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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
ESG 경영 환경 확대 따른 '기부금' 활용 엑셀러레이팅과 투자
한사투 투자 집행한 센트비·그린패키지솔루션, 2025년 IPO 계획
공개 2024-02-13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7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의 숙명이다. 단순히 도의적 경영에 머무르던 과거와 달리 이제 ESG는 기업간 거래, 자금 조달, 투자 유치 등의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ESG 제도와 함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는 투자사가 있다. 비영리 임팩트 투자사, 한국사회투자다. 기업들의 ESG 경영으로 마련된 자금을 활용해 주로 사회적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비영리’와 ‘투자사’,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두 가지 정체성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ESG다. <IB토마토>는 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를 만났다.
 
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사진=권성중 기자)
 
-먼저, ‘비영리 임팩트 투자사’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한국사회투자는 개인이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사가 아니다. 출자자(LP)로부터 얻은 재원이 개인 또는 법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대부분 ‘기부’로 재원이 마련된다. 실제 한국사회투자의 재원 약 70%가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게 얻은 투자금으로 한국사회투자가 사회적 가치와 기술력, 비즈니스로서의 성공 가능성 등을 분석해 선정한 스타트업에 엑셀러레이팅과 투자를 집행한다. 이로 얻은 수익은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스타트업들에 재투자되는 구조다.
 
-한국사회투자의 최고경영책임자(CEO)와 함께 최고소셜임팩트책임자(CSIO)를 맡고 계신다. 자신에 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한국사회투자로 합류하기 이전에는 비영리 단체(NGO)에서 일을 해왔다. 국제 개발 협력에 관련한 연구를 해왔고, 국제노동기구(ILO) 아프리카 본부에도 소속돼 있었다. 개발도상국의 취약 계층 지원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아동 노동’을 주로 다뤘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혁신 기업에도 투자하는 것이 중장기적 목표다.
 
-그렇다면 한국사회투자의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
△엑셀러레이팅 사업들이다. 이 투자로 한국사회투자가 이익을 추구하진 않지만, 투자에 참여하는 자사의 직접적인 인건비와 간접 비용 등 운용비를 일반적인 벤처캐피탈(VC)이 펀드를 운용하면서 ‘운용 수수료’를 수취하는 것과 같은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투자 재원은 대부분 기업과 공공기관 등의 사회공헌자금이다. 예를 들어 투자금을 지원하는 기업·공공기관의 니즈에 맞는 혁신 기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에 한국사회투자가 제안을 해 사업을 수주하고, 투자금을 운용하는 방식도 있다.
 
-한국사회투자가 비영리 임팩트투자사로서 가진 차별점 중 하나가 바로 투자 재원의 대부분이 ‘기부금’으로 조성된다는 점이다. ‘기부펀드’에 대해 소개해달라
△대다수 투자사들은 LP의 자금을 전문 운용기관이 투자를 통한 수익을 내, 수익을 다시 LP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엑셀러레이터들은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얼어붙은 벤처 투자심리에 투자금 조달도, 투자금 집행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기부금을 활용한 임팩트 투자는 이제 막 성장을 본격화하고 있는 시장이다. ESG 경영의 강화로 ‘돈의 원리’에 따른 투자금 조달이 아닌, 기업들이 매년 설정하는 기부금을 사업성과 사회적 가치를 모두 가진 혁신 기업에 선도 투자해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기부금을 통한 임팩트 투자는 ‘인내 자본’의 역할을 하게 된다. 기술력과 사회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업성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때까지 투자사가 인내할 수 있는 것이다. ‘영리 자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새로운 기부펀드 브랜드인 ‘임팩트퓨처’를 론칭했다. 기존의 기부펀드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기존의 기부펀드는 하나금융그룹의 기부로 ‘ESG 더블 임팩트 매칭 펀드’를 만들어 한국사회투자가 이를 2년여간 운용해 왔다. 펀드를 만들 재원이 한정적이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투자의 영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후, 농식품, 사회 서비스, 임팩트 모빌리티 등 영역의 혁신 기업에 투자하길 원하는 기업들을 찾고,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을 넘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 기업에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임팩트퓨처를 통해 목표로 잡은 투자금은 200억원이다. 향후 한국에서 500억원, 인도 200억원, 싱가포르 100억원, 베트남 100억원, 인도네시아 100억원 등의 투자금을 모아 총 1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부터 임팩트투자사들의 엑싯(Exit)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사회투자의 성과를 기대해도 될까.
△오랜 기간 기업들의 임팩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투자한 만큼 올해부터 계속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한국사회투자가 투자한 기업들이 임팩트창출과 함께 재무적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투자 포트폴리오사 53곳 중에 2곳이 IPO를 준비하고 있는데, 내재화된 임팩트와 함께 비즈니스가 계속 커진 결과다. 무엇보다 임팩트투자를 받은 기업들 중 IPO 사례가 나오는 것도 큰 의미이다. 
지난 2022년에는 24개 스타트업에 총 29억원을, 지난해에는 15개 스타트업에 27억원을 투자해 왔다.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되고 있는 투자는 글로벌 외환 토털 솔루션 기업 ‘센트비’와 친환경 신소재 패키지 기업 ‘그린 패키지 솔루션’이다. 이들 기업은 사회적 가치는 물론,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도 갖추고 있어 2025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대체보증금 기업 ‘KRG그룹’과 건물 에너지 관리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서비스 기업 ‘씨드앤’, 배터리 셀 제조기업 ‘코스모스랩’ 등도 근시일에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들이다.
이와 같이 임팩트를 갖고 있는 초기 기업들에 선도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이들이 생태계에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후속 투자자, 대기업, 공공기관 등과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투자한 스타트업 15곳의 후속 투자유치금액도 벌써 77억7500만원에 달한다.
한국사회투자의 펀드 운용 규모로 본다면 현재 기준 약 120억원 규모인 총운용자산(AUM)을 올해 3배 가까이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투자조합, 벤처투자조합 모두 양적으로 확대되겠지만, 특히 임팩트퓨처에서 2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만드는 일에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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