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투자에 '곳간' 동날까 걱정…또 유증 카드 꺼낼까
5년간 2.8조 투자…강달러에 투자비 늘어날 전망
은행·회사채 시장 금리 높아…최악엔 일반공모 유증 예상
공개 2022-11-28 07:00:00
이 기사는 2022년 11월 24일 17:4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에코프로비엠(247540)이 최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돈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6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지만, 투자금 대비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수요 증가로 설비 증설이 계속되고 있어 내년에도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금 조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보고서 등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0년 944억원에 머물렀던 투자활동현금흐름 적자가 지난해 2373억원 적자로 확대됐고, 올해 3분기에만 투자활동현금흐름이 343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매년 투자활동으로 현금이 '쑥쑥'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 유형자산 취득으로 현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재무부담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2019년 2801억원에 불과했던 부채총계가 올해 3분기 기준 1조8681억원까지 늘었다. 아울러 2019년 75.7%을 기록한 부채비율도 올해 3분기 기준 128.6%로 확대됐다. 특히 신영증권 등 업계에서는 에코프로비엠 부채비율이 올해 말 206.9%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에코프로이엠 CAM7 전경(사진=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의 부채총계 증가는 설비증설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회사는 양극재 생산능력을 △2022년 12만5000톤 △2023년 18만톤 △2024년 24만톤 △2025년 40만톤 △2026년 55만톤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는 매해 생산능력을 2배씩 올린다는 계획이다.
 
SK증권에 따르면 양극재 경쟁자인 엘앤에프(066970)의 생산능력은 올해 13만톤으로 에코프로비엠을 5000만톤 앞선다. 그러나 3년 뒤 양극재 연간 생산능력 전망은 에코프로비엠 40만톤, 엘앤에프 23만톤으로 역으로 2배 차이다. 그만큼 에코프로비엠의 증설 규모가 크고, 빠르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설비증설을 위해 5년간 북미·유럽에 총 2조8000억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단순산술로 연간 5600억원 이상 투자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설상가상 달러 강세로 시설투자에 따르는 절대적 부담이 증가해 차입금 규모도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4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327원이다. 1년여 전 최저치인 1177원과 비교하면 1달러당 450원 차이다. 전일 발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속도조절로 원·달러 환율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글로벌 석학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내년에도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를 점쳤다. 
 
박종일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2차전지 업체들 대부분이 북미 중심의 대규모 설비증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비 부담 증가 우려가 존재한다”라며 “고객사와 조인트벤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비 분담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달러 강세로 인해 절대적 부담 규모가 증가하는 만큼 차입금 규모도 추가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예상했다.
 
 
 
여기에 에코프로비엠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도 부담으로 지적된다. 수년간 영업활동현금흐름 흑자를 기록한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1009억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3분기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978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매출채권이 지난해 말 기준 2474억원에서 올해 3분기 8427억원으로 대폭 늘었고, 3394억원이던 재고자산도 1조373억원까지 커졌다. 매출 확대에 따른 여파로 보이지만, 당장 현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타인자본을 늘리며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차임금의존도는 30%를 넘지 않는 것을 안정적으로 본다. 에코프로비엠은 2020년 24.7%이던 차입금의존도가 지난해 연결기준 38.8%로 급증했다. 올해 진행한 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차입금의존도가 30%로 떨어졌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 금액을 올해 모두 소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9월 말 기준 장부상 1조7688억원의 차입금이 있고, 이중 3개월 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만 9489억원에 달한다.
 
기업 내부의 투자금 마련 방법은 현금성 자산 사용, 단기금융상품이나 장기금융상품 매각이나 이를 활용한 대출 등이 있다. 이 외에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대출이나 유상증자 등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9월 말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기타금융자산도 931억원에 불과해 내부조달로 투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내년에 다시 유상증자를 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4년간 재무 사정이 어려울 때마다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금을 조달했다. 2019년 1728억원, 2021년 320억원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올해 6월에는 일반공모 청약을 실시해 6246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정책금융을 중심으로 한 은행대출과 사채 쪽을 알아볼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PF 도산 우려에 은행 대출금리가 20%에 근접했다는 말도 나오지만 여전히 정책금융은 한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GS파워는 1개월물(3년 만기) 기업어음(CP) 약 570억원을 신한ESG 우수 상생지원대출 정책금리로 연 5.44%에 빌렸다. 회사채 시장도 얼어붙었지만 성장성 있는 기업의 경우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완판 사례도 종종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은행권과 (자금조달과 관련해)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KDB산업은행과 같이 2차전지에 적극지원하는 국책은행도 있다”라며 “유상증자는 주주들 원성이 커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은행과 사채 금리가 너무 높으면 회사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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