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렌터카가 막대한 단기차입 부담에 직면했다. 만기가 임박한 단기성부채 상환 압박이 집중되는 상황 속에서 회사가 가진 현금성자산은 턱없이 부족해 유동성 위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렌터카업계 2위라는 시장 지위와 꾸준한 실적 성장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잘 유지하고 있지만, 단기 부채 상환 부담이 높은 차입 구조와 대주주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회사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SK렌터카)
수익성 우수하지만…단기성부채 1조원 넘어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렌터카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573억원으로 전년 동기(3739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403억원으로 전년 동기(364억원) 대비 1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렌터카는 1분기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 꾸준히 외형과 실적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2022년 매출은 1조2465억원, 영업이익은 951억원, 2023년에는 매출 1조4028억원, 영업이익 1220억원, 지난해에는 매출 1조5565억원, 영업이익1725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커졌다.
이처럼 회사가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재무구조는 불안한 상태다. 우선 만기가 1년 이내로 도래하는 회사채 잔액만 2867억원에 달한다. 이 중 공모채가 1767억원, 사모사채가 110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1분기 말 기준 한 달 이내로 갚아야 하는 기업어음도 600억원이 있었던 터라 단기 유동성 압박이 심화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상태표를 보면 단기성부채 부담이 심각하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1분기 기준 회사가 가진 단기차입금은 1200억원, 유동성장기부채는 7533억원, 기타금융부채는 1310억원, 기타 유동부채는 366억원으로 단기성부채 총액은 1조409억원에 이른다.
반면 이를 감당할 현금성자산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002억원, 기타 금융자산은 47억원, 기타 유동자산은 904억원으로 현금성자산은 총 1953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이러한 점은 SK렌터카의 재무건전성 지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1분기 부채비율은 559.8%에 달하고 있으며 유동비율은 22.5%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다만 SK렌터카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렌터카 업계 특성상 초반에 렌트용 차량 구입에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는만큼 차입기조가 이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부채비율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매년 1조원 가량을 차입하고 있기는 하지만, 만기 일정에 맞춰 부채 상환이 원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주주 변경, 재무부담 대응력 떨어뜨릴까 우려도
업계 안팎에서도 SK렌터카의 이러한 재무구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SK렌터카의 총차입금 2.6조원 가운데 단기성부채가 1.4조원에 달해 단기간 내 감당해야 할 부채 상환 부담이 매우 과중한 상황”이라며 “상환 집중 시기에 유동성 대응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SK렌터카가 최근 대주주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도 차입부담을 적절히 해소하는 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SK렌터카가 SK그룹에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로 대주주가 변경된 후 과거처럼 계열을 통한 재무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점도 회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SK렌터카는 수익성 제고와 비용절감 등 재무개선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중고차 장기렌탈 확대와 지점 통합을 통한 비용 효율화, 감가상각비 절감 등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병행하고 있다. 유동성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1000억원에 달하는 현금및현금성자산과 4000억원이 넘는 미사용 대출약정을 확보하고 있다.
SK렌터카가 보유한 미사용 대출약정은 단기 유동성 압박을 완화하는 핵심 수단 중 하나다. 미사용 대출약정은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전에 확약된 대출한도를 뜻하며, 필요 시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유동성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SK렌터카의 단기 재무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이런 미사용 대출약정이 실질적으로 집행된다면,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자금경색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회사가 갑작스럽게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이나 운영자금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즉시 사용 가능한’ 유동 자산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사용 대출약정은 확약된 한도이긴 하지만, 금융기관과의 신용관계 유지, 이행 조건 충족, 시장 상황 등의 변수에 따라 실제 집행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출약정액 전액을 즉시 가용 가능한 현금자산처럼 간주하기엔 무리가 있다.
한편 최근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SK렌터카의 신용등급을 무보증사채 ‘A(안정적)’, 기업어음 ‘A2’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등급 유지가 앞으로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고금리 기조와 중고차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경우 수익성마저 흔들릴 수 있고, 회사의 유동성 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다솜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SK렌터카가 우수한 자체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재무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을지가 향후 중대한 경영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