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첨단소재 인수전…롯데케미칼·KCC글라스 재무경쟁력은
롯데케미칼, 재무·수익성 등서 KCC글라스 웃돌아
아케마 영업익·솔베이 잉여현금흐름, 롯데케미칼 상회
공개 2022-04-29 08:50:00
이 기사는 2022년 04월 27일 11:3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폴리이미드(PI) 필름업체 PI첨단소재(178920) 인수전이 롯데케미칼(011170) 참전 이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국내 예비 인수 적격후보 중 KCC글라스(344820)보다 롯데케미칼(011170)의 인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재무 상황과 사업 연계성 등에서 롯데케미칼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는 해외 후보들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6일 IB업계에 따르면 PI첨단소재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오는 6월 초 선정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KCC글라스·솔베이·알키마·베어링PE 등 5곳의 예비 인수 적격후보가 이달 말까지 실사를 마치고 주관사 JP모간과 매각 주체인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조건을 제시할 예정이다. 
 
PI첨단소재는 SKC(011790)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가 합작해 2008년 세운 회사로, 설립 당시 사명은 ‘SKC코오롱PI’였다. 양사가 보유했던 지분 전량인 54%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지난 2020년 인수하면서 사명이 PI첨단소재로 바뀌었다.
 
이번 인수전이 업계의 큰 관심을 받는 것은 PI첨단소재가 세계 PI필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점유율은 31.2%에 달한다. PI, 폴리이미드 필름의 활용처와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도 PI첨단소재 매각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폴리이미드(PI)는 강도·내화학성·내열성·절연성 등이 뛰어나, 통신 안테나·디스플레이·반도체·2차전지 등의 필수 소재로 자리매김했다. 향후 자율주행·6G 통신을 비롯해 시스템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고도화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PI첨단소재는 PI필름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경북 구미사업장에 8·9호기를 증설 중이며, 2023년 이후 해당 라인이 가동되면 연간 생산량이 3200t으로 늘어난다. 충북 진천사업장의 생산까지 더하면 총 6150t의 연 생산능력을 갖게 된다.
 
 
 
현재 롯데케미칼·KCC글라스·솔베이·알키마·베어링PE 등 5곳의 예비 인수 적격후보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곳은 롯데케미칼이다. KCC글라스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롯데케미칼의 인수 여력이 훨씬 큰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기준 롯데케미칼의 현금성자산은 4조4822억원으로, 3946억원을 기록한 KCC글라스의 11배 이상이다. 단기성차입금 규모도 KCC글라스는 현금성자산의 약 35.35%, 롯데케미칼은 39.64%로 유동성 측면에서도 크게 불리하지 않다.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인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롯데케미칼은 작년 말 기준 7643억원, KCC글라스는 1060억원으로 차이가 크다.
 
현재 매각 대상은 PI첨단소재 지분 54%로, 글랜우드PE가 책정한 매각금액은 1조원 내외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몸값이 비싸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PI첨단소재가 지난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자부심이 반영된 금액이라는 평가다. 현금성자산을 기준으로 본다면 롯데케미칼은 단기성차입금을 제외하고도 인수 여력이 충분한 반면, KCC글라스의 경우 컨소시엄을 꾸리지 않는다면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 
 
PI첨단소재가 해외 증설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인수 이후 사업 지원을 위해서는 수익성이 중요한데, 롯데케미칼은 실적 부문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우선 매출액의 경우 지난해 기준 전년도보다 48.25% 증가했다. KCC글라스 역시 65.9%의 매출 성장을 보였지만, 매출액을 비교하면 롯데케미칼이 18조1205억원으로 1조1757억원인 KCC글라스의 15.4배 규모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도 대비 성장률은 KCC가 348.73%로 330.26%인 롯데케미칼을 앞섰지만, 액수에서는 롯데케미칼이 1조5356억원을 달성하며 1608억원을 기록한 KCC글라스를 압도했다. 당기순이익도 롯데케미칼은 같은 기간 713% 증가한 1조4256억원을 보였으나, KCC글라스는 11% 줄어든 1178억원이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현재 계열사와 지분 투자 등을 통해 분리막용 폴리에틸렌(PE)·양극박·음극박·전해액 유기용매 등 배터리 4대 소재의 핵심 재료를 모두 생산하고 있다”라며 “PI첨단소재까지 인수할 경우 배터리 소재 공급 사슬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지=Solvay 홉페이지
 
KCC글라스와 비교하면 큰 역량 차이를 보이는 롯데케미칼이지만, 해외 인수 예비 후보들의 경쟁력도 얕볼 수 없다. 솔베이(Solvay)는 벨기에에 본사를 둔 첨단소재 기업으로, 1975년에 우리나라에도 진출해 3곳의 공장을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98곳의 생산 거점을 둔 대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약 101억유로로 우리돈 13조5000억원 규모다. 영업이익도 1조5900억원가량으로, 롯데케미칼과 비슷한 수준이다. 잉여현금흐름은 1조3965억 규모로, 롯데케미칼의 약 두 배다. 다만 솔베이의 경우 이미 PI소재 관련 사업을 하고 있어,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지=ARKEMA 홈페이지
 
아케마(ARKEMA)는 프랑스 석유화학 기업 토탈(TOTAL)그룹 계열사다. 지난 2019년 SK이노베이션(096770) 자회사 SK종합화학이 아케마(Arkema)의 기능성 폴리올레핀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주목받았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2조7500억원 규모이며, 영입이익은 2조3213억원으로 롯데케미칼보다 51% 이상 많다. 최근 5년간 12개 기업을 인수했음에도 6413억원가량의 잉여현금흐름을 보유한 상태이며,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아케마가 롯데케미칼의 인수 후보 합류 전 유력 인수자로 지목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 상황과 사업 연계성 등을 볼 때 최종적으로 롯데케미칼과 아케마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롯데케미칼이 국내 기업이라는 장점과 함께 아케마만큼 적극적으로 인수 협상에 임할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