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변곡점)②지주사 전환에 '복잡해진 방정식' 풀리나
인적분할 이후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어피니티 입장도 오리무중
공개 2023-02-16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4일 19:3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간 풋옵션(주식을 되팔 권리) 분쟁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소모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교보생명이 추진했던 기업공개(IPO)는 물 건너갔고, FI와 형사 소송 2심도 패하면서 최대주주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회사는 지주사 전환 카드를 내놨지만 전망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에 <IB토마토>는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과 지주사 전환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전망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풋옵션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 카드를 꺼내 들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풋옵션 행사에 대한 신창재 회장의 반대 입장이 단호한 만큼 재무적투자자(FI) 측에서도 이번 기회에 다른 탈출구도 검토해 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교보생명 기업가치가 오를수록 FI에게도 유리한 국면이 형성된 만큼 기존과 다른 새로운 합의점이 나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 방식으로 인적분할을 택했다. 현 교보생명을 △금융지주사(신설법인)와 △교보생명(존속법인)으로 나누는 것인데 기존 교보생명 주주에게는 지주사 신주를 교부한다. 결과적으로 주주는 지주사와 교보생명 양사에 대한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한다.
 
예를 들어 신 회장은 현재 교보생명 지분율이 33.78%인데 인적분할 이후에는 지주사와 교보생명에 대한 지분율 33.78%를 각각 보유하게 된다. 주식수는 법인 분할에 따라 나눠지겠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지주사와 교보생명이 각각 보유하게 될 자본금과 주식은 현재 교보생명 것에서 특정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의 주식 소유 현황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36.91% △Corsair Korea Investors LLC 9.79% △Guardian Holdings Limited 9.05%(어피니티 컨소시엄) △Tiger Holdings LP 7.62% △한국수출입은행 5.85% △KLI INVESTORS LLC 5.33% △Hoenir Incorporated 5.23%(어피니티 컨소시엄) △KLIC Holdings Limited 5.23%(어피니티 컨소시엄) △Apfin Investment PTE LTD 4.50%(어피니티 컨소시엄) 등이다.
 
인적분할 다음에는 유상증자가 진행된다. 지주사는 교보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교보생명 주식을 출자 받고 그 대가로 신주를 지급하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시행한다. 신 회장이 본인 소유의 교보생명 주식을 지주사에 출자하고 신주를 받게 되면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을 33.78%에서 +a로 늘려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지주사 역시 출자 받은 만큼 교보생명에 대한 지분율을 확보한다. 지주사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자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50% 이상을 소유해야 하는 만큼 신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최대주주-지주사-사업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단단해진다.
 
풋옵션 문제로 분쟁 중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지분율 24.01%) 역시 인적분할 방식에 따라 지주사와 교보생명에 대한 지분율을 기존과 같이 보유한다. 다만 지주사가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시행하는 만큼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은 기존보다 희석된다.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강력히 바라고 있는 어피니티 입장에선 계산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어피니티는 교보생명이 지주사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앞선 항소심 판결을 설명하면서 신 회장이 풋옵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주사 전환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풋옵션 가격은 행사 당시에 이미 책정됐다’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풋옵션 분쟁이 어피티니와 신 회장 개인 사이의 계약이기 때문에 다른 상황과 관련짓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어니티니 컨소시엄의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지주사 전환 이슈에 대해서는 따로 공식 입장이 없는 상태다”라면서 “교보생명에서도 지주사 관련 계획을 밝혔지만 구체적 사안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나온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주주들 공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자회사 지분율 확보 문제도 있지만 이사회 결의부터 주주총회 특별결의, 금융당국의 지주사 인가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법에서는 대주주의 출자능력과 재무상태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용까지 고려한다.
 
현재 교보생명은 주주들에게 지주사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어피니티 역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가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향이 교보생명에 가장 이상적일 것으로 보이나 IPO를 지주사가 아닌 교보생명이 추진하는 만큼 이 역시 특별한 변수 없이는 엑시트가 어려운 방향이다. 풋옵션 분쟁이 길어져 행사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지주사 전환과 기업가치 상승으로 IPO 이후 높은 가격을 산정 받는 방식도 실질적 탈출구가 될 수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금은 작업을 추진하는 단계로서 세부적인 것들은 이제 앞으로 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라며 “(어피니티와도) 관련 내용을 계속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사회 보고가 이제 끝났고 이사회 결의는 빠르면 오는 7~8월로 보인다. 청사진을 그리고 있고, 주요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동의 구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