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엔켐(348370)의 최대주주 와이어트그룹이 보유한 엔켐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한 가운데, 사모펀드(PEF)에 대한 상환 기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3월 오정강 엔켐 대표의 담보주식이 실제 매도되면서 최대주주가 한 차례 변경된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 상환 여부도 단순한 최대주주 차원의 자금 문제를 넘어 엔켐의 지배구조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엔켐 조지아 공장 (사진=엔켐)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켐 최대주주 와이어트그룹은 지난 11일 기존 대출약정과 주식담보계약을 변경했다. 현재 와이어트그룹이 보유한 엔켐 주식은 112만9774주로 지분율은 5.16%다. 해당 주식 전량이 메리츠증권과 오아시스제2호사모투자합자회사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오아시스PE 몫이다. 오아시스PE에 담보로 잡힌 주식은 102만3557주로 와이어트그룹 직접 보유분의 약 90%에 달한다. 나머지 10만6217주는 메리츠증권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오아시스PE 관련 채무는 전환사채(CB) 발행을 목적으로 조달한 178억6000만원이다. 최근 변경계약에서 기준 상환금액은 215억원으로 설정됐다.
지배력 강화에 쓴 PEF 자금…9월19일 '부메랑' 될까
주목되는 점은 오아시스PE에 제공된 담보주식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 4월 계약 당시 오아시스PE에 제공된 엔켐 주식은 92만3557주였지만 이번 변경계약에서는 102만3557주로 10만주 증가했다. 같은 178억6000만원 규모의 채무를 두고 PEF가 확보한 담보주식이 추가된 셈이다.
상환기한은 오는 9월19일이다. 계약상 기한이 도래하거나 기한이익을 상실하면 오아시스PE가 담보권을 실행할 수 있다. 회사 역시 공시를 통해 담보권 전부 또는 일부가 반대매매되거나 소유권이 이전될 경우 최대주주가 변경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엔켐 측도 공시를 통해 담보권 전부 또는 일부가 반대매매되거나 소유권이 이전될 경우 최대주주가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특히 엔켐은 이미 올해 3월 최대주주 변경이 한 차례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오정강 대표가 메리츠증권과 케이투코리아에 담보로 제공했던 엔켐 주식 가운데 160만6325주가 반대매매로 시장에 강제 매도되면서다. 담보주식 매도 이후 오정강 대표의 직접 보유주식은 91만3088주, 지분율 4.17%까지 줄었다. 당시 237만9413주였던 담보주식 가운데 약 67.5%가 한 번에 매도된 셈이다.
그 결과 엔켐의 최대주주는 오정강 외 4명에서 와이어트그룹 외 1명으로 변경됐다. 7월 기준 와이어트그룹의 엔켐 직접 지분은 5.16%, 오 대표의 지분까지 더해도 9.39%에 불과하다. 다만 와이어트그룹은 오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개인 직접지분 중심에서 오 대표가 지배하는 법인을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재편된 것이다.
문제는 새 최대주주인 와이어트그룹의 엔켐 보유주식마저 전량 담보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오는 9월 오아시스PE에 대한 상환이나 차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난 3월에 이어 최대주주 측 지배력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대주주 215억 이어 회사도 2380억대 CB '조건 변경' 분수령
최대주주 차원의 자금 부담과 별개로 엔켐 자체의 대규모 CB 문제도 남아 있다. 앞서 엔켐은 지난 2024년 2500억원 규모의 제14회 CB를 발행했다. 시설자금 2000억원과 운영자금 5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한 조달이었다. 해당 CB는 발행 후 24개월이 지난 올해 11월부터 사채권자가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남아 있는 미전환 물량은 약 2381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발행액 2500억원의 대부분이 남아 있는 셈이다. 특히 전환가액이 주가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보다 현금 상환을 요구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첫 조기상환에는 원금뿐 아니라 약정된 조기상환수익률도 적용된다. 발행조건상 첫 풋옵션 행사 시 전자등록금액의 104.1065%를 지급하도록 돼 있어 실제 현금 유출액은 투자자들의 행사 규모에 따라 원금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엔켐은 현재 제14회 CB의 조기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건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7일 사채권자집회를 열고 기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삭제와 담보 제공, CB의 단계적 매입·소각 등을 담은 안건을 표결할 예정이다. 기존 조건상 사채권자는 오는 11월29일부터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있지만, 풋옵션 삭제안이 통과되면 해당 조기상환 의무는 사라진다.
엔켐의 유동성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약 73억원에 그친 반면 단기차입금만 1512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14회차 CB 투자자들이 대규모 풋옵션을 행사할 경우 자체 현금만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추가 자금조달이나 차환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엔켐은 오는 9월 최대주주 와이어트그룹이 오아시스PE에 대한 215억원의 상환 문제를 풀어야 하고, 곧바로 11월 2000억원대 CB의 조기상환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지난 3월 담보주식 매도로 한 차례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새 최대주주 지분마저 전량 담보로 묶인 만큼, 와이어트그룹의 상환 또는 차환 여부가 엔켐 지배구조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엔켐 측과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