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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근무혁신?…할리스, 역량평가 '대리서명' 논란
할리스 신촌직영점, 직원 역량평가 대리 서명 후 본사 제출
할리스 지점 10곳 중 7곳, 역량평가 시 본인 서명 받지 않아
공개 2023-01-13 08:3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KG그룹의 커피 프랜차이즈 ‘KG할리스에프앤비(할리스)’가 대외적으로는 근무혁신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직영·가맹점 직원들의 승진, 근무조건 협상 등에 활용되는 역량평가를 지점장이 대리서명해 본사에 제출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며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공정한 인사 결정을 위해 역량평가에 직원 본인의 서명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할리스. (사진=KG할리스에프앤비)
 
12일 <IB토마토>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할리스 신촌직영점에서는 직원들의 역량평가를 지점장이 대리서명해 본사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역량평가는 직원들의 승진과 연봉 협상 등을 위해 매년 시행하는 것으로 본사 측은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게 본인서명을 받도록 방침을 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는 “할리스 직영점의 직원 역량평가는 각 점장이 직원들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본사 소속인 SC(Store Consultant)에게 보고하는 식으로 이뤄진다”라며 “개인에게 점수를 알리고 서명하도록 하는 게 원칙인데 대부분 본인 확인 없이 제출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근무혁신을 내세우고 최대한 개인적 감정이 반영되지 않는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있도록 본인서명을 필수적으로 받으라고 하는 건데, 지켜지는 경우가 없으니 그냥 향후 인사 결정 과정에서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빗장을 걸어두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직접 할리스 신촌직영점을 찾아가 해당 지점장에게 직원 역량평가에서 대리서명한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으나, 그는 “최근에 (역량평가를) 한 적도 없고, 모르는 일이다”라고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
 
할리스의 직원 역량평가지.
 
할리스 직영점에서 직원 역량평가시 대리서명을 진행한 곳은 신촌점뿐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서울에 위치한 할리스 지점 10곳을 돌며 직원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직원 본인이 역량평가지에 직접 서명을 했다는 곳은 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7곳은 서명을 해야 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가 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할리스 인사평가 원래 이런 식인가요?”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직영점 점장들이 정규직원 역량평가 진행한 뒤 개인에게 점수 고지도 안 해준 상태로 동의도 없이 대리 서명해서 결재 올리는 게 말이 되나”라며 “동의 없는 서명은 사문서 위조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리서명은 당사자로부터 서명에 대한 대리권을 부여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사문서 위조’ 또는 ‘사서명 위조’에 해당해 처벌받을 수 있다. 형법 제239조 ‘사인 등의 위조, 부정사용’에 따르면 타인의 인장·서명·기명 또는 기호를 위조, 부정 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39조.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이에 <IB토마토>는 할리스 측에 제보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을 수 없었다.
 
한편 할리스는 전자결제 기업 KG이니시스(035600)의 커피전문점 계열사다. 지난 2020년 9월 KG이니시스가 기존 IMM프라이빗에쿼티 소유였던 할리스의 지분 93.8%를 1450억원에 인수하면서 KG그룹의 품에 안기게 됐다. KG이니시스는 최근 고용노동부 주관 근무혁신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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