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해외사업 희와비)③한화 건설부문, 비스마야 재개 '신호탄'
지난해 '비스마야 사업' 중단…현재 재개 협상 진행 중
해당 프로젝트 수주잔고 8조원대 달해…2년 치 일감 규모
공개 2023-02-24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1일 18:1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이 심각하다. 고금리 여파 등으로 지난해 12월 전국에 쌓인 미분양 물량은 7만호에 육박해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제 건설업계는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이미 지난해 주요 상장 대형건설사 실적도 해외현장이 희비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영역 확장을 시도하겠지만, 모두의 전망이 긍정적이진 않다. 올해 해외수주 및 사업 전망을 두고 '희비'가 엇갈리는 건설사들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한화(000880) 건설부문이 지난해 공사 중단을 선언했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가 당시 한화건설과 한화의 합병을 반대하면서 '공사 중단'을 선언했지만, 남아 있는 사업 규모가 쉽게 버릴 수 있는 규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NIC가 한화 건설부문에 공사 재개를 요청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전경. (사진=한화 건설부문)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 건설부문이 진행하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은 여전히 사업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비스마야 사업은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10만80가구의 주택과 사회기반시설 등 '분당급 신도시'를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부지는 약 550만평으로 여의도 6배 면적 크기며 예상 거주 인원만 60만명에 달하는 등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로는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다.
 
한화 건설부문이 기획부터 설계, 조달, 시공까지 모두 수행하기로 했으며, 수주금액만 101억2000만달러(약 12조4000억원) 수준이다. 비스마야 사업은 크게 'BNCP'(도급액 80억달러) 및 'Social Infra'(21억2000만달러)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으며, 각 프로젝트의 수주 시기는 2012년, 2015년이다. BNCP 프로젝트는 주택공사, SI 프로젝트는 BNCP 내 교육·공공기관, 병원 등 인프라시설 공사를 의미한다.
 
그러나 사업은 부침을 겪고 있다.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는 지난해 10월6일 당시 한화건설이 한화와 진행하고 있던 합병 절차에 대해 '부동의'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한화 건설부문은 비스마야 사업과 관련해 기성금 지연지급 및 미지급 등 NIC의 계약위반을 이유로 바로 다음 날 NIC에 계약해지를 통지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BNCP 및 SI 프로젝트 수주 당시, 각 프로젝트 도급액의 약 10% 해당하는 금액을 선수금으로 수령했다. 이후 2019년까지는 공사대금이 전반적으로 원활하게 회수됐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공사대금 회수실적이 저조했다. 이는 이라크 내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이슬람국가(IS)와의 갈등으로 인한 정세 불안 및 유가 하락 등으로 이라크 정부의 재정 상태가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BNCP 프로젝트의 경우 계약서상 기성금을 매 4개월 단위로 청구 및 수령하기로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사대금을 수령한 시기는 지난 2021년 12월이 마지막이다. 특히 해당 회수금액(8800만달러)은 회사가 전체 기성 청구하고 받지 못한 금액(2022년 8월 말 기준 6억2900만달러)을 크게 밑돌고 있다.
 
다만, 지난해 8월 말 기준 비스마야 사업 관련 미수금(6억2900만달러)과 선수금(6억6000만달러)의 규모는 유사한 수준이다. 이는 NIC로부터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되자, 공사투입 인원을 축소시키면서 공사미수금이 선수금을 웃돌지 않게 공사를 진행함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비스마야 사업의 투입 인원은 2019년 말 약 1만2000명에서 2021년 말 약 680명으로 대폭 축소되는 등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되자 진행 속도를 조절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BNCP와 SI 프로젝트의 공정률은 각각 45.03%, 29.13%로 예상 완공 시점은 오는 2027년 12월이다.
 
공사 중단을 선언했을 당시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비스마야 프로젝트 관련 미수금은 6억29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9000억원 수준인데 선수금을 상계 처리하면 실제 손실 비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NIC 측은 지난달 3일 비스마야 사업 재개를 합의한다는 협상 합의문(MOA)을 토대로 한화 건설부문 측에 공사 재개와 관련 설득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 정부도 적극 나서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이라크를 방문해 정부 고위급 주요 인사와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제9차 한-이라크 공동위원회'를 올해 상반기 중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부 간 협력 채널인 한-이라크 공동위원회는 지난 2017년 이후 5년간 개최되지 못했으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재가동되며 '비스마야 사업 재개'가 주요 안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비스마야 사업의 당사자 양측 모두 사업을 중단하기에는 아쉬운 입장이라는 점도 재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라크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 주택 및 사회 인프라시설이 미비하기 때문에, 이러한 대규모 사업이 좌초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또한 비스마야 신도시에는 이미 약 3만세대 규모로 완공됐는데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공사 중단 결정 당시 현지에서는 주민들의 '한화건설 철수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화 건설부문 입장에서도 해당 사업이 '대규모'라는 점이 향후 매출 등 실적을 생각했을 때 아쉬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비스마야 사업 관련 수주잔고는 총 8조3950억원에 달한다. 한화 건설부문 측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4조원대로 예상되고 있어, 비스마야 사업에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매출 규모가 2년 치 일감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업 파트너'인 이라크 정부가 새롭게 꾸려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라크는 지난 2021년 10월 총선 후 내각 구성 문제로 정권 공백이 1년간 지속되면서, 사실상 한화 건설부문과의 정상적인 대화 진행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라크의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총리 및 21개 부처의 장관 인선이 모두 완료됐다. 비스마야 사업의 발주처인 NIC는 총리실 직속이며, 최근 NIC 의장이 교체된 만큼 공사 재개 논의에 있어 '청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사비, 변경 계약 등 사업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을 놓고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이라크 측에서 먼저 재개 협상을 제안해온 만큼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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