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기에너지솔루션즈, 400억 풋옵션 '폭탄'…유동성 비상
전환가 대비 20% 낮은 주가…투자자 상환 청구
300억원 CB 추가 발행으로 풋옵션 대응
재무 상태 악화 지속에 하반기 실적 개선 중요
공개 2025-10-2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6일 14:5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삼기(122350)에너지솔루션즈가 총 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으로 현금 유동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 9월 발행한 300억원대 CB로 일부 대응이 가능했으나, 단기 부채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풋옵션이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만기가 임박한 차입금 상환 여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부채비율 상승과 이자보상배율 악화 등 주요 재무지표도 이미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어, 하반기 실적 개선과 자금 운용 전략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삼기에너지솔루션즈)
 
전환 물량은 제거했지만…단기 유동성 압박 심화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기에너지솔루션즈는 지난 2023년 10월 발행한 제1회차 CB와 제2회차 BW 총 400억원 규모를 지난 13일 전액 조기상환했다. 주당 전환가액 및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은 모두 2729원으로 동일했으며, 14일 기준 삼기에너지솔루션즈 종가는 2180원으로 전환가 대비 약 20% 낮은 수준이었다.
 
CB나 BW의 경우 주가가 전환가보다 높아야 주식 전환을 통해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도는 상황에서는 투자자가 전환 대신 상환을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풋옵션을 행사했고, 회사는 장외매수 방식으로 채권을 전액 취득해 소각 처리했다.
 
이번에 상환된 CB와 BW의 권면총액은 각각 200억원으로, 지급이자를 포함한 총 상환금액은 약 416억원에 달했다. 발행 당시 만기는 2028년 10월11일이었지만, 발행 2년 만에 투자자들의 조기상환 청구로 전액 상환이 이뤄진 것이다. 회사는 해당 자금을 외부 차입이 아닌 보유 현금으로 충당했다.
 
삼기에너지솔루션즈가 지고 있는 재무부담은 단순히 이번 CB와 BW 상환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회사의 현금 보유 여력 자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기준 삼기에너지솔루션즈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26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적지 않은 규모지만, 회사가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 924억원 중 만기가 임박한 단기차입금은 283억원, 유동성장기부채가 98억원으로 단기성 부채만 381억원 수준이다.
 
즉, 보유 현금만으로는 당장 갚아야 할 단기부채를 충당하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400억원 규모의 CB·BW 풋옵션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지난 9월 회사는 채무상환 용도의 300억원 규모 CB를 발행한 바 있다. 해당 자금은 이번 풋옵션에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회사가 가진 현금성자산에서 나머지 100억여원을 충당했다. 당장 발생환 풋옵션에는 대응할 수 있었지만, 현금성자산이 226억원에서 126억원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만기가 임박한 단기성 부채 381억원을 대응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 176.4%…이자보상배율도 ‘한계기업’ 경고 구간
 
재무지표 역시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삼기에너지솔루션즈의 부채비율은 2022년 110.7%에서 2023년 154.7%로 상승했고, 지난해 말에는 176.4%까지 치솟았다. 이는 차입 규모 확대와 함께 부채 부담이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자보상배율도 악화일로다. 2023년 0.35배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10배까지 추락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기준으로 3년 연속 1배 미만일 경우 해당 기업은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한계기업 지정은 향후 신규 차입여력이나 신용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기에너지솔루션즈의 올해 연간 실적에 따라 회사의 생존기로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기준 삼기에너지솔루션즈의 2022년 86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전기차, 배터리 등 전방산업 캐즘(수요 둔화)이 시작되면서 2023년 7억원까지 떨어졌다. 1년만에 영업이익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어 지난해에는 –63억원을 기록하면서 완전히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올 상반기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 삼기에너지솔루션즈의 영업이익은 56억원으로 52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던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이 크게 회복됐다. 상반기 실적이 선방을 한만큼 남은 하반기 실적이 한계기업 지정 여부와 향후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IB토마토>는 삼기에너지솔루션즈 측에 하반기 실적 전망과 함께 400억원대 풋옵션으로 보유현금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만기가 임박한 단기성부채 상환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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