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가
케이카(381970) 매각이 지연되는 가운데 이달부터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 제한이 해제됐다. 대기업의 본격적인 시장 진출로 매각 전망에 악영향이 우려되지만, 한앤코는 이미 원금을 회수하고 매년 상당한 배당 수익을 챙긴 만큼 무리한 매각보다는 몸값 방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한앤컴퍼니(사진=한앤컴퍼니)
중고차 시장 판도 변화, 대기업 본격 진출
7일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 사업조정 권고에 따라 올해 4월까지 유지해온 현대차·기아의 시장 점유율 제한 조치(현대차 4.1%, 기아 2.9%)가 5월부터 해제됐다.
2013년 정부가 중고차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그동안 대기업의 진출이 불가능했지만, 2019년 관련 규제가 해제되면서 현대차·기아는 각각 지난 2023년 10월과 11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중고차 사업에 진출했다. 기존 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연식 5년, 10만km 이내 무사고 차량만 판매해 온 현대차·기아는 이번 제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기아는 정비공장 등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부동산 개발업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고, 현대차는 2023년에 이미 작업을 끝냈다. 업계에선 기아가 용인센터 인근에 자체 상품화 센터를 마련, 중고차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앤코 "급할 이유 없어"…케이카 배당으로 수익 '쏠쏠'
한앤코가 케이카를 매물로 내놓은 건 2023년이다. 매각 대상은 한앤코가 지분 100%를 보유한 사모투자전문회사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유한회사의 보유 지분 72.05%(3471만6579주)다. 최근 1만4000원대 주가를 고려하면 한앤코의 지분 가치는 약 4900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붙이면 관련 업계에선 8000억에서 1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책정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햇수로 2년이 지났지만 한앤코는 매각을 서두르지 않는다. 배당 수익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케이카는 최근 5년 동안 한앤코에 약 2086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안겨줬다. 2020년 900억원을 시작으로 이듬해 2021년 260억원, 2022년 263억원, 2023년 264억원, 지난해 399억원 등 이미 원금을 회수한 셈이다. 굳이 몸값을 내릴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앞서 한앤코는 2018년 케이카 전신인 SK엔카 직영사업부(중고차 오프라인 사업부)를 SK로부터 2000억원에 사들였다. 2021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3065억원의 구주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케이카 실적이 안정적인 것도 몸값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케이카는 한앤코 인수 이후 4년 만에 기업가치를 2배 이상 불렸고, 영업이익은 2022년 500억원, 2023년 590억원, 2024년 681억원 등 수익성도 개선되는 추세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04억원, 284억원, 440억원으로 안정적이다. 케이카는 올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각각 761억원, 498억원으로 예상하며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한앤코는 최근 온라인 화물 중고차 거래 플랫폼 '아이트럭' 지분을 인수하는 등 케이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분야에 투자하면서 몸값을 올리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앤코는 지난해 3월 아이트럭 지분 인수에 이어 시리즈A까지 총 20억원을 투자하며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섰다. 아이트럭은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이자 국내 최초 화물 중고차 온라인 거래 플랫폼으로, 사업 출시 3년 만에 누적 거래금액 352억원을 달성하며 국내 이커머스 분야 주요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앤코는 이를 통해 연간 약 17조원 규모의 중고 화물차 시장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동시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트럭·버스 전문 매장과 연계해 ▲부품, 정비 ▲인증 중고차 ▲화물 중고차 수출 등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분야에서 협력하며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중고차 시장이 플랫폼 사업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연내 무리한 케이카 매각보단 관련 사업으로 최대한 몸값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케이카의 실적이 당분간 안정적인 유지되는 가운데, 각종 플랫폼 사업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면 시장 일각에서 제기하는 '매물이 비싸다'는 평가를 일축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유력 인수 후보였던 현대차·기아가 자체 중고차 사업에 진출했고,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도 롯데렌탈을 인수했지만 새로운 원매자가 부상했다. 지난해 1월 한국에 진출한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다.
업계에서는 BYD가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의 관세장벽을 우회하기 위해 케이카 인수를 타진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9월27일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했고, 유럽연합(EU)도 곧바로 기존 10%에 관세를 덧붙여 최대 55.3%까지 올려놨기 때문이다.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내수 시장 침체로 BYD가 해외판매법인을 통해 수출을 늘린다는 점도 케이카 인수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케이카 관계자는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 진출로 인해 경쟁이 심화되겠지만, 중고차 시장의 신용도가 상승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된다"며 "최근 거론되는 인수설과 관련해 전해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