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민지 기자] 미국 정부가 자국산 경유 수출 금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조치가 실시될 경우 에쓰오일(
S-Oil(010950))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최대 경유 수출국인 만큼 수출이 막히거나 줄면 한국산 경유 수요가 늘고 경유 가격 상승으로 스프레드(정제마진)도 확대될 수 있어서다. 다만 미국의 수출 통제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국내의 경유 수출량 제한과 최고 가격제 등의 규제로 인해 미국의 수출 통제가 현실화되더라도 수혜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사진=에쓰오일)
미 경유 수출 빗장 거론…수요·마진 반사이익 '기대'
30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치솟는 경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미국산 경유 수출 금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유 수출을 막아 국내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내려가고, 경유를 사용하는 농가와 운송업체의 비용 부담도 줄 것이라는 논리다. 이에 시장에서는 해당 조치가 현실화하면 국내 정유사인 에쓰오일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전망이 나오는 배경에는 미국이 단일 국가 기준 최대 경유 수출국이라는 점이 자리한다. 미국의 경유 수출 규모는 하루 130만~150만 배럴로 전 세계 수요의 약 5%에 해당하는데 이 물량이 막히거나 줄면 부족분이 다른 공급처로 몰리면서 한국산 경유 수요가 커질 수 있어서다. 더불어 경유 수급이 빠듯해지면 가격이 오르고 스프레드(정제마진)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최근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급등한 상황이어서 경유 가격이 오르면 원재료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에쓰오일의 원유도입가격은 배럴당 97.8달러로 지난해 연평균 70.38달러보다 39% 급증했다.
에쓰오일은 모든 제품 가운데 경유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커 수혜 효과도 클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상반기 경유 매출액은 6조 403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1.6%를 차지했고, 정유 부문 매출만 놓고 보면 경유 비중이 39.7%에 달한다. 수출 수요가 늘어 판매 물량이 증가하면 외형이 한층 더 확대되고 여기에 스프레드 개선이 더해지면 수익성 개선 효과도 커질 수 있다. 경유가 난방용으로도 쓰여 겨울철이 성수기인 만큼 미국의 수출 통제가 가시화되면 에쓰오일의 경유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다만 미국의 수출 통제는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어서 향후 동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유 최대 수출국인 미국이 경유 수출 중단을 검토하면서 글로벌 수급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경유 마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경유 수출 중단·축소 등 규제가 현실화되면 글로벌 경유 수요가 국내로 쏠리면서 에쓰오일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규제는 변수…업황 호조에 실적 개선 '기대'
반면 미국의 수출 통제가 현실화되더라도 에쓰오일의 반사이익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에쓰오일을 비롯한 국내 정유사는 정부 규제에 묶여 있어 해외 시황이 좋아져도 이를 온전히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지난 3월부터 경유 등 3개 유종의 월 수출량을 전년 동월 수출 물량의 10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해외 수요가 늘어도 국내 정유사가 경유를 내보낼 수 있는 물량에는 한도가 있다는 뜻이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도 변수로 꼽힌다. 이 제도는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유가와 국내 기름값이 급등하자 정유사의 공급 가격에 상한을 두어 물가와 소비자 부담을 누르려는 조치다. 이는 지난 3월부터 시행됐고 지난 18일에는 10차 최고가를 경유 기준 리터당 1773원으로 동결했다. 이로 인해 미국 수출 통제로 글로벌 경유 가격이 오르더라도 국내 공급가 상승폭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러한 규제로 인한 정유사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올해 4조 2000억원 규모의 재정지원도 마련했다. 다만 원유 도입원가에 적정 마진을 더한 투입 원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국제 제품가(MOPS) 상승에 연동되는 국내 가격 상승분은 보전 대상에서 빠진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에쓰오일은 내수 비중이 커 규제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경유 내수 매출액은 3조 3075억원으로 경유 전체 매출액 6조 4033억원의 51.7%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국제 경유 가격이 올라도 국내 공급가 상한에 막혀 수혜 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행히 수출 통제에 따른 반사이익을 제외하더라도 에쓰오일은 실적 반등의 여지가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0조 28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 늘었고, 영업이익은 2조 196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중 정유 부문 영업이익만 1조 5714억원으로 전체의 71.6%를 차지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석유제품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정유 가격이 원재료인 원유 가격보다 더 크게 올라 정제마진이 확대된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업황 호조가 이어지며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적 반등이 가속화되면 대규모 투자로 저하된 재무구조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에쓰오일은 최근 몇 년간 9조원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이로 인해 대규모 자금 소요가 반복되면서 올해 상반기 총차입금은 9조 818억원으로 늘었고 부채비율은 199.9%까지 높아졌다. 다만 대규모 투자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만큼 투자 사이클 종료 시점과 실적 개선이 맞물리면 재무구조 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는 이와 관련해 에쓰오일 측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