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젠, 순손실 대폭 늘어…'파생상품평가손실 발생' 왜?
CRISPR-Cas9 FDA 승인·TGT-101 희귀의약품 지정
주가 상승으로 제2회차 CB 파생상품평가손실 발생
CB 전환청구 행사 시 최대주주 지배력 약화 우려도
공개 2024-02-23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0일 18:4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툴젠(199800)이 지난해 말 기준 전환사채(CB) 관련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발 호재에 주가가 상승하면서 파생상품부채로 계상한 CB의 부채 평가 금액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툴젠은 지난해 주력 파이프라인 TGT-001(유전자가위치료제)의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희귀의약품에 지정(ODD) 등 연속적인 호재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크게 상승한 바 있다.
 
(사진=툴젠)
 
252억원 CB 파생상품평가손실…주가 상승 여파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툴젠은 최근 공시를 통해 지난해 252억원 규모의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자기자본(720억원) 대비 3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파생상품평가손실은 당기순손익 단계에 반영되면서 당기순이익을 감소시키는 악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기준 18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당기순적자는 41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영업적자는 전년(194억원 적자) 대비 6.6% 줄었음에도, 당기순적자는 전년(182억원 적자) 대비 128%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2022년 말 705억원이던 자본총계가 지난해 말 기준 320억원 규모로 크게 줄었다.
 
파생상품평가손실은 지난해 발행한 CB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툴젠은 지난해 11월 330억원 규모의 제2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제2회차 CB는 2년물로 저촉심사비용·연구개발 자금 등 운영자금에 사용할 목적으로 발행됐다.
 
문제는 당시 설정했던 전환가액과 주가의 괴리다. 제2회차 CB의 전환가액은 3만4847원으로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설정된 금액이다. 이후 지난해 툴젠의 주가는 7만원대로 마감되면서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다만, 파생상품평가손실은 실제 현금 유출이 없는 회계상 계정이다. 
 
주가가 상승해 전환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면 CB의 공정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판단해 부채의 증가로 인한 평가손실이 반영된다. 이후 주가가 다시 CB 전환가액 수준으로 복귀하면 파생상품평가이익으로 들어오게 된다. 향후 주가가 다시 하락하거나 제2회차 CB에 대해 투자자들이 전환청구권을 실행한다면 기존의 자본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툴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계상 계정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문제의 발생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라며 "다만, 11월부터 전환청구 기간이 도래하기 때문에 빠르게 전환될 수 있도록 투자자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목받는 유전자가위 치료제로 호재 계속
 
이처럼 툴젠이 지난해 CB로 인한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발생한 배경에는 주요 파이프라인 TGT-001이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ODD) 지정 등으로 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은 환자 수 20만명 이하의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의 개발과 신속 허가를 지원하는 제도다. ODD에 지정되면 임상비용에 대한 세액 공제, 신약 허가 심사비용 면제, 허가 취득 후 7년간의 시장 독점권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TGT-001은 툴젠의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올해까지 미국 임상 진입을 목표하고 있기 때문에 호재가 나타나면서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TGT-001은 샤르코-마리-투스(CMT)병을 적응증을 보유한 유전자 교정 치료제로, 툴젠의 바이오 신약이다. PMP22 유전자의 발현 양을 낮출 수 있는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를 CMT1A 환자의 슈반세포에 발현시켜 PMP22 단백질의 양을 장기적으로 정상화시킨다.
 
이 같은 유전자 교정은 유전체의 정보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한 번 치료로 장기적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현재 CMT1A에 대해 판매 승인된 치료제는 없으며 툴젠의 크리스퍼-캐스9 치료제는 FDA 승인을 받은 상태다.
 
툴젠 이병화 대표이사는 "이번 FDA 희귀 의약품 지정 신청 승인은 TGT-001의 글로벌 임상 시험 및 사업화를 위한 첫 단계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툴젠이 보유한 기술로 지난해 4분기에만 네 가지 특허권을 취득한 것도 주가 상승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시토신 디아미나제에 의한 DNA에서의 염기교정 확인 방법 ▲혈우병B 질환 모델 랫드 ▲망막 기능장애 질환 치료를 위한 유전자 조작 ▲FDA2 유전자 조작된 올레인산 강화 식물체 및 이의 제조 방법 등이다.
 
한편, 투자자들이 제2회차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최대주주인 제넥신(095700)(지분율 14.12%)의 지분율이 약화될 수 있다. 제2회차 CB가 전환될 경우 발행되는 총 주식 수는 94만6996주(10.68%)다. 발행주식의 총수(79만9274주)에 합산해 계산하면 제넥신의 지분율은 12.61%까지 줄어든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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