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재무 건전성 개선 '산 넘어 산'
매각 협상 연이어 결렬
재무건전성 악화에 정부나서
공개 2024-03-04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17:5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산업은행이 재무 건전성 개선에 고전하고 있다. 수년째 아픈 손가락인 KDB생명과 HMM(011200)의 매각이 무산된 데다 태영건설(009410)도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자본비율이 반짝 상승했지만 고질적인 한국전력(015760) 적자로 실적 개선은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은행 본점. (사진=산업은행)
 
협상 결렬에 매각대금 확보도 무산
 
산업은행이 재무건전성 개선에 난관을 겪고 있다. 매각 계획이 연이어 어그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다섯 번째 시도한 KDB생명 매각이 무산된 데 이어 HMM 매각도 없던 일이 되면서 매각대금으로 곳간을 채우려던 계획도 무산이 됐다. 
 
이로 인해 산업은행이 BIS비율 개선을 위해 신경 쓸 일은 더 늘어났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지분 92.74%를 하나금융에 넘기면서 현금을 확보할 예정이었다. 당시 시장에서 거론되던 매각가는 2000억원 규모였으나, KDB생명의 낮은 자본력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 이후 MBK파트너스와 딜이 진행됐으나 결국 최종 단계에는 미치지 못했다. 
 
매각이 무산된 것은 KDB생명만이 아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해 우선협상자로 팬오션(028670)·JKL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같은 해 12월부터 주식매매계약과 주주 간 계약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지난 7일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협상은 결렬됐다.
 
이에 KDB생명과 HMM의 실적과 주가는 여전히 산업은행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분 29.2%를 보유한 HMM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62억원으로, 전년 10조1171억원 대비 90% 이상 감소했다. 이에 HMM 주가는 협상이 시작된 지난해 12월20일 3개월 내 최고가인 2만3300원을 기록하고 이후 하락세다. 28일 HMM 주가는 1만8370원까지 떨어졌다. 두달여 전에 비해 21.2% 하락한 수준이다.
 
고질적인 문제인 한전 적자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영건설도 말썽이다. 산업은행은 한전의 최대주주로 32.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보유 지분에 비례해 산업은행 실적에 반영된다. 한전이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흑자를 내면서 연간 당기순손실은 전년 24조4291억원에서 5조2947억원으로 대폭 개선됐다.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됐지만 연간 실적은 흑자 전환에 실패해 산업은행이 인식한 손실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도 위험요소다. 산업은행은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으로 지난 23일 신규 자금 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협력 업체 공사 대금지급 등이 목적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금융 채권자 비율대로 손실을 분담하게 된다. 지난 26일에는 태영건설의 약속어음 60억원도 형식적 부도처리됐다.
 
다만 태영건설은 법적 지급제한으로 어음이 형식적인 부도처리일 뿐, 최종 부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은행도 해당 건에 대해 "태영건설 약속어음 부도처리는 어느 정도 예견된 건인데다, 4000억원 지원은 충분한 담보를 받은 상태기 때문에 우려하는 부분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재무 건전성 악화에 본래 역할 훼손 '우려'
 
산업은행의 BIS비율이 중요한 이유는 국책은행으로서 정책자금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의 본질 자체가 흐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1954년 설립돼 기업 구조조정 추진 등 산업과 기업의 체질 개선 등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맡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6월 기자간담회에서 HMM의 주가에 따른 산업은행 BIS비율 변동성에 대해 발언한 바 있다. 산업은행의 재무구조 상 HMM 매각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강 회장은 "HMM의 주가 1000원당 산업은행 BIS비율이 0.07%p 변동한다"며 "HMM의 주가가 3월 내로 반등하지 않는다면 1분기 산업은행의 BIS비율은 전년 대비 0.35%p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BIS비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왔다. 지난 2020년 산업은행의 BIS비율은 16%에서 점차 줄어들어 지난해 1분기 13.1%까지 하락했다. 2분기 대우조선해양 대손충당금 환입으로 14.11%로 급등했으나 3분기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산업은행의 BIS비율은 13.66%다.
 
산업은행은 BIS비율 개선을 위해 지난해 4월에는 8000억원, 11월에는 7000억원의 규모로 총 1조5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지난 2022년 말의 5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 규모와 비교했을 때 1조원 큰 수준이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 주도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현물 출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관기관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이 산업은행과 함께 출자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다만 산업은행은 "정부 주도로 진행되다보니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은 <IB토마토>에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정책금융을 공급하기 위해 재무건전성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전은 실적이 호전되고 있어 BIS비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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