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피플
박기호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 회장
소부장,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축
무신사·하이브·세미파이브 등 성장기업 발굴
공개 2025-10-13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01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최근 벤처투자 업계에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기술력과 IPO(기업공개)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소부장 기업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근간으로 자리 잡은 산업군이다. 박기호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KITIA) 회장은 "소부장 산업은 국가 전략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 27년간 경력을 쌓은 박기호 회장는 지난 2019년 LB인베스트먼트 대표에 취임한 후 2020년부터 KITIA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기업 에스투더블유, 반도체 설계 솔루션 기업 세미파이브, 유니콘 패션 플랫폼 기업 무신사, 방탄소년단(BTS) 소속 연예기획사 하이브, 패션 기반 모바일 쇼핑 플랫폼 에이블리 등을 발굴한 베테랑이다.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는 국내 소부장 투자 활성화를 위해 설립됐다. ▲투자연계형 연구개발(R&D) 사업 ▲IR 컨설팅 ▲해외 인수합병(M&A) 및 사업화 기술개발 지원 ▲국내외투자기업 및 해외진출 국내기업 지원 ▲금융투자 관련 정책 및 제도연구 등을 수행한다. 

 

박기호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 회장.(사진=LB인베스트먼트)

 

다음은 박기호 KITIA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소부장 투자가 벤처투자 업계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부장 산업은 반도체, 배터리, 미래차, 방위산업 등 국가 전략산업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 영역이다. 이 분야의 기술이 흔들리면 완제품 산업 전체가 위험해지기 때문에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투자처로 평가된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소부장 기업의 기술력과 자립성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단순 부품업체가 아니라 초정밀 장비·첨단 소재를 갖춘 딥테크 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반도체 검사 장비, 전력반도체 소재 기업들은 대체 불가능한 기술로 글로벌 밸류체인에 깊이 들어가 있다.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이 산업의 허리를 지탱하면서도 성장성이 크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투자 대상이 된다.

 

-한국의 소부장 투자가 글로벌에서 주목받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소부장 산업은 일본 수출 규제 이후 기술 자립과 공급망 안정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면서 전략적으로 재편됐다. 더불어 최근 미·중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제조업은 ‘신뢰할 수 있는 대안 공급지’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전략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가 강화됐고 특히 핵심 소재와 장비를 공급하는 소부장 기업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소부장 기업이 IPO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부장 기업이 IPO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일본 수출 규제 이후 기술 자립과 공급망 안정이 국가적 과제가 된 점소부장 기업들이 단순 부품 공급업체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딥테크 기업으로 성장한 점이다예를 들어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가비스(420770)는 반도체 기판 검사 장비를 개발한 회사다. AI 반도체 고도화 과정에서 필수적인 기술을 보유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KITIA의 투자연계형 R&D에 참여한 기업들의 IPO 성공률이 일반 기업보다 4.5배 높다는 사실도 소부장 기업의 잠재력이 시장에서 확실히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소부장 창업을 활성화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나.

△소부장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장 친화적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KITIA가 운영 중인 투자연계형 R&D 모델은 이미 성과가 검증된 만큼 이를 국가 대표 지원 플랫폼으로 확대하는 게 효과적이다또한 창업 기업이 성장 후 대기업과 M&A를 통해 도약하고 투자자는 자금을 회수해 다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이를 위해 M&A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이런 기반이 갖춰질 때 소부장 스타트업이 글로벌 초격차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현재 AI 기업 투자가 벤처투자 시장을 주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I는 지금 전 세계 벤처투자 시장의 중심에 있다. 그 이유는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제조업·금융·의료·서비스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혁신을 동시에 촉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소프트웨어와 플랫폼뿐 아니라 반도체·서버·전력 효율을 위한 소재와 장비 등 하드웨어 투자까지 급격히 늘리는 계기가 됐다. 본인은 2025년 1월과 4월 두 차례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미국의 톱티어 벤처캐피탈들을 직접 만났다. 그 자리에서 확인한 것은 AI 투자가 2024년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현장이었다. 투자 논의 대부분이 AI 인프라, 반도체, 클라우드,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응용 서비스에 쏠려 있었다. 실제로 국내외 통계에서도 AI 소프트웨어와 AI 반도체 투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체 투자금의 절반 가까이가 AI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향후 10년간 산업 지형을 바꾸는 범용 혁신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성과 파급력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서 주목할 수밖에 없다.

 

-KITIA에 대해 소개해달라.

△KITIA는 2001년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설립된 협의체다. 현재 투자기관과 소부장 기업 180여 개가 함께하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유관 협의체로 우리나라 소부장 산업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저는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며 회원사를 대표해 2020년부터 회장직(비상임)을 맡고 있다회장으로서 KITIA가 소부장 산업 발전의 중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고 회원사를 넓히며 심사역 교육과 분기별 세미나국제 M&A와 교류 확대를 추진해 왔다. 이런 노력들은 다양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KITIA의 역할은 기술력 있는 소부장 기업들이 자금 문제로 성장을 멈추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투자연계형 R&D, 해외 M&A 지원, IR 컨설팅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이 성장 단계마다 필요한 자금과 국내외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KITIA의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투자연계형 R&D 지원, IR 컨설팅, 투자연계형 기술확보지원사업, 글로벌기술도입지원(X&D) 사업, 외국인직접투자(FDI) 지원 등이 있다. KITIA IR 컨설팅과 벤처캐피탈(VC) 매칭을 통해 기업이 민간 투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이후 사업성과 기술성을 평가해 정부가 R&D 자금을 연계 지원한다. 소부장 기업들은 해외 기술 도입 과정에서 기술 수준시장성법적·재무적 리스크가 뒤따른다KITIA는 기업이 이러한 과정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전문가 실사와 평가도 지원한다X&D 사업은 국내 기업이 해외 핵심 기술을 전략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M&A, 지분투자, IP 인수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방식을 지원한다. 이 밖에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도 지원하고 있다. 2004년 일본 기업 전용 창구인 ‘재팬데스크를 개설해 일본 기업들의 투자와 공장 설립을 도왔고 이후 독일과 미국 기업까지 협력을 확대했다

 

-KITIA와 벤처캐피탈 등 투자기관의 협력 방식은.

△소부장 기업을 발굴하는 일은 쉽지 않다. KITIA는 벤처캐피탈과 투자기관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딜 소싱 채널이 되고 소부장 기업들에게는 투자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이를 위해 KITIA는 대규모 IR 행사뿐 아니라 투자자 맞춤형 1:1 상담현장 방문 중심의 ‘찾아가는 IR’, 그리고 온라인 투자매칭 플랫폼 ‘KITIA 노블레스를 운영하고 있다이런 다양한 방식은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실질적인 협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KITIA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KITIA는 앞으로 소부장 금융·투자 플랫폼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더 많은 유망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심층 산업 정보를 제공해 심사역들의 전문성을 높이겠다. 이를 통해 시장에서 한발 앞서 기업을 찾아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 또한 발굴된 기업이 성장과 투자회수(엑시트) 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 투자연계형 R&D와 후속투자 연계 IR을 통해 성장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해외 M&A나 기술 제휴 기회를 넓혀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겠다. 동시에 M&A·기술 제휴 매칭 상담회를 확대해 기업이 스케일업과 투자 회수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회장으로서 KITIA의 적극적 노력을 통해 소부장 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