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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
IPO는 발행사와 주관사, 시장과 거래소가 함께 하는 4차방정식
기업의 정확한 펀더멘탈 평가가 방정식을 풀 수 있는 해답
공개 2023-10-10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0월 04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기업공개(IPO)업무는 발행사와 주관사, 거래소와 시장이 함께하는 4차방정식이고 그 방정식의 풀이는 기업의 펀더멘탈이다. 리서치센터장에서 자리를 옮긴 유승창 KB증권 ECM(주식발행시장)본부장의 말이다.
 
앞서 유 본부장이 ECM본부의 장으로 왔을 때 업계에선 유례가 없는 파격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영업력이 중요한 IPO시장에서 학자 스타일의 리서치센터장이 어떻게 업무를 진행할까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하지만 유 본부장은 긴 IPO 시장의 가뭄 끝에서 하반기 IPO 대어로 평가받는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단독 주관을 이끌어냈다. 유 본부장은 기업이 진정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기업이 가진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이를 시장에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 (사진=KB증권)
 
다음은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맡고 있는 업무와 조직을 소개 부탁드린다.
△올해부터 IPO업무와 프리 IPO(Pre IPO, 상장 전 지분투자)투자 업무를 진행하는 ECM본부에서 본부장으로 일을 하고 있다. 현재 ECM본부는 3개의 부, 40여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고 1부에서는 소부장 기업을 중심으로, 2부에선 2차전지와 제약·바이오, 3부에선 테크기업을 맡아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리서치센터장에서 ECM본부장 자리로 이동했을 당시 파격적이다는 업계의 평가가 있었다. 리서치센터 근무 경험이 어떤 점에서 ECM 업무 진행에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나
△최근 IPO시장에선 개인이 가지는 기업 네트워킹 능력과 영업능력보다는 실제 기업 상장 과정에서의 벨류에이션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실제 최근 대기업 계열사 IPO의 경우 상장이 곧 자금 여력으로 이어지는 만큼 개인적 친분이나 기업 간 관계보다 기업의 정확한 가치 평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고 시장과 고객에게 설득시킬까에 대한 고민은 리서치센터에서의 경험이 해결해줬다. 사실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기업의 정확한 가치 평가와 제안이다.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이 이런 기업들의 요구에 응할 수 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KB증권의 경우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IPO 주관 이후 IPO주관 실적이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뭔가
△올해 상반기의 경우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엔 LG CNS, 현대오일뱅크, 올리브영 같은 대형 딜을 전사적으로 준비 중에 있었다. 하지만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를 비롯한 시장의 유례가 없는 위기가 찾아왔고 대형딜을 준비 중이라 여타 다른 중소형 IPO에 물리적으로 시간을 쏟지 못했다. 대형 IPO의 경우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까지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대형딜이 지연된 상태에서 올해 상반기는 준비 기간으로 보내야 했다. 준비와 함께 중소형 딜을 발굴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얼마 전 한싹의 성공적인 상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현재도 준비 중인 대형딜에 있어서는 준비가 사실상 완료된 상태로 하반기까지 15개의 기업의 연내 상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KB증권은 HD현대글로벌서비스 IPO 단독 주관사에 선정됐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 IPO 주관사 선정에 앞서 준비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해운 관련 부품, 정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자율항해 시스템 서비스 제공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주력 사업과 사업의 비전을 담은 에쿼티 스토리(Equity Story 회사의 사업모델과 향후 전망, 이윤 확보를 위해 어떤 전략을 추진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에 대한 평가에 집중했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경우 현재 운영 중인 확실한 사업모델과 해운업에서의 자율항해 서비스의 효용성을 높게 평가된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도 이런 점을 시장에 알리고 싶어했고 그걸 정확히 평가하고 시장에 설득시킬 수 있는 증권사로 KB증권을 선택했다.
 
-얼마전 KB증권은 IPO 실무 조직을 재정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경쟁사들이 외부에서 인력을 수혈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는 것과 반대의 행보다. 이유와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앞서 말했듯이 이제는 개인의 영업능력보다는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고 가치에 적정한 시장가격을 책정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졌다. 그렇기에 영업력을 개인보다는 팀워크가 중요해졌다. 조직 재정비 과정에서 내부인사에 힘을 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기업 상장에선 필요한 기업 가치 분석, 시장조사와 청약까지의 여러 준비 등 여러 가지 업무가 수반된다.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고 조직간 긴밀한 협업이 가장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게 한다.
 
-비상장 주식의 경우 기업의 정확한 가치를 일반 투자자들이 파악하기 어렵다. IPO 청약을 하기 전 반드시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많은 경우에서 일반투자자들이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금융감독원에 제출되는 신고서를 다 읽어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딱 두 가지는 반드시 살펴보길 바란다. 바로 비교대상 기업 피어(Peer)와 오버행(잠재적 대규모 매도 물량) 이슈다. 주관사가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책정했는지 어떤 비교군으로 대상 기업을 평가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업에게 올바른 벨류에이션을 평가했는가를 살펴본다면 성공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이와 함께 발행사의 대주주의 지분구조, 의무보유확약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보길 권한다. 발행사가 자신이 있다면 의무보유확약기간이 길다. 그만큼 기업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IPO 업무를 맡으면서 겪는 고충이 혹시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IPO 업무는 발행사와 주관사, 거래소와 시장이 참여하는 4차방정식 같은 업무다. 저마다의 사정과 이해관계가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주관사의 업무는 이를 조율하고 가장 합리적인 대안에 이르도록 조정하는 조정자의 업무라는 점이 가장 힘든 점 같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정도(正道)가 있다. IPO 업무에서 모든 이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의 펀더멘탈이다. 훌륭한 펀더멘탈을 가지고 있다면 결국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를 수 있다. 그렇기에 기업의 올바른 펀더멘탈를 책정하고 파악할 수 있는 리서치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KB증권이 가지는 IPO시장에서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KB증권 ECM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리서치 능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 ECM조직에서 리서치센터 출신 근무자만 4명에 이른다. 리서치센터와의 협업을 통한 정확한 기업 펀더멘탈 평가와 가치를 책정할 수 있는 능력은 KB증권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그와 함께 간과하기 쉽지만 중요한 것은 청약인프라다. 일전에 IPO과정에서 증권사의 서버문제가 뉴스에 거론된 적이 있다. KB증권의 경우 IT인프라 증설에만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청약은 한편으론 그 증권사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쌓아가는 첫 과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고객과의 신뢰는 의외로 사소해 보이는 곳에서 시작한다.
기업입장에서는 IPO는 기업의 첫 데뷔무대와 같다. 그만큼 처음 쌓은 신뢰도가 중요하고 상장 이후의 과정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KB증권은 ECM뿐만 아니라 DCM(채권발행시장), 인수합병(M&A)에서도 상위를 다투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IPO를 시작으로 향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KB증권의 강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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