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철근사
한국철강(104700)이 성장보다 주주환원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이에 성장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철강은 상장 철근사 중 역성장 폭이 가장 컸다. 철근산업 불황이 깊어지자 철근업계는 기술개발, 신사업 진출 등 다양한 생존전략을 펴고 있다. 한국철강은 여전히 철근 중심의 사업을 유지하는 모습이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평가다.
(사진=한국철강)
주주환원에 집중된 자본배분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한국철강은 보유 현금흐름의 다수를 주주환원에 배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은 소액주주의 요구를 받아들여 최근 몇년간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적극적 주주환원책을 폈다. 다만, 2024~2025년 철근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자 한국철강은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주주환원을 충당하기 어려워 투자자산 처분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한국철강은 지난해 마련한 유동성 중 절반 이상을 주주환원에 할애했다. 지난해 3분기 회사는 영업활동현금흐름 51억원, 투자자산과 보유 설비 일부를 처분해 715억원을 확보했다. 이 중 397억원(24년 결산배당과 25년 중간배당 합계)은 배당, 28억원은 자사주 취득에 사용했다. 유형자산 투자에 들어간 금액은 172억원에 그쳤다.
직전연도 역시 확보한 현금흐름의 절반 이상을 주주환원에 썼다. 회사는 2024년 3분기 현금흐름 확보분 1386억원 중 754억원(23년 결산배당 155억원, 자사주 취득 599억원)을 주주환원에 사용했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밀려나고 있다. 배당성향이 투자 비중을 급격히 초과하는 현상이 한국철강에서 나타나고 있다. 24년 결산 배당금 265억원에 대한 배당성향은 112%로, 매출 대비 유형자산 투자액 비중(4.8%)를 크게 능가한다. 이는 회사가 성장보다 주주환원에 집중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성장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자 자본 효율성도 낮아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제 한국철강의 ROA(자산순이익률)는 2024년 말 2.6%에서 지난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아울러 ROIC(투하자본수익률) 역시 순이익 감소에 동반 하락 추세를 보였다. 이는 회사의 자본 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다.
자본의 비효율성은 매출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주요 철근 상장사 매출을 살펴보면 한국철강의 매출 감소율이 가장 컸다. 한국철강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3602억원으로 직전연도 3분기(4558억원) 대비 21% 감소했다. 이는 상장 철근사 중 가장 큰 역성장치이다. 에프앤가이드는 지난해 한국철강의 연매출을 4750억원으로 추정하며 직전연도 대비 20.8% 감소할 것이라 추정했다.
철근업계는 생존 몸부림 중
동종업체들은 철근 시장의 침체를 이겨내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동국제강(460860)은 LNG용 극저온 철근, 유리섬유 철근 등 특수철근 개발을 통해 매출 증대를 꾀하고 있고,
대한제강(084010)은 스마트팜 사업에 54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철근 사업 비중을 낮추려는 시도 중이다.
반면 한국철강은 주요 철근사 중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주환원 확대에도 여전히 자본력이 탄탄한 점이 적극적인 성장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3분기 회사의 유동비율은 1214%에 달했다.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3680억원)이 탄탄한 유동비율을 뒷받침한다.
적극적인 자본 투자의 성과는 불황기에 나타나고 있다. 해외 시장 개척에에 자본 투자를 지속해온 동종사 대한제강은 지난해 3분기 ROIC가 직전연도 말 대비 반등하는 등 자본 투자 효율성이 나타나고 있다. 대한제강의 싱가폴 철근 법인은 지난해 3분기 7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회사 이익 반등에 기여했다.
이에 자본의 효율적인 분산이 향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특히 사업 영역이 내수 철근시장에 국한된 한국철강은 주주환원과 자본 투자의 접점이 요구된다는 평가다. 철근 산업의 총량 축소가 사실상 예정된 가운데, 버티기 전략으로 일관할 경우 향후 더 치열한 경쟁에 내몰릴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철근산업에 대한 자율적 구조조정 개편안을 내놓았다. 업계에 따르면 연간 1000만톤 수준인 국내 철근 총생산량을 20~30%가량 감축하는 것이 구조조정안의 목표로 파악된다. 건설산업의 현 수준 수요에 맞춘 감축안으로 전해진다. 이에 철근업계 1위
현대제철(004020)은 일부 철근 설비를 폐쇄하는 등 정부 구조조정안에 호응하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철근업계가 자발적 구조조정에 돌입했지만,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현재 구조조정이 부진한 상태라 향후 철근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불황을 이겨낼 투자 필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