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브라이프, 순이익 늘었지만…자본 부실은 '문제'
IFRS17 결산 전년도 실적 크게 증가
K-ICS 비율 높아도 '자본잠식' 상태
공개 2024-03-20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18:2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외국계 보험사 처브라이프생명(처브라이프)이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기반 결산 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에는 다소 부진했으나 투자손익 성과가 실적 전반을 이끌고 있다. 다만 수익성과 달리 자본 측면에서 부실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순이익 대폭 늘어
 
18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처브라이프는 전년도 실적(IFRS17·IFRS9 회계 기준) 잠정치로 당기순이익 178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사업연도(IFRS4·IAS39 회계 기준) 47억원 대비 약 282%(131억원) 증가했다.
 
법인세비용 차감 전 순이익은 118억원이다. 2022년에는 해당 금액이 -30억원으로 적자 상태였다. 영업보다는 법인세 효과로 순이익이 플러스로 나타냈던 셈이다. 반면 지난해는 영업이익 개선에 법인세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호실적을 거뒀다. 
 
 
앞서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누적 기준 ▲1분기 89억원(보험손익 2억원, 투자손익 88억원) ▲2분기 160억원(보험손익 12억원, 투자손익 150억원) ▲3분기 229억원(보험손익 18억원, 투자손익 213억원) 등으로 파악된다. 다만 연간 순이익을 고려하면 4분기에는 역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구성은 보험손익의 역할이 미미한 반면 투자손익 부문이 순이익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4분기 적자가 난 것도 규모가 작은 보험손익보다는 투자손익 부문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처브라이프는 총자산 구성이 지난해 11월 기준 ▲현금·예치금 258억원(1.7%) ▲유가증권 1조1117억원(74.4%) ▲비운용자산 451억원(3.0%) ▲특별계정자산 3118억원(20.9%) 등으로 나타난다. 유가증권은 ▲국공채 5930억원 ▲회사채 2257억원 ▲수익증권 48억원 ▲외화표시 유가증권 2883억원 등이다.
 
유가증권의 대다수는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OCI)이며 당기손익으로 인식하는 금융자산(FVPL)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60억원 정도다. 자산에 대한 평가손익이 FVOCI는 자본 항목에, FVPL은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처브라이프는 FVPL 비중이 자산총계 내 2% 미만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FVPL보다는 외화 유가증권 부문에서 리스크가 있는 편으로 풀이된다.
 
(사진=처브라이프)
 
미흡한 자기자본 구성…K-ICS 비율 높아도 문제
 
처브라이프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가 1조5558억원이다. 부채총계가 1조2998억원이고 자본총계가 2560억원으로 확인된다. 자본총계 가운데 자본금이 2852억원이다. 자본총계 규모가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 상태다.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비율은 89.8%로 100%를 밑돌고 있다.
 
낮은 자본총계는 오랫동안 축적된 순손실, 즉 결손금 탓이다. 처브라이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이 -2952억원으로 나타난다. 그동안 조직 규모가 작아지고 영업력이 약화되면서 부진한 수익성이 지속된 결과다.
 
다만 보험사의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 비율은 금융당국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200% 수준으로 높다.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이 3108억원 정도인 반면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이 1553억원으로 비교적 낮아서다.
 
처브라이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K-ICS 비율 자체는 굉장히 좋은 편이다”라면서 “처브 그룹의 글로벌 투자나 추가적인 자본 확충 등의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결산 공시가 뜬 것이 아니어서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K-ICS 비율 자체가 보험업법 기준인 100%와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크게 넘어서고 있지만 자본잠식으로 자기자본 구성 자체가 미흡한 만큼 두 가지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자본적정성을 평가할 때 우선적으로 보는 지표는 지급여력제도인 K-ICS 비율”이라면서도 “규모가 작은 경우 K-ICS 비율이 변동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200%가 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 방향으로 ‘괜찮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ICS 자체가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완충력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결손금이 자본을 잡아먹는 사례가 일반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이 경우 K-ICS 비율과 자본잠식 상태 두 요인을 모두 언급해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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