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홍, 단숨에 '최대주주'…GS 4세 승계구도 흔든다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 최대 개인주주 부상…지분상속 '관건'
GS칼텍스·건설·리테일 4세 삼각구도…성과로 리더십 시험대
공개 2025-08-0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06일 17:5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공동경영과 가족 간 합의를 중시해온 GS(078930)그룹의 4세 경영체제가 리더십 공백과 불확실성 속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아직 명확한 후계 구도가 자리잡지 못한 가운데 최근 오너 4세 중 한 명인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가 단숨에 최대 개인주주로 부상하며 지분 판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고(故) 허남각 회장의 장남으로, 상속이 유력한 허 대표는 장자 계열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조용한 실세로 존재감을 키우는 모양새다.
 

(사진=GS그룹)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 상속 시 4세 중 최대 지분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별세한 고 허남각 회장이 보유한 ㈜GS 지분은 1.96%다. 시장에서는 장남인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가 해당 지분을 상속받을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기준 허준홍 대표의 GS 지분율은 3.44%며, 상속이 완료될 경우 5.4%로 상승한다. 이는 현재 오너 4세 중 최대 지분을 보유한 허용수 GS에너지 사장(5.26%)을 단숨에 넘어서는 수치다.
 
 
현재 GS그룹의 지배구조는 창업주 고 허만정 회장의 8형제 중 장남 허정구, 삼남 허준구 계열이 양대 축을 이루며 형성돼 있다. 그룹은 2004년 LG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현재까지 가족 간 합의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GS를 정점으로 한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 중심에는 이른바 '허준구(전 GS건설(006360) 명예회장) 계열'이 자리해왔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과 허태수 현 GS그룹 회장을 배출하며 그룹 주도권을 쥐어왔다.
 
하지만 최근 4세 경영진으로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되면서 뚜렷한 리더십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허창수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고, 허태수 회장 역시 총수 직함은 유지하고 있지만 후계 구도와 직접 연결되는 리더십 기반은 예전보다 약화된 상황이다.
 
공동경영 전통을 중시하는 GS의 특성상 지분 비율은 후계 판단의 절대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지분 영향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허준홍 대표의 지분 확대는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다. 특히 장자 계열이라는 상징성과 결합되며 허 대표가 후계 구도에서 조용한 실세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GS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허준홍 대표가 GS 지주사를 포함한 그룹 경영에 참여한다는 일부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사안도) 상속에 의한 지분율 변동이 나타난 것일 뿐 후계 구도가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
 
"지분보다 실적이 승계 향방 가를 것"
 
현재 GS그룹 오너 4세 중 실질적 경쟁력을 갖춘 인물로는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윤홍 GS건설(006360) 사장, 허서홍 GS리테일(007070) 대표가 꼽힌다. 이들은 각각 그룹 핵심 계열사 또는 전략사업 부문을 이끌며 경영 성과를 기반으로 그룹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 가운데 허세홍  GS칼텔스 사장이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사장은 ㈜GS 지분 2.37%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GS칼텍스를 7년째 이끌고 있다. 싱가포르법인과 GS글로벌 대표를 거치는 등 경영 실무경험도 탄탄하다.
 
그러나 최근 정유시장 부진에 따른 실적 감소가 발목을 잡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매출 47조6142억원, 영업이익 548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 67.5%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1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1% 급감했고, 2분기 실적은 영업손실이 유력하다. DB(012030)증권은 GS칼텍스의 2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226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 수장이지만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허윤홍 GS건설 사장도 후계 구도에 이름이 올랐다. 그는 미국 유학 후 2002년 GS칼텍스에 입사, 2005년부터는 GS건설에서 근무해왔다. 부친 허창수 회장의 뒤를 이어 건설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10년 만에 GS건설을 전문경영인체제에서 오너경영으로 전환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다만 GS건설은 여타 계열사와 다르게 GS그룹과 지분관계가 얽혀있지 않은 계열사로 분류된다. GS건설은 허창수 회장이 지분 5.95%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허윤홍 사장도 3.89% 지분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허윤홍 사장은 그룹 전체를 총괄하기보다는 건설 부문 내 독립적 리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허서홍 GS리테일 대표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해 GS리테일 대표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실적 부진이라는 시험대에 직면해 있다. GS리테일은 2024년 영업이익 23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한 바 있다. 1분기 역시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7613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2.3% 떨어지면서 역성장했다.
 
2분기 실적도 암울하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2조9776억원으로 1.3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731억원으로 9.75% 줄어든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과 홈쇼핑 부문 실적 악화가 전반적인 수익성 저하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처럼 오너 4세들이 각자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있으나 실적과 업황, 계열사 위상, 지분 구조 등 다양한 요인이 엇갈리며 두각을 나타내는 후계자는 없는 상태다. 단일 계열사 실적만으로는 후계 구도를 결정짓기 어려운 구조라는 한계도 작용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GS그룹은 전통적으로 창업주 일가 간 균형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특정 인물의 독주보다는 가족 합의를 통한 공동경영을 선호한다”라며 “허준홍 대표 지분 상승이 상징적이긴 하나, 후계 구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결국 경영 성과와 재무 안정성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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