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시장 노리는 지방은행…"시중은행 텃밭, 쉽지 않아"
신탁 시장 집중, 상품 빈약해 한계
올해 전망 어두워 실적 증대 미지수
공개 2024-01-31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6일 18:3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지방은행이 신탁사업 등을 기반으로 비이자이익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확대가 여의치 않다. 시중은행의 신탁 상품에 비해 다양성이 떨어지는데다,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이 손실을 내면서 신탁 판매 시장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은행 전경.(사진=은행연합회)
 
신탁 판매 중점…비이자이익 강화 목적
 
시중은행을 비롯해 지방은행도 신탁 수익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이에 맞는 상품으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25년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신탁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비이자이익 강화를 위해서다. 지방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이 비이자이익 강화를 외치는 이유는 미래 성장성때문이다. 최근 2년간 이어진 고금리 기조 같은 변수를 제외하고는 이자 이익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하자, 정부가 이자 이익 증대에 대해 비판하자 은행들도 비이자이익 강화 전략을 속속 내놓은 바 있다.
 
KB국민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중 신탁 잔고가 가장 많은 곳은 KB국민은행으로, 지난해 3분기 평균 잔액은 93조1463억원이다. 반면 지방은행의 경우 신탁예수금 잔액이 가장 많은 부산은행도 14조6441억원에 그쳤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신탁 규모가 차이 나는 이유는 상품의 다양성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만 하더라도 유언대용신탁부터 현금을 증여받은 손주가 가입하는 신탁, 가업승계 신탁, 반려동물 신탁, 미술품 신탁 등 고객 요구에 맞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반면 지방은행은 한정적이다. 부산은행도 금전신탁 중 불특정금전신탁은 현재 판매가 중단됐으며, 특정금전신탁과 퇴직연금신탁 등 기본적인 상품과 재산신탁에 속하는 부동산신탁, 유가증권신탁 등이 전부다.
 
은행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시중은행의 경우 소비자 니즈가 다양해짐에 따라 꾸준히 상품을 개발해 선택 범위를 넓히고 있으나 지방은행의 경우 그 정도가 약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라면서 “시장 경쟁력을 키우려면 지역의 회사채 등과 연관된 신탁 상품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신탁시장 주춤, 점유율 확대 어려워"
 
신탁 시장 성장세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 하락으로 인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판매가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신탁 상품 중 ELS 판매가 주춤해지면서 비이자이익 규모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ELS상품의 경우 각 사마다 상이하지만, 은행의 선취 수수료가 0.7%에서 1%로 알려졌다.
 
고객이 1억원을 ELS상품에 맡긴다면 은행은 7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선취수수료를 취하고 6개월 만에 조기상환할 경우 다시 상품에 가입하게 된다. 은행은 이 시점에서 또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ELS 판매는 비이자이익 증대에 많은 기여를 했다.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3분기 신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KB국민은행 1629억원 ▲신한은행 1318억원 ▲우리은행 1113억원 ▲하나은행 1569억원이다. 반면 지방은행은 4대 시중은행에 비하면 열위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 신탁 수익은 ▲부산은행 136억원 ▲경남은행 71억원 ▲대구은행 126억원 ▲전북은행 12억원 ▲광주은행 38억원이다. 5개 사의 3분기 신탁보수 합은 383억원으로,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적은 신탁보수를 거둔 우리은행보다도 730억원이나 적다.
 
지방은행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체 신탁시장이 성장하고 있었으나 현재 ELS 사건 등으로 시장 위축이 예상돼 지방은행들도 비이자이익 증대가 쉽지 않다”라면서 “카드 등 성장에 한계가 보여 비이자이익 증대는 해외 사업 등을 통해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올해 신탁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면서 “자산이 정기예금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이며, 정기예금의 경우 예금 자체로만 발생하는 마진이 비교적 낮아 실적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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