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금호타이어(073240)가 고부가가치 타이어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질적 성장을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공장 화재와 미국의 막대한 관세 부과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만기가 도래한 차입금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생산능력(CAPA)을 증설하고 있어 회사의 재무역량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금호타이어)
3.5조원 매출 달성…수익성은 ‘정체’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3분기 3조 5412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3조 2914억원) 대비 약 2500억원(7.6%)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도 유럽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및 고인치 타이어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결과다. 실제로 금호타이어의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매출 비중은 전년 대비 1.5%포인트 상승하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외형 성장의 기쁨도 잠시, 수익성 지표는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302억원으로, 전년 동기(4374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수익성 악화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영업외비용인 ‘기타비용’ 급증이다. 금호타이어의 3분기 누적 기타비용은 2738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1124억원) 대비 두배 이상 폭증했다. 이 중 가장 뼈아픈 대목은 전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재해손실’ 항목이다.
기타비용 상세 내역을 보면, 지난해 5월 발생한 광주공장 대형 화재에 따른 자산 소실 및 복구 비용 등이 반영된 재해손실 규모는 1601억 7700만원에 달한다. 공장 설비의 절반 가까이 소실된 당시 화재는 단순한 자산 손실을 넘어 생산 차질로 인한 기회비용까지 발생시키며 금호타이어 재무 구조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기업의 체질 개선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 부분이 화재 수습과 복구라는 일회성 비용으로 증발한 셈이다.
화재가 회사에 영업 외적인 충격을 입혔다면, 미국의 관세 부과는 영업 활동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분기 누적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는 6396억원으로 전년 동기(5531억원) 대비 15.6%나 늘어났다. 급여나 연구비 등 일반적인 관리 항목의 증가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약 93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국 반덤핑 관세 부담이 실적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5월부터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대해 관세 적용을 시작하면서, 금호타이어는 연말까지 누적되는 관세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 관세 비용이 판관비 내 운반비(1274억원)나 지급수수료(383억원) 등에 녹아들면서 비용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운반비는 전년 동기(1076억 원) 대비 약 200억원가량 증가했는데, 이는 글로벌 물류비 상승과 관세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함평·폴란드에 신공장…차입금 넘치는데 투자금까지 부담
금호타이어는 이러한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생산 거점 전면 재편에 나섰다. 불이 난 광주공장을 보수하는 대신, 전남 함평에 첨단 스마트 팩토리를 지어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함평 신공장은 50만㎡ 부지에 총사업비 6609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회사는 내년까지 1단계 건설을 마무리하고 2028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함평 신공장 준공이 완료되면 금호타이어는 연간 530만본의 타이어 CAPA를 갖추게 된다.
신공장은 스마트 제조 설비와 친환경 공정을 도입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함으로써 기존 광주공장 대비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호타이어는 지난달 함평군에 착공 신청을 완료했으며 올 초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인 수익성 회복을 위해 금호타이어는 미국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글로벌 생산 기지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폴란드 신공장 건설(총사업비 한화 약 8606억원)을 확정 지었으며, 베트남과 중국 공장 등의 가동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같은 CAPA 확장이 단기적으로는 재무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3분기 금호타이어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024억원으로 전년 말(2078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지만, 폴란드 신공장과 더불어 함평 신공장 등에 이를 상회하는 투자금이 투입될 예정인 데다 만기가 도래한 단기차입금(1조519억원)과 유동성장기차입금(946억원) 규모가 이미 1조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투자 계획을 세워놓고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관세로 인한 판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난해 5월 이후 1차적으로 판가 인상을 한 바 있지만, 비용 상쇄를 위해 추가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며 70% 이상 상쇄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