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성은 기자] 키움에프앤아이가 재무안정성을 확보해 3위 자리를 다지고 있다. 사업 기반이 되는 부실채권 잔액이 커지는 데다 금융지주 계열사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채권 매입 속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모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재무지표도 개선 흐름이다.
(사진=키움증권)
외형 불리기 나선 키움에프앤아이, 3개월 만에 1천억 넘게 늘어
16일 키움에프앤아이에 따르면 올 1분기 총자산은 1조7256억원이다. 지난해 말 1조6095억원에서 3개월 만에 1165억원 늘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3년 말 키움에프앤아이의 총자산은 8016억원에 불과했으나 1년 새 2배나 뛰었다.
빠른 속도로 외형을 키울수 있던 것은 부실채권(NPL) 시장 확대 덕분이다. 2023년에 이어 NPL시장 규모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먹거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NPL회사는 부실채권 매입·투자가 주요 업무다.
국내 은행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2023년 말 4조7000억원에서 1년 만에 7조3000억원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까지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전년 동기와과 달라진 바 없으나, 잔액이 커져 올해 말에는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 기준 국내은행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1조4000억원, 부실채권 잔액은 1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조2000억원 확대됐다.
키움에프앤아이의 총자산 확대는 투자자산 증가에서 비롯된다. 특히 2023년 이후 투자자산을 빠르게 키웠는데, 2022년 말 3684억원에서 이듬해 7299억원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난 1조4906억원을 기록했다.
NPL회사의 경우 투자자산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산에 대한 회수가 기본 수익 구조기 때문이다. 키움에프앤아이 투자자산은 매입대출채권, 증권 등으로 나뉘어있다. 이 중 매입대출채권이 1조1426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증권과 대출채권은 2000억원대 규모다.
순이익도 확대 추이다. 지난해 키움에프앤아이의 순이익은 130억원으로 전년 대비 80.6% 증가했다. 영업수익 자체가 늘어난 덕분이다. 영업수익도 이자수익 증가를 기반으로 같은 기간 468억원에서 929억원으로 커졌다. 올 1분기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184억원에서 31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30억원에서 47억원으로 늘었는데, 이대로라면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당기순이익 늘어도 ROA는 '뚝'
당기순이익은 커졌으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은 하락했다. ROA는 총자산대비 당기순이익의 비중인데, 순익 증가폭 대비 총자산 증가 폭이 컸기 때문이다. NPL사의 사업구조 상 부실채권 매입 후 회수까지 이뤄져야 수익이 발생한다.
부실자산을 미리 확보해 놓고 회수를 진행하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키움에프앤아이의 ROA는 매입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2023년부터 하락해 올 1분기에는 전년 1.4% 대비 줄어든 1.1%를 기록했다.
키움에프앤아이가 이처럼 큰 폭으로 자산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금융지주 계열 NPL사의 투자가 비교적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지주의 밸류업이 화두로 떠오르자 기존 대비 엄격하게 위험가중자산을 관리했다. 은행은 물론이고, 신용위험 등 규모 대비 위험가중자산이 크게 발생하게 돼 매입할 수 있는 자산이 한정적이었다.
실제로 2023년 키움에프앤아이의 총자산은 8016억원으로 비교적 늦게 출발한 우리금융에프앤아이에 비해서도 자산이 적었다. 특히 NPL채권 매입액도 3583억원으로 시장 점유율도 7.5%에 불과했다.
그러나 1년 새 상황이 바뀌었다. 키움에프앤아이의 NPL시장점유율은 13%로 크게 올랐다. 반면 우리금융에프앤아이가 10.2%, 하나에프앤아이가 12.6%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반면 은행계열 금융지주 자회사가 아닌 대신 대신에프앤아이와 연합에프앤아이의 자산이 함께 성장해 각각 17.3%와 46.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걸림돌이었던 레버리지배율도 일부 개선됐다. 키움에프앤아이의 레버리지배율은 지난해 말 5.7배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모회사인
키움증권(039490)과
다우기술(023590)이 지난 1분기 5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5.1배로 완화됐다. 자금을 조달해 유동성도 확보한다. 키움에프앤아이는 700억원 규모의 무보증사채를 발행할 예정으로, 채무상환자금과 매각 경쟁 입찰 자금으로 사용한다.
평균매입률도 하락할 전망이다. 평균매입률은 부실채권의 액면가 대비 실제로 매입한 가격의 비율이다. 비율이 낮을수록 싸게 매입했다는 뜻으로, 회수 시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키움에프앤아이의 평균매입률은 지난해 말 80.1%까지 치솟았으나 1분기 71.5%로 하락했다.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져 평균매입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이며, 회사 수익성 증대와 3위 자리 굳히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업평가(034950)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당장은 수익성이 저하될 것으로 보이나, 부실채권 규모 증가와 평균매입률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쳐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