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투자자 변경·풋옵션 매수 가격 상향 등 조건 악화파생상품평가손실 84억…롤오버로 옵션 가치 재산정옵션 부담액 1300억 수준…롯데건설 "자본 안정성 관리 차원"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롯데건설이 인천 청라국제도시 '베어즈베스트 골프장 개발사업'(블루아일랜드개발 PF)과 관련해 장기간 유지돼 온 풋옵션(주식매도선택권) 계약을 연장했다. 기존 옵션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권리 주체가 교체됐고, 이에 따라 행사 기간과 가격이 새롭게 조정됐다. 기존 조건을 종료하고 다시 설정하는 이른바 ‘롤오버’ 방식으로 계약이 이어지면서, 블루아일랜드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연계된 잠재적 재무 부담 역시 현재진행형으로 남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어즈베스트 청라CC' 골프장 내 부지.(사진=롯데건설)
옵션 기간만 20년…FI에겐 선택권, 롯데건설엔 의무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블루아일랜드개발 PF 사업과 관련한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의 현재 권리자는 재무적 출자자(FI)인 엠케이청라와 비엔비그린이다. 이들은 블루아일랜드개발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다. 이번 풋옵션은 롯데건설이 보유한 블루아일랜드개발 지분을 이미 매각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과거 지분 출자 과정에서 FI에게 보유 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수 있는 선택권을 약정한 구조다.
풋옵션의 권리는 FI가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선택권(권리)인 반면, 롯데건설은 옵션이 행사될 경우 해당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PF 구조상 시공사가 사업 성과 부진 시 금융 리스크 일부를 떠안는 신용보강 장치로, 회계적으로는 롯데건설 입장에서 '부채' 성격의 약정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롯데건설은 엠케이청라가 보유한 블루아일랜드개발 지분 440만6400주를 주당 1만 6333원에, 비엔비그린이 보유한 354만9600주를 주당 1만 6345원에 각각 매입해주는 조건으로 풋옵션을 부여했다. 옵션 행사 기간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2년 이내다.
직전 반기보고서 기준으로는 이 풋옵션의 권리자가 교보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었다. 당시에는 교보증권이 보유한 440만 6400주를 주당 1만 4131원에, 하이투자증권이 보유한 354만 9600주를 주당 1만 4132원에 매입하는 조건이었고, 행사 기간도 1년 이내로 설정돼 있었다. 이후 옵션 만기가 도래하면서 기존 계약은 종료됐고, 롯데건설은 새로운 FI와 행사가격을 상향하고 행사 기간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다시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옵션을 종료하고 동일한 구조의 계약을 재체결하는, 이른바 '롤오버' 방식이다. 이번 행사가격 상향과 기간 연장은 FI의 회수 안전성을 높이는 반면, 롯데건설 입장에서는 부담을 더 오랜 기간 안고 가야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재무적 유연성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풋옵션 자체가 일회성 계약이 아니라 PF 차환과 연동돼 있는 구조다 보니, 만기마다 기존 FI가 엑시트(자금 회수)하고 새로운 FI가 유입되는 과정에서 옵션도 함께 넘겨받는 형태로 이어졌다. 그 결과 권리자는 바뀌었지만, 롯데건설이 부담하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블루아일랜드 PF 풋옵션이 인천 청라 골프장(베어즈베스트 청라 CC) 준공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20년 가까이 이어진 배경에는, 공사 완료 시점과 금융 구조의 종료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옵션은 골프장 완공과 무관하게 재무적 FI의 투자금 회수를 보장하기 위해 설정된 약정이다. 골프장은 지난 2007년부터 개발 시작으로 2010년 준공됐지만, 분양 지연과 PF 차환이 반복되면서 FI가 지분을 정리하고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가 열리지 않았고, 그 결과 풋옵션 역시 종료되지 못한 채 연장돼 왔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풋옵션은 투자자 유치를 위해 활용되는 대표적인 신용보강 장치로, FI에게는 손실을 제한하는 안전판이지만 시공사인 롯데건설 입장에서는 사업이 장기화될수록 재무적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다.
최근 옵션 조건 변경 역시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했다기보다는, 만기 도래에 따라 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조건을 다시 설정한 '롤오버' 성격이 강하다. 다만 이번에는 행사가격이 높아지고 행사 기간도 연장되면서 옵션의 공정가치가 다시 산정됐고, 그 결과 이번 분기에만 파생상품 평가손실 84억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금 유출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 행사가격 기준 옵션 부담액이 약 1300억원, 관련 주식옵션 파생상품부채가 839억원에 달하는 만큼 단기 손익보다는 장기간 이어지는 금융 불확실성으로 관리해야 할 부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은 블루아일랜드개발 PF 풋옵션 조건 변경을 자본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 차원의 조치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해당 옵션이 이미 PF 구조에 포함돼 장기간 관리돼 온 약정으로, 이번 조건 변경이 새로운 재무 리스크 발생을 의미하지 아니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옵션 자체는 PF 구조 내에서 설계된 약정으로, 건설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은 아니다"라며 "재무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사 측은 해당 옵션이 회계적으로는 부채 성격의 약정에 해당하는 만큼, 현재 PF 관련 우발부채 범주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시에 드러난 금액 외에 세부 규모나 내부 관리 기준에 대해서는 "내부 관리 사항에 해당해 공개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풋옵션의 두 얼굴…블루아일랜드 PF는 부담·SOC는 권리
같은 '풋옵션'이라도 누가 선택권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재무적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블루아일랜드개발 PF에서는 FI가 빠져나갈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고, 롯데건설은 그 선택이 실행될 경우 지분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반면 롯데건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SOC(사회간접자본) 사업과 관련한 주식매도청구권의 구조는 이와는 정반대인 것으로 드러난다.
공시에 따르면 서수원–의왕 고속화도로, 신안산선 복선전철,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등 주요 SOC 사업에서 롯데건설은 옵션의 권리자로서 풋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사업 여건이 악화되거나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롯데건설이 보유 지분을 발주처나 재무적 투자자에게 매도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에 해당한다.
이는 행사 여부를 건설사가 판단하는 '출구 전략' 성격의 권리인 셈이다. 통상 장기간 운영되는 사업 특성상 정책 변화나 교통 수요 변동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되며, 회계적으로도 의무가 아닌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분류된다.
동시에 롯데건설은 부산신항 제2배후도로 등 일부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서는 사업법인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역시도 롯데건설이 반드시 지분을 매수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사업 여건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 경우 지분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선택권'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다수의 SOC 민간투자사업에서 이 같은 옵션을 활용하고 있는 점을 두고, 건설사 가운데 옵션 계약 비중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같은 옵션이라도 누가 권리를 쥐고 있느냐에 따라 재무적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며 "블루아일랜드 PF처럼 건설사가 재무적 출자자에게 풋옵션을 부여한 경우에는, 옵션이 행사될 가능성 자체를 잠재적 재무 부담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실제 현금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SOC 사업에서 롯데건설이 보유한 풋옵션에 대해서는 "상대방에게 의무를 지우는 구조가 아니라, 롯데건설이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라며 "다만 이 역시 행사 여부와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회계상 자산으로 바로 인식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옵션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PF 구조 안에서 건설사가 부담을 떠안는 위치에 있는지, 선택권을 가진 위치에 있는지를 구분해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