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인사시계)④LG, '미래 성장'과 '부진 정리' 투트랙 재편
APEC 이후 본격 계열사 릴레이 보고 예정
LG전자·디스플레이 부진…주요 임원 교체 가능
IRA 변수에 LG엔솔·LG화학 긴장 모드
공개 2025-11-04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0월 31일 17:4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재계의 연말 인사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관세 압박과 수익성 둔화가 맞물린 상황에서 주요 그룹들은 발 빠른 조직 개편과 인재 재배치를 통해 위기 대응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과거 인사가 '성과 평가의 마무리'였다면, 올해는 '위기 대응의 출발점'으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사업 리밸런싱·세대교체·리더십 전환'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안은 주요 그룹들의 인사 전략을 <IB토마토>가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LG(003550)그룹도 조기 인사 기류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후 곧이어 주요 계열사 내년도 경영 보고를 직접 챙기며 인사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는 예년보다 한발 빠른 조직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구 회장 취임 7년차를 맞은 올해는 미래성장 강화와 부진 사업 구조조정이 인사의 두 축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지난해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 중심의 인사 개편과 1980년대생 임원 발탁으로 세대교체를 선도했던 만큼 올해 역시 인사 폭과 방향성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LG)
 
릴레이 사업보고 돌입…부회장 승진 인물 주목
 
31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이달부터 한 달간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차례로 소집해 내년도 사업 전략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전자와 화학, 통신 등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릴레이 형태의 전사 보고회’가 진행 중이다.
 
보고회는 LG전자(066570)를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034220), LG화학(051910), LG에너지솔루션(373220), LG유플러스(032640), LGCNS(LG씨엔에스(064400)) 등 전 계열사로 이어진다. 각 사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실적과 투자 방향, 시장 리스크를 발표 형식으로 설명하는 식이다.
 
LG 내부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재 내년도 사업 전략 보고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룹 계열사별로 내년도 사업계획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사 시기에 대해서는 예년대로 그룹 일정에 맞춰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보고회 일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인사 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르면 11월 중순 사장단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보고 결과가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 직접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보고 내용의 상당 부분이 신성장 투자와 글로벌 대응 전략에 집중될 것으로 전해진다.
 
 
LG는 지난해에도 주력 사업 중심의 안정 기조 속에서 ABC 신성장 분야 인사를 확대했다. 전체 신규 임원 중 23%(28명)가 해당 분야 출신이었고, 1980년대생 임원 3명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며 기술 중심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그룹 연구개발(R&D) 임원 수도 218명으로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대미 통상정책 등 글로벌 변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그룹 차원의 강도 높은 쇄신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LG생활건강은 그룹 정기 인사보다 두 달 앞서 로레알 출신 이선주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외부 수혈에 나섰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선주 사장 영입은 구광모 회장의 인사 전략이 안정에서 혁신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ABC 중심으로 신규 인사가 이뤄지는 동시에 적자 사업군에서는 강도높은 조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적자 사업 책임론 부상…인사 기조에 반영될까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 사업본부의 부진이 이어지며 인사 개편 가능성이 제기된다. MS본부는 올해 상반기 186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이에 따라 LG전자의 영업이익은 1조89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 다만 전장(VS)사업본부는 매출 5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VS부문은 완성차 업체와의 수주 확대가 이어지고 있어 임원 유임 가능성이 크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LG전자는 VS사업이 그룹 내 신성장 모델로 자리 잡은 반면 MS사업은 구조적 부진이 반복되고 있다”며 “성과 중심의 투트랙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친환경·바이오소재 부문에서 성과를 낸 임원들이 승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LG CNS는 AI·클라우드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소프트웨어·데이터 분야의 40대 기술 인재가 주요 발탁 대상으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는 상반기 800억원대 적자를 냈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의 사업 체질 개선과 원가 절감 효과로 올해 4년 만의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LCD 축소와 OLED 중심의 구조 개편이 동시에 추진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축소와 북미 공장 가동 지연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환율과 원자재 가격 변동 부담도 이어지면서, 연구개발(R&D)과 북미 사업조직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인사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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