고양시 전체 지식산업센터 29곳의 평균 입주율은 올해 3월 72.4%에서 8월 76.98%로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지식산업센터는 실제 공간을 사용할 기업이 들어와야 공실을 줄일 수 있어 기업 수요가 부족한 지역은 단기간에 정상화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식산업센터는 결국 실제로 들어와 사업을 할 기업이 있어야 공실이 해소되는 상품"이라며 "호황기에 투자 수요를 보고 공급이 빠르게 늘어난 지역은 임대료나 분양가격을 낮추더라도 기업 수요 자체가 부족하면 공실을 해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개발산업연구원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식산업센터 공실은 지역마다 공급량과 실제 입주할 기업 수요가 달라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공급이 집중된 지역은 입주 업종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해당 지역에서 공간을 실제 사용할 기업 수요가 얼마나 있느냐가 공실 해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