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7500억 미국 투자 시동…재무 부담 분산이 관건
유증으로 1576억원 확보…추가 6천억 필요
자회사 지분 활용 EB 등 방안도 선택지로 떠올라
공개 2025-12-03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01일 16:3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LS(006260)전선이 총 사업비 7500억원 규모의 미국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에 본격 착수하면서, 중장기 자금 조달 전략이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설비 증설을 넘어 현지 생산 거점과 전용 항만을 갖춘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인 만큼, 투자 구조와 재무 부담을 어떻게 분산할지가 향후 LS전선의 재무 전략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진=LS전선)
 
버지니아 해저케이블 공장, 2027년 준공 목표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전선은 최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 LS로부터 1576억원을 확보했다. 이번 증자는 미국 투자를 위한 첫 단계 자금 조달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전체 사업비를 감안하면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회사는 공장 준공 목표 시점을 2027년으로 잡고 있는데, 이미 집행한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향후 5924억원에 달하는 추가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미국 프로젝트는 규모와 성격 모두 LS전선의 기존 투자와 결이 다르다.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시 엘리자베스강 유역에 건설되는 해저케이블 공장은 단순 생산설비가 아니라 초대형 VCV(전압제어 전압소스) 타워와 전용 부두까지 포함한 복합 산업시설이다. LS전선은 2023년 투자 결정을 내린 이후 부지 선정과 타당성 검토에만 2년 가까운 시간을 투입했다.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내 생산 기반을 선점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베팅’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 재원 일부는 확보했지만, 약 6000억원의 자금이 더 투입될 예정인만큼 추가적인 자금조달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영업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우선 활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를 통해 충당할 수 있는 규모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3분기 누적 기준 LS전선의 영업이익은 2458억원으로 투자 예정금 대비 절반 이상 부족하다. 6975억원 규모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동차입금 및 사채(1조9680억원)가 2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라 사실상 빚을 갚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특히 LS전선은 사업 구조상 운전자본 변동성이 커 수익성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LS전선의 운전자본 흐름은 큰 폭으로 흔들려 왔다. 2022년 운전자본 투자 규모는 –1863억원이었지만, 이듬해에는 393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다시 –3136억원으로 축소됐다가 올 들어서는 1960억원 수준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이는 턴키 방식 수주 확대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많다. 설계부터 시공, 이후 유지·보수까지 포함하는 턴키 프로젝트는 계약 규모가 크고 수익성도 높지만, 초기 자금 투입이 크고 공사 기간이 길어 대금 회수 시점이 늦어지는 구조다. 이 경우 미국 투자 자금은 외부 조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회사 지분 활용 사례도
 
이 때문에 시장의 시선은 LS전선이 보유한 자회사 지분으로 쏠리고 있다. LS전선은 LS마린솔루션(060370), LS에코에너지(229640), 가온전선(000500), LS머트리얼즈(417200) 등 상장 자회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경영권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분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과거 사례도 있다. LS전선은 2021년 LS에코에너지 지분을 기초자산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한 바 있고, 최근에는 LS마린솔루션 지분 약 15퍼센트 교환권을 담보로 2000억원 규모의 EB 발행에 나섰다. 해당 EB는 공식적으로는 채무 상환 목적이었지만, 시장에서는 미국 투자 재원으로 일부 전용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LS전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당 EB를 채무 상환 목적으로 신고하고 발행한 것은 맞다"면서도 "실제로 어디에 집행됐는지는 답변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성장성이 분명한 자회사 지분을 활용한 구조라면 시장 수용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자회사 가치 훼손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금과 차입을 보완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투자를 집행 중이지만 향후 투자금이 언제, 얼마큼 집행될지는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서 계속 바뀔 수 있다"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지만 우선적으로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한 현금 위주로 자금을 집행할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대주주 LS의 지원 의지는 분명하다. LS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LS전선 보통주 약 169만주를 주당 8만8500원에 취득하는 출자안을 의결했다. 이번 출자로 LS의 LS전선 지분율은 92.31퍼센트에서 92.52퍼센트로 소폭 상승한다. 
 
LS전선은 미국 해저케이블 시장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30퍼센트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LS그룹 역시 2030년까지 미국 전력 인프라 분야에 총 30억달러, 우리 돈 약 4조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미국 공장은 단일 프로젝트를 넘어 LS그룹 북미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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