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회계 제도에 KDB생명 인수 매력 '뚝'
결산 잠정 순이익 전년 대비 50% 떨어져
보험손익 부진에 투자손익 변동성 높아
공개 2024-03-15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3일 10:3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KDB생명이 지난해 도입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 체계로 인해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영업 구조와 수익 모두 매력이 떨어졌다. 생명보험 산업이 저성장 구간에 있고 다른 보험사 매물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KDB생명 매각은 전망이 어둡다. 
 
결산 흑자 냈지만…전년 대비 '반 토막'
 
13일 생명보험협회 수시 공시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해 연간 실적(IFRS17·IFRS9 기준) 잠정치로 당기순이익 23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구 회계기준(IFRS4·IAS1039) 실적인 483억원 대비 50.4%(244억원) 줄어들었다.
 
지난해 자산총계는 17조4984억원이다. 부채총계가 17조1129억원이며 자본총계가 3855억원으로 나타난다. 자산에서 차지하는 자기자본 비중이 2.2%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자본금은 1993억원이다.
 
 
KDB생명 측은 지난해 실적 변동에 대해 “IFRS9 적용으로 공정가치평가 금융자산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전기 대비 금리 하락으로 채권평가 이익이 발생했다”라면서도 “전기 1년 대비 당기의 환율 상승 폭이 적어서 환파생손실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자산에 대한 회계인 IFRS9 도입으로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 규모가 늘었는데, 금리 하락 환경이 우호적으로 작용해 채권 등 보유 자산에 대한 평가 이익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KDB생명은 FVPL 규모가 지난해 3분기 기준 4조7838억원으로 자산 내 비중이 28.8%로 높은 편이다.
 
환파생손실은 외화 금융자산 가운데 파생상품 부문에서 발생한다. 보통 보험사는 해외자산에 투자할 때 환 헤지(Hedge) 목적으로 파생상품을 운용하는데, 헤지 롤오버가 일반적으로 3개월~6개월 정도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라 상품에서 평가손실이 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FVPL 자산에서 인식한 평가 이익 규모가 커서 투자영업이 플러스(+)로 나타나고 연간 실적도 흑자로 재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이 보험손익 46억원에 투자손익 -61억원, 당기순손실 179억원으로 적자였다.
 
지난해 보험손익 실적에 대해 KDB생명은 “계리적가정 변경에 따라 보험계약마진(CSM)이 감소했다”라면서 “일시에 손실부담비용으로 인식한 비용이 커서 당기손익이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계리적가정은 IFRS17 체계 내 보험영업 가운데 보유계약 손해율이나 해약률 등에 관한 것으로 지난해 3분기 금융당국의 조정이 이뤄진 바 있다. 당시 KDB생명은 3분기 개별 보험손익이 -127억원으로 손실이 났다. 계리적 가정 변화 여파가 4분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IFRS17에서도 미흡한 성적표…인수 매력 의문
 
IFRS17 체계서도 부진한 실적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KDB생명의 매각 향방은 더욱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지난 10년간 매각 절차가 여러 차례 진행되는 과정에서 영업 기반이 축소, 보험손익이 미흡한 상황이었는데 IFRS17에서 높은 FVPL 자산 비중으로 투자손익 변동성까지 커졌다.
 
FVPL 자산은 지난해 4분기와 같이 금리가 하락할 경우 높은 평가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 상황의 경우 3분기처럼 적자가 날 수 있다. 보험업계서 FVPL 자산 비중 낮추기를 과제로 삼는 이유다. KDB생명은 수익창출이나 낮은 자기자본뿐만 아니라 운용자산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늘어난 셈이다.
 
(사진=KDB생명)
 
보험업계서는 KDB생명 매각 작업이 새로운 회계제도에서도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고 현금 보유량도 부족하기 때문에 부채에 대한 부담이 크다”라면서 “보험금이나 지급해야 할 것들에 대한 리스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사 가치 측면에서 M&A 가격 자체는 낮겠지만 인수하는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가져갈 만한 곳이 없을 것”이라며 “금융지주 외에 사모펀드 입장에서도 매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마땅한 방안이 없어 현재로서는 이러한 양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생명보험 산업의 성장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데다, 보험사 매물로 동양생명(082640)이나 ABL생명 등 경쟁력 있는 곳이 여럿 있다는 점도 시장에서 불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다른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생명보험 산업의 성장이 고령화와 저출산 탓에 우하향하고 있어 미래 시장 전망이 좋지 못하다”라며 “손해보험은 기술 발전에 따라 담보할 수 있는 상품의 영역이 발전하고 있는 데 반해 생명보험은 부족한 게 사실”라고 설명했다.
 
이어 “KDB생명은 보험영업의 지속성이 깨진 지 오래됐는데, IFRS17 회계에서도 보유계약의 수익성 회복이나 영업 정상화가 멀어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라면서 “사모펀드는 금융지주나 다른 곳보다 수익성을 더 따질 것이고, 동양생명이나 ABL생명 같은 우량 매물도 있어 매력도가 좋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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