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개정안 부결에 6개월 내 감사위원 2인 선출 필수감사위원 영향력 커…MBK , 3%룰 적용으로 불리소수 주주 유리한 선출 구조서 최-MBK 갈등 장기화 전망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고려아연(010130) 정기 주주총회 결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증원에 관한 정관 개정 안건이 부결됐다. 이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
영풍(000670) 연합 사이 향후 분리선출 감사위원 2인 선임을 두고 긴장감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관 개정안 부결에 따라 고려아연은 오는 9월 전까지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분리선출 감사위원 2명을 반드시 선출해야 한다. 그러나 MBK-영풍 연합이 3%룰에 따른 의결권 제한폭이 커 순조롭게 감사위원을 선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겸 정기 주주총회 의장(사진=고려아연)
정관 개정안 부결에 반 MBK 감사 선임도 자동 부결
24일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결과에 따르면 주주 유미개발이 제안한 분리선출 감사위원 증원을 위한 정관 개정안은 부결됐다. 분리선출 감사위원은 사외이사직을 겸하는 감사위원이다.
해당 안건은 정관 변경이 목적이기 때문에 특별 결의 안건에 해당한다. 특별 결의 안건은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전체 발행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요한다. 개표 결과 해당 안건에 대한 총 찬성 의결권은 993만 887주로 집계됐다. 출석 의결권의 53.5%, 발행주식 총수의 48.71%를 확보해 통과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증원안 부결은 MBK-영풍 연합의 반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증원안 가결 시 MBK-영풍 연합에 불리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증원안이 가결되면 자동으로 이민호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안이 상정된다. 이 후보는 2024년 당시 MBK의 경영권 장악에 반대하는 뜻을 밝힌 최 회장 측 사외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고려아연 사외이사진 전원은 MBK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증원안 부결에 따라 고려아연은 추후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동일한 안건을 다시 상정해야 한다.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상법 개정안 시행 일자는 오는 9월10일까지로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다행인 점은 이사 5인 선임 안건 통과에 따라 절차적 낭비는 축소됐다는 점이다. 이사회 정원 중 한명이 공석으로 남기 때문에 추후 이사회 내 갈등을 피할 수 있다. 6인 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될 경우, 정관상 이사회 정원(19명)이 다 차기 때문에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출할 수 없다. 이에 추후 이사회 멤버 중 1명이 사임하고 그 자리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자리로 채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다른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 후보인 김보영 후보는 별도 선출 이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6개월 안 남은 정관 개정…긴장 고조 예상
최 회장 측과 MBK-영풍 연합 측의 갈등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점을 다시 잡을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이 누가 되냐에 따라 향후 양측의 의사 관철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과 이사회 구성원 사이에 뜻이 합치할 경우 의사결정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감사위원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경우 의사결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의 선임이 향후 각 진영별 의사결정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사외이사직을 겸하는 감사위원은 상근감사나 일반 사외이사보다 이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다.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은 일반 사외이사와 동일하게 이사회 의결권을 가지면서, 이사회 의사결정에 관해 감시와 견제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은 내부 회계장부 열람권, 의사결정에 관련된 내부 자료 요구권 등을 부여받는다. 상근감사와 비교했을 때도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은 의결권과 결부되어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상근감사는 이사회에서 의견 진술권만 보장받는다.
현 제도상 최 회장 측이 감사위원 별도 선출에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MBK-영풍 연합은 3%룰에 막혀 사실상 감사위원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3%룰은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을 주주총회에서 별도로 선출할 경우 주주당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된다. 최 회장 측은 다수 주주가 적은 지분을 나눠 가진 구조로 3%룰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MBK-영풍 연합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후보를 제안하지 않은 배경에도 사실상 3%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MBK-영풍 연합은 기타 비상무이사 및 사외이사 6인 선임안을 제안한 상태다. 감사 기능 확보 대신 이사회 내 지분 늘리기가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향후 MBK-영풍 연합은 점진적으로 이사회 내 의결권 수를 늘릴 계획이다. 다만, 감사위원 선출 구조상 MBK-영풍의 의사결정 관철력은 일부 제한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사외이사를 겸하는 감사위원은 일반 사외이사보다 이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 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경영권 분쟁이 첨예한 까닭에 감사위원 선출에 관해서도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감사위원의 취지가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사회를 견제하는 것이 취지라는 점은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