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지각변동)④투자자본 올라탄 창고형 약국…프랜차이즈화 가속
11월 개정 약사법 시행 앞두고…창고형 약국 70곳
투자 유치부터 엑시트까지…약국도 투자 대상화
공개 2026-09-11 06:3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09일 09:1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대량구매와 저가를 앞세운 창고형 약국이 최근 1~2년 새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기존 소규모 약국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국회는 지난 8월 약국 상호에 '창고'·'마트' 등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명칭 규제만으로 창고형 약국이 촉발한 대량구매와 가격경쟁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장은 약사업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량구매를 기반으로 한 유통 방식이 확산되면서 제약사-도매상-약국으로 이어지는 기존 의약품 유통질서는 물론 제약·바이오사의 영업·마케팅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IB토마토>는 창고형 약국의 확산이 의약품 유통시장과 제약·바이오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그 파장을 다각도로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창고형 약국의 확산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넘어간 모양새다. 국민 건강을 책임 지던 동네약국을 넘어서서 투자 유치와 엑시트 전략을 갖춘 자본이 철저히 시장 논리에 따라 약국을 프랜차이즈화 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1월 개정 약사법 시행으로 면허대여 구조에 칼을 빼들었다. 다만 제약업계마저 창고형 약국을 위협이 아닌 새로운 유통채널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약국의 프랜차이즈화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창고형 약국, 1년 3개월 만에 70여곳으로 '증가'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경기 성남 메가팩토리 약국을 시작으로 1년 3개월 만에 초대형 약국이 70여 곳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연내 100곳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
 
매대 진열과 대량 구매 등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은 최근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까지 끌어들이며 '제2의 올리브영'을 노리는 모양새다. 명동·홍대 등 관광지 약국가에는 처방전 대신 쇼핑 바구니를 든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고, 외국인 의료관광 지출에서 약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8%대에서 지난해 59%대로 늘어 피부과를 앞질렀다는 한국관광데이터랩 조사 결과도 있다.
 
문제는 배후 자본이다. 개인 약사 명의로 등록됐지만 이면에는 투자금과 확장 전략이 숨어있는 경우가 다수 확인된다. 메가팩토리 약국은 성남 1호점을 낸 약사 A씨는 개인사업자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등록하며 온누리·휴베이스 등에 이어 8번째 약국 프랜차이즈로 이름을 올렸다. 하남 1호점을 연 파마스퀘어 대표 B씨 역시 4월 투자 유치를 마쳤고, 확보한 자금을 2·3호점 출점에 투입한 뒤 후속 시리즈 또한 준비 중이다.
 
더 노골적인 사례도 있다. 최근 약사 사회에는 올리브영과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했다며 대기업 매각과 기업공개(IPO)까지 담은 창고형 드럭스토어 투자 제안서가 돌고 있다. 제안서에는 낮은 임대료 대신 매출 비율을 나누는 이른바 '수익 공유 부동산 모델'까지 담겼다. 자본이 운영에 사실상 개입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SNS에서도 초대형 약국 투자 제안 광고가 돌아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약사회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여러 명이 자본을 대 약국을 개설, 수익을 나눠가지는 형태의 투자 제안 광고가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런 구조에 선을 그었다. 복지부는 약사가 개설만 하고 배후에 자본이 따로 존재하는 창고형 약국은 사실상 면허대여 약국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오는 11월 시행되는 개정 약사법은 외부 사업자가 자금과 상품 구성, 가격정책, 수익 배분을 사실상 통제하는 경우를 실질적 운영자를 가리는 기준으로 삼는다. 복지부는 시행 이후 상시 모니터링 조직을 신설하고, 궁극적으로는 면대약국 전담 특별사법경찰 조직까지 두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대형 약국-제약사 협업도 '시간문제'
 
규제를 앞두고도 프랜차이즈화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메가팩토리는 지난해 12월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최초 등록해 기존 약국 체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파마스퀘어는 올해 2분기 가맹 라이선스 확보를 목표로 직영 모델을 검증한 뒤 가맹사업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대 약국체인 온누리약국체인도 최근 '프라임온누리'와 '메가온누리' 브랜드를 새로 등록해 대형 평수 수요에 대응하고 나섰다. 약국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노하우 전수를 넘어 매출 목표와 엑시트 전략까지 공유되는 구조가 확산면 창고형 약국을 막을 명분 자체가 옅어질 것이라는 우려 역시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연내 창고형 약국이 100곳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83.3%가 창고형 약국 방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시장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창고형 약국을 위협으로만 보지 않는 시선도 커지고 있다. 제약업계는 오히려 신유통 채널로 끌어안는 모습이다. H&B스토어에서 검증된 단독 판매 제품(PB) 전략이 창고형 약국에도 적용되는 분위기다. 파마스퀘어 측은 각 매장에서 쌓이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PB제품 사업을 확대해 수익 구조를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이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소용량 건기식을 공동 기획한 사례처럼, 제약사와 신유통 채널 간 협업은 이미 편의점과 다이소 등에서도 검증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약사 단체 반발에 유통 확대 전략을 접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소비자 접점 확대를 더 중요한 과제로 보는 분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대형 제약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아무래도 제약사 입장에서는 창고형 약국과의 거래를 늘리는 게 약사 사회 눈치가 보이기는 한다"며 "다만 창고형 약국 확대 흐름이 이미 빨라지고 있고 냉정한 관점에서 봤을 때 제약사 입장에서는 또 다른 큰 시장이 열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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