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가스(018670)가 별도 기준으로 수익성 중심의 거래 전략을 통해 일정 수준의 영업실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업황 부진과 대규모 투자 지속으로 인해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향후 수천억원대 투자 집행 계획이 예정된 가운데 외부자금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SK가스)
2조원 훌쩍 넘는 순차입금…차입금의존도 47.7%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SK가스의 별도 기준 매출은 988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202억원) 대비 19% 감소했다. 이 가운데 석유화학 부문 매출은 1671억원으로 전년 동기(2855억원) 대비 무려 41% 급감했다. 전체 매출에서 석유화학 부문 비중은 지난해 1분기 24.3%에서 올 1분기 17.4%로 축소됐다.
이처럼 부진한 매출이 이어지는 이유는 LPG(액화석유가스)를 주요 원료로 활용하는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 납사 가격 안정화로 프로판 가격경쟁력이 떨어졌고, SK어드밴스드 등 주요 석유화학 고객사의 가동률도 낮아지면서 수요 위축이 발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러한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SK가스는 수익성 중심의 거래 전략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전년 동기 수준인 5%대 유지, 1분기 조정영업이익은 533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966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이 높은 거래 위주로 영업 전략을 조정하며 고정비 부담을 일부 상쇄한 결과다. SK가스가 물량 확대보다 이익률에 집중해 거래를 줄이더라도 손익 개선을 우선시하는 기조가 실적 안정에 기여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방어에도 불구하고 SK가스의 재무부담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SK가스의 순차입금은 2조2990억원으로, 전년 말(1조6327억원) 대비 41%나 급증했다. 올 1분기 순차입금 규모는 소폭 줄어든 2조848억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부채 상환 여력도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2023년 말 3.8배에서 지난해 말 6.2배로 급등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5.4배에 달했다. 이 지표는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의 차입금 상환 여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고점 근처에 머물고 있다. 2023년 43.8%였던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48.1%로 상승했고, 올해 1분기에도 47.7%로 여전히 외부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SK가스의 투자 여력 대부분이 외부 차입에 의해 조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규모 투자 앞둔 SK가스…6700억원대 규모
이처럼 악화된 재무지표에도 불구하고 SK가스는 앞으로 3년간 약 67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LNG터미널 인프라 및 수소사업 등 저탄소 에너지 중심의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3488억원, 내년 2245억원, 2027년에는 1052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투자 재원은 보유 현금성자산 6858억원과 SK HoldCo 매각대금 1500억원(올해 회수 예정), 사우디 합작법인(JV) 지분매각 등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외부 차입 없이 모든 투자 자금을 충당하기에는 어려운 구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산 매각과 현금흐름으로 일부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투자 시점과 매각 시점의 미스매치 가능성, 잔여 재무여력 등을 고려하면 차입의존도는 당분간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K가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평균 3000억원 이상의 세전이익 창출이 예상돼 해당 수익이 회사의 현금으로 쌓여 투자여력은 크게 우려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무상태에 대해서는 "울산 GPS(Gas Power Solution)와 KET(Korea Energy Terminal)가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재무구조 또한 현재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가스는 등급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안정적이다. SK가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로 유지되고 있으며, 단기 신용등급도 ‘A1’이다. 그러나 등급 하향 요인으로 제시된 △순차입금/EBITDA 10배 초과 △차입금의존도 55% 초과에 근접한 지표가 지속되고 있어, 향후 실적과 투자 집행 속도에 따라 신용등급이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SK가스는 최근 'CEO INVESTOR DAY'에서 2029년까지 5년 동안 연간 평균 세전이익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회사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세전이익 3440억원을 달성해왔다. 여기에 올해부터 5년 동안 연간 1500억원의 이익을 추가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추가될 이익의 대부분은 울산GPS(Gas Power Solution)가 채울 것으로 보인다. 울산 GPS는 세계 최초 기가와트(GW)급 LNG(액화천연가스)·LP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로 신재생에너지 특성상 가격 변동성이 큰 LNG와 비교적 가격이 낮은 LPG를 상황에 따라 활용해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해낼 수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