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신뢰 대신 가성비를 판 기업들
백종원·교촌이 놓친 장사의 본질
신뢰를 지켜야 가심비가 산다
공개 2025-10-2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9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475560) 대표를 둘러싼 논란에 이어 교촌에프앤비(339770)(교촌치킨)까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소비자와의 접점이 많다는 점에서 작은 문제도 쉽게 사회적 비판으로 번지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에 있다. 제품의 가성비 못지않게 소비자가 중시하는 것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인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 형태)이기 때문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현재 식품표시광고법, 식품위생법, 원산지표시법, 축산물위생관리법 등 10여건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백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백 대표가 조사받는 내용들과 백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비교하며, ‘마녀사냥’식 비판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법 위반 내용보다 백 대표를 향한 분노가 과하다는 평가다.
 
교촌치킨 매장 모습(사진=뉴시스)
 
그러나 백 대표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떠나 중요한 것은 백 대표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백 대표의 경영 방식에 대해 문제 삼는 사람들도 많다.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고, 그런 인지도를 이용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를 모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가맹점주 돈으로 자신이 개발한 요리의 성공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실제 백 대표의 개인적 유명세에 비해 그가 출시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크게 성공한 브랜드는 많지 않다. 더본코리아 홈페이지를 보면 백 대표가 출시한 수십 개의 프랜차이즈 중 빽다방과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등 몇 개를 제외하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는 많지 않다. 특히 더본코리아가 상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저가 커피가 유행하면서 가장 늦게 출시한 빽다방의 성공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교촌치킨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교촌치킨은 지난 9월11일 순살 신메뉴 10종을 출시하면서 기존 인기 순살 메뉴 4종을 리뉴얼한다고 밝혔다. 명분은 ‘맛과 품질 개선’이었지만, 실상은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었다. 이 과정에서 3종의 중량이 700g에서 500g으로 줄었고, 1종도 600g에서 500g으로 줄었다. 반면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전형적인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유지하고, 내용량을 줄이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기존 국내산 닭다리살 100%에서 가슴살을 섞는 방식으로 내용물 구성도 바꿨다. 아울러 교촌치킨은 이런 변화에 대해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고지하지도 않았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교촌치킨은 한 달 넘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결국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관련 내용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것도 즉시 철회가 아니라 한 달 후에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얼마 전 한 강사의 유튜브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기업에는 제품에 집중하는 기업, 제도에 집중하는 기업, 그리고 철학에 집중하는 기업이 있다는 것이다. 제품만을 바라보는 기업은 단기 이익에 치중해 위와 같은 논란을 자초하지만, 철학에 집중하는 기업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결국 장기적인 신뢰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철학이다.
 
무엇보다 장사도 사업도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이다. 백 대표처럼 가맹점주의 희생 위에 세워진 사업이나 교촌처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영업 방식으로는 경영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기업이 가성비만이 아니라 가심비를 고민하고, 단기 매출이 아닌 신뢰의 가치를 회복할 때 비로소 '장사꾼'이 아닌 '상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최용민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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