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자산 84% 채권·재고 묶여 운전자본 부담 확대현금성자산 81억원에 불과해 투자·차입 부담 가중수주잔고 9207억원·가동률 상승…실적 개선 기대
[IB토마토 장민지 기자]
한라캐스트(125490)가 9207억원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도 현금 부족에 직면했다. 매출 확대 과정에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급증하며 유동자산의 84%가 운전자본에 묶였고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적자로 돌아섰다. 설비 가동률 상승과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로봇 부품 수주로 성장 기반은 갖췄지만 이를 실제 실적과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운전자본 관리가 시급해졌다.
(사진=한라캐스트)
유동자산 84%가 운전자본 상태로 묶여…OCF도 적자전환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한라캐스트의 매출채권은 56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421억원 대비 34.1% 급증한 규모다. 같은 시기 재고자산도 299억원으로 지난해 말 227억원 대비 31.6% 늘었다.
매출채권뿐만 아니라 재고자산 관리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유동자산 총액은 1027억원으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합산한 863억원이 전체의 84%를 차지한다. 자본총계(1111억원)와 비교하면 자본의 4분의 3 이상이 아직 현금화되지 못한 채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형태로 남아 있는 셈이다.
수익성도 함께 후퇴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896억원으로 전년 동기 768억원 대비 16.6% 늘었지만, 매출원가가 789억원으로 20.8% 증가하며 매출 증가폭을 웃돌았다. 이에 매출원가율은 84.9%에서 88%로 3.1%포인트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71억원에서 48억원으로 33.3% 감소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14억원에서 3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는데 이는 영업이익 감소분을 금융수익 등 영업외이익이 상쇄한 결과로 실질적인 본업 수익성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
결국 운전자본에 유동성 대부분이 묶이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OCF)도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 OCF는 마이너스(-) 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순이익이 늘었음에도 현금흐름이 악화된 것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증가분이 순이익 증가분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매출채권은 고객사별 회수기간을 면밀히 관리하고, 대형 고객사와 납품·검수 조건을 협의해 대금 회수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매출채권을 활용한 팩토링이나 금융기관의 매출채권 담보대출 등을 통해 현금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고자산 역시 고객사 생산 일정에 맞춰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선제적으로 쌓아두는 재고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수주에 가동률 순항…유동성 확보는 '과제'
다행히 한라캐스트의 설비 가동률은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어 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202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3개년 연속 가동률이 개선됐다. 350톤(t) 이하 소형 주조라인은 본사 기준 2024년 69%에서 2025년 85%로 뛴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87%까지 오르며 2년 새 18%포인트 상승했다. 650t 이상 대형 라인도 본사 기준 올해 상반기 92%까지 오르며 우상향을 이어갔다. 베트남 생산법인 역시 대형·소형 라인 모두 가동률이 개선되며 올해 상반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동률 개선의 배경에는 안정적인 수주 확보가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9207억원에 달하며 분야별로는 디스플레이 3155억원, 자율주행 2855억원, 전기변환 2220억원, 배터리 440억원, 로봇 303억원, 기타 233억원 등 특정 부문에 쏠리지 않고 고르게 분산돼 있다. 이 가운데 전기변환과 관련된 996억원의 수주가 올해 2분기부터 매출로 인식되면서 점진적으로 실적 개선세가 강화될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수주 경쟁력의 밑바탕에는 다이캐스팅 기술력이 자리한다. 한라캐스트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등 소재를 녹여 원하는 형상으로 성형하는 다이캐스팅 공정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알루미늄보다 30% 이상 가벼우면서 전자파 차단 성능이 뛰어난 마그네슘 가공은 고난도 기술이 필요해 경쟁사가 많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량화가 필수적인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안정적으로 고객사를 확보해왔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로봇 사업 확대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라캐스트는 이미 글로벌 인공지능(AI) 자동차사의 휴머노이드 로봇 일부 부품을 수주했으며 해당 부품은 고객사 개시 일정에 맞춰 순차 공급될 예정이다. 신규 휴머노이드 로봇부품에 대한 추가 개발 논의도 진행 중이어서 향후 양산이 본격화되면 관련 수주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같은 성장을 뒷받침할 자금 확보는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로봇 부품 개발 등에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단기성차입금(유동성장기차입금 포함)은 지난해 말 348억원에서 579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현금성자산(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81억원에 그쳐 유동성 압박이 심화된 상태다. 결국 투자와 차입 부담을 완화할 유동성 확보와 운전자본에 묶인 현금흐름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진입장벽이 높은 마그네슘 다이캐스팅 특성상 경쟁사가 많지 않아 경량화가 중요한 자율주행, 커넥티드 디스플레이, 로봇 등 분야에서 선도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글로벌 자동차사의 1차 협력사로 등록되면서 늘어난 신규 물량이 올해 1분기 말부터 매출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매출 상승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라캐스트처럼 수주잔고가 큰 제조업체는 수주가 매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운전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지금은 성장 그 자체보다 성장 속도와 현금흐름의 균형을 맞추는 재무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로봇 투자는 선택과 집중으로 이어가되 단기 유동성을 안정시키고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현금화하는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약 9000억원 규모의 수주잔고로 성장 기반은 갖춘 만큼 유동성 관리에 실패해 모처럼의 성장 기회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IB토마토>는 이와 관련해 한라캐스트 측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