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장민지 기자]
롯데렌탈(089860)이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는 절차를 본격화하면서 향후 사업 방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TPG는 인수 과정에서 롯데렌탈을 단순 렌탈 사업을 넘어 미국의 엘리먼트 플릿 매니지먼트처럼 고객사 차량 관리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바 있다. 향후 렌탈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관리 서비스 중심으로 축이 옮겨갈 경우 렌탈차량 보유에 따른 영업비용과 현금유출 부담이 줄면서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동반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롯데렌탈)
TPG가 내세운 차량 관리 서비스…렌탈자산 비용 부담 덜까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지분 61.18%를 텍사스퍼시픽그룹(TPG)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만을 앞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향후 사업 재편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롯데렌탈은 현재 차량렌탈과 중고차판매 위주의 매출 구조를 갖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 4967억원으로 이 중 차량을 직접 매입해 빌려주고 받는 렌탈수익이 9825억원으로 전체의 65.6%를 차지했다. 여기에 차량을 되팔아 남기는 중고차판매 수익 4206억원(28.1%)을 합하면 매출의 93.7%가 보유한 차량 자산을 바탕으로 발생하는 구조다.
(그래프=AI 제작·IB토마토)
그런데 TPG는 인수 과정에서 롯데렌탈을 렌탈뿐만 아니라 차량 정비와 관리를 포함한 '종합 모빌리티 인프라 기업'으로 재정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엘리먼트 플릿 매니지먼트처럼 법인과 정부의 차량 운영 전반을 대신 관리해주는 서비스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엘리먼트의 올해 상반기 순매출 6억 4012만달러 중 서비스 수익이 3억 2599만달러로 50.9%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고객사 리스에 자금을 대주고 받는 파이낸싱 수익(42.7%)과 리스채권 재매각에 따른 신디케이션 수익(6.4%)이다.
TPG가 엘리먼트식 서비스 사업을 중심에 두려는 배경에는 높은 수익구조가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차량 관리 서비스는 렌탈 사업과 달리 차량 자산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고객사에 관리 수수료를 청구해 수익을 낼 수 있어 렌탈차량 보유에 따른 감가상각비 등 영업비용으로 인한 수익성 하방 압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올해 상반기 롯데렌탈의 렌탈자산 감가상각비는 5162억원으로 전체 영업비용 1조 3284억원의 39.1%에 달했다. 이 같은 비용 구조는 수익성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렌탈의 영업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11.24%를 기록했고 연간 기준으로도 2023년 11.09%, 2024년 10.2%, 2025년 10.71%로 몇 년째 1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향후 렌탈 위주 사업구조에서 차량 관리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렌탈자산에서 비롯되는 영업비용 부담이 줄면서 영업이익률이 한 단계 개선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차량 매입 부담에 OCF 적자…자산구조 재편이 해법 될까
롯데렌탈의 매출구조가 다변화될 경우 현금흐름 개선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탈은 차량을 직접 매입해 빌려주는 구조를 갖고 있어 렌탈 영업을 확장할수록 오히려 현금 유출이 커지는 구조를 안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마이너스(-) 1384억원을 기록했다. 반기순이익 486억원과 감가상각 등 비현금성 항목 조정액 6758억원이 더해졌음에도 신규 렌탈자산 매입에 1조 463억원이 소요되면서 전체 OCF가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대규모 렌탈자산 취득이 이어지며 차입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연간 1조원이 넘는 렌탈자산 취득이 지속되면서 올해 상반기 순차입금은 4조 4644억원으로 지난해 말 4조 2348억원 대비 5.4% 늘었다. 지난해부터 장기렌탈 계약 수요가 늘고 과거 취득한 자산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재무 부담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반면 TPG가 사업 모델로 제시한 엘리먼트는 고객사에 리스 자금을 대여해주는 방식이라 보유 자산이 실물 차량이 아니라 '리스채권'으로 잡힌다. 리스채권은 표준화된 금융자산이어서 기관투자자에게 대량으로 비교적 예측 가능한 가격에 매각할 수 있다. 시세·주행거리·수출수요 등 변수에 좌우되는 중고차 매각보다 유동화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인 이유다. 대규모 차량 매입에 따른 자금 부담이 적고 리스채권 매각을 통한 현금 유입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인 셈이다. 그 결과 엘리먼트의 올해 상반기 OCF는 6억 7386만달러로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롯데렌탈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사업구조 전환으로 실물 차량 자산보다 리스채권 성격의 자산 비중이 늘어난다면 차량 매입에 따른 현금 유출 부담이 줄어드는 동시에 채권 매각을 통한 현금 회수 속도도 빨라져 현금흐름과 차입 부담 구조가 함께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TPG가 롯데렌탈 인수를 진행 중인 단계로 아직 구체적인 사업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아 향후 사업 방향의 변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다솜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직 롯데렌탈이 최대주주 변동에 따른 사업계획을 밝힌 적은 없지만 만약 시장에서 예상하는 대로 차량 관리 및 정비 서비스 중심의 사업 구조로 재편된다면 렌탈 차량 매입으로 인한 자본적지출(CAPEX)이 줄면서 현금흐름이 개선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롯데렌탈은 현재 장기렌터카·단기렌터카·중고차 매각을 축으로 하는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거래 종결 전까지는 기존에 수립된 사업 계획에 따라 운영을 이어갈 것"이라며 "차량 매입에 따른 자금 소요 구조를 포함한 향후 경영 전략은 대주주 변경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논의될 사안으로 현시점에서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