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목우촌, 농협 수혈로 버티기…자립력 '적신호'
지난해 매출 하락에 영업적자…판관비 방어 못한 탓
최근 5년간 농협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차입금 빌려
올해도 740억원 수혈…실적 개선 방안 의구심
공개 2025-12-1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9일 14:3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보현 기자] 농협목우촌이 지난해 매출이 줄고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 회사는 최근 5년간 농협으로부터 운전자금 용도로 대규모 차입금을 꾸준히 수혈 받아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5월 박철진 대표이사는 2027년까지 육계부문에서 121억원 수준의 손익개선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올해도 대규모 차입은 지속되고 있다. 자체 종계장이 없는 탓에 육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실적 턴어라운드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농협목우촌 홈페이지)
 
영업 적자 전환…용역비·운반비 급증 비용 부담 확대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협목우촌의 지난해 실적은 7472억원으로 전년(7612억원) 대비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18억원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14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배경은 매출이 줄고 판매비와 관리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판관비는 2023년 768억원에서 지난해 859억원로늘어났다. 이중에서는 용역비와 차량운반비가 크게 늘었다. 2023년 대비 지난해 용역비는 107억원에서 124억원으로, 차량운반비는 198억원에서 23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같이 고정비가 늘어난 배경에는 회사가 다른 육계업 회사와 달리 자체 종계장이 없는 점이 작용했다. 농협목우촌은 돈육과 계육을 중심으로 가공품 생산 및 판매를 하고 있다. 하림 등 같은 업종 회사의 경우 사육부터 도축, 가공, 판매까지 원스텝 구조를 띠는 반면, 농협목우촌은 종계장 부재로 외부 용역이나 물류 의존도가 높다. 또한 시장 내 가격 변동에도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계육업계는 물가상승, AI(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인해 사료비, 인건비, 물류비가 동시 상승한 바 있다.
 
매출액 중에서는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제품매출’이 크게 줄었다. 이는 회사가 직접 생산해 판매한 수익으로, 2023년 4509억원에서 지난해 4369억원으로 감소했다. 그다음으로는 회사가 외부에서 매입해 판매한 수익인 ‘상품매출’이 동기간 3186억원에서 3104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박철진 대표이사는 지난 5월 회사 중장기 실적개선 방안을 설명하며 ‘생산 부문에서 물량 조절과 가공 확대, 사육 농가 효율화를 추진해 비용 절감을 꾀하고, 구매, 물류 시스템을 고도화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단기차입금 196억 순유입…올해도 농협서 740억원 차입
 
실적 부진에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23년(마이너스 4600억원)에 이어 지난해도 적자(마이너스 2143억원) 폭이 더 커졌다. 당기순손실도 16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투자활동현금흐름(22억원), 재무활동현금흐름(208억원)은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는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은 부족한 상황이지만, 외부 조달을 통해 현금을 끌어와 적자를 보완했다는 의미다.
 
특히 재무활동 현금흐름 중 단기차입금은 약 196억원이 순유입됐다. 단기차입금 차입 항목은 618억원, 단기차입금 상환은 422억원으로 기록돼서다. 이는 지난해 단기차입금을 상환한 것보다 더 많이 차입했다는 의미다. 차입금이 증가하니 현금성자산도 2023년 7억원에서 지난해 23억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회사가 지난해 농협은행으로부터 차입한 단기차입금은 2023년 말 281억원에서 지난해 말 478억원으로 뛰었다.
 
현금성자산은 늘었지만 차입금 만기는 올해 안에 도래해 향후 유동성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차입금의 잔존계약만기는 장부금액 상 575억원이다. 이중 만기가 6개월 미만은 423억원, 6개월~1년은 215억원이다. 
 
앞서 농협목우촌은 올해를 포함해 최근 5년간 농협으로부터 꾸준히 운전자본 명목의 차입금을 대여해왔다. 이를 모두 합하면 약 16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지속적인 모회사의 수혈에도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올해 박철진 대표이사는 ‘2027년까지 계육부문에서 121억원 수준의 손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전망을 밝혔다.
 
그러나 농협목우촌은 올해도 농협 측에 740억원 규모로 운전자금 목적의 단기차입금을 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전사업연도 말 자기자본은 1174억원으로, 해당 규모는 자기자본대비 약 63%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회사는 농협에 계약체결일 기준 지난 1월 23일 140억원, 지난 4월 29일 300억원, 지난 5월 23일 200억원, 지난 7월 10일 1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대여했다. 이자율은 최대 4.58%로 비교적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농협목우촌은 펫사업, 화이트미트 신제품 출시 등 여러 신사업 추진 및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이에 실적 개선 과정에서 언제까지 모회사에 차입금 대여를 지속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농협목우촌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차입금은 담보대출, 정책자금이며 대부분 만기 연장됐다. 정책자금의 경우 3년 만기로 당분간 상환의 부담은 없고 당장 상환 계획은 없다”라며 “현재 부채비율이 업계 평균 이하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추가 담보 여력은 갖고 있으나 당장의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은 없다. 다만 신사업 진출을 위해 투자가 필요한 경우에 필요 재원 조달을 위해 추가 담보 대출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실적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화이트 미트 가공품 라인업을 올해 런칭해 올해만 약 3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펫사업 또한 전년대비 약 34%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신사업들이 시장에 안착하고, 현재 추진 중인 기존 사업에 대한 비용개선을 통해 이르면 내년에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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