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이차전지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실패한
SKC(011790)가 반도체 소재로 사업 전환을 추진하고 필요한 현금도 마련하게 됐다. SKC는 반도체 소재 자회사 SK엔펄스를 흡수 합병하면서다. SKC는 이를 통해 신사업 추진에 필요한 현금도 확보한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얻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앞서 포트폴리오 전환에 실패한 상황에서 다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결정이 성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C는 자회사 SK엔펄스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SKC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SK엔펄스 합병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SKC는 합병 절차를 오는 12월22일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SKC는 이번 합병을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SK엔펄스는 블랭크마스크와 CMP 슬러리 사업부문을 매각할 예정이다. SKC는 이번 합병을 통해 사업 매각 대금을 포함한 3952억원 규모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SKC 이를 통해 재무건전성 개선과 신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SKC와 SK엔펄스 합병비율은 1.0000000 대 0.0336649다.
SKC와 SK엔펄스 합병 공시 (사진=전자공시시스템)
(사진=SKC)
SKC는 본래 SK그룹 내에서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중소형 계열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부터 이차전지 동박 제조사 KCFT(현 SK넥실리스)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이차전지 소재 부문 중간 지주사로서 존재감을 키웠다.
SK그룹은 SK의 이차전지 사업을 지원하는 사업군으로서 SKC 성장을 기대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차전지 '일시적 정체현상(캐즘)'에 따른 소재 사업부문 실적악화로 그룹에서 골칫거리가 됐다.
결국 박원철 대표는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 개편에 나섰다. 박 대표는 SKC의 모태 사업인 필름 사업 매각을 시작으로 SK넥실리스의 FCCL(Flexible Copper Clad Laminate) 박막 사업과 말레이시아 공장 지분, SK엔펄스 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패드 사업 등 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매각을 단행했다.
이어 SKC는 이차전지 소재 산업 회복을 기다리는 대신 반도체 소재 산업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선택했다. 반도체 유리 기판 계열사 앱솔릭스엔 3000억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을 진행해 사업 자금으로 투입했다. 이번 SK엔펄스 합병도 포트폴리오 전환의 일환으로 투자 현금 확보와 더불어 사업 전환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SKC의 행보에 대해 시장은 의문을 던진다. 이차전지 소재 투자를 2년여 만에 철회한 데 이어 또 다시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반도체 소재 산업 진출이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선 자금 조달 결과가 SKC 포트폴리오 전환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SKC는 유리기판 생산 규모는 연산 1만2000㎡로, 6만㎡ 규모의 2공장 투자 등 대규모 시설투자를 앞두고 있다”라며 “SKC의 사업 전환 성공은 결과적으로 증설과 생산까지 필요한 재원 확보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