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원유 가격 안정에도 영업익·현금 동반 하락원유재고 등 운전자본 부담…원가율 높아 부담 여전향후 성장 예상되는 유가공 외 '기타'품목 생산력 위축
[IB토마토 이보현 기자] 매일유업이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현금창출력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최근 5년간 주요 제품군 가격을 인상했고 원유 가격도 안정세에 접어든 우호적 환경에서도, 여전히 원가·운전자본 부담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흰우유 소비 침체, 수입 우유 경쟁 심화 등 대내외 악재 속에서 회사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유가공 외 항목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생산력이 위축되고 있다.
매일유업 제품 '소화가 잘되는 우유' (사진=뉴시스)
가격 인상·원가 안정에도 현금창출력 둔화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매일유업 누적 매출액은 올해 3분기 1조388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1조3506억원)에 비해 2.8% 증가한 수치다. 이는 제품 가격 인상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올해 3분기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올해 3분기 시유(매일우유 엣지 900ml) 가격은 2013원으로, 지난해(1934원)에 비해 4.08% 올랐다. 이는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인 2.4%(통계청 자료 기준)를 웃도는 인상률이다.
가격 인상은 올해뿐 만에 일이 아니다. 매일유업의 주요 제품 가격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올랐다. 조제분유(앱솔루트 명작) 가격은 올해 3분기 1만7018원으로, 2021년(1만5191원)에 비해 12.03% 상승했고, 시유 가격은 올해 3분기 2013원으로 2021년(1657원)에 비해 21.48% 인상됐다.
가격 인상과 더불어 올해는 주요 원재료 가격도 안정됐다. 리터당 원유 가격은 2023년 1271.02원, 2024년 1343.90원, 올해 3분기 1356.34원을 기록했다. 2023년 대비 2024년 원유 가격은 5.73% 올랐지만, 2024년에 비해 올해 3분기는 0.93% 밖에 오르지 않았다.
가격 인상과 원가 안정이라는 우호적 환경에도, 매일유업의 현금창출력은 둔화되고 있다. 업체의 올해 3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과 영업이익은 모두 감소했다. 업체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5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539억원)에 비해 15.96% 줄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해 3분기 29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365억원) 대비 20.55% 감소한 수치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영업활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유입·유출된 현금이고,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원가와 판매관리비를 제외하고 영업활동을 통해 번 회계상의 금액이다. 두 항목이 동시에 감소하면 현금창출력이 약화됐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3분기 영업이익 감소는 원유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다. 잉여 원유 상황이 전년 대비 심화됨에 따라 백색우유 손실이 확대됐고, 원부자재 가격 및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해 원가부담이 증가해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전반적으로는) 흰우유 시장의 지속적 정체, 고정비 부담 확대, 포장재 등 기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및 운영비 증가 등이 영업이익이 감소한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운전자본 부담…'기타 품목' 생산능력도 하락
매일유업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감소에는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상승이 영향을 줬다. 매출원가는 올해 3분기(1조70억원)에 지난해 동기(9705억원) 대비 3.76% 늘었다. 업체 매출원가율은 72.53%로, 총매출의 과반을 차지해 한자릿수 원가상승률에도 손실이 컸다. 판관비는 지난해 3분기 3262억원에서 올해 동기 3361억원으로 3.03% 늘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 감소 배경에는 운전자본 부담이 작용했다. 업체의 올해 3분기 유동매출채권은 지난해말 1821억원에서 올해 3분기 1997억원으로 9.67% 증가했다. 재고자산은 올해 3분기 224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057억원) 대비 9.14% 늘었다. 재고자산 중에서는 원유가 많이 늘었다. 원유에 해당하는 ‘원재료’ 항목은 209억원에서 61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흰우유 소비가 줄고 있지만 원유 공급량은 그대로라 재고과잉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추측된다.
외상 매입 대금 지급도 늘어 현금흐름에 부담을 줬다. 회사가 원재료, 상품 등을 외상으로 사온 금액인 매입채무는 올해 3분기 1072억원으로 지난해(1149억원) 대비 6.7% 줄었다. 원유 수요 둔화 등 시장 상황이 침체되면 공급업체가 외상거래를 줄이고 현금 결제 비중을 높이거나, 대금 지급을 기존보다 짧은 기간 안에 요구할 수 있다.
현금창출력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대내외 악재가 겹치고 있다. 국내 흰우유 소비가 감소하는 것과 동시에 내년부터는 한·EU FTA에 따라 유럽산 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되서다. 이에 매일유업은 유가공 매출 비중을 줄이고 아몬드우유 등 기타 항목을 확대했다. 업체 유가공 품목 비율은 지난해 3분기 60.72%에서 올해 3분기 59.72%로 줄어들었지만, 기타 품목은 지난해 3분기 39.28%에서 올해 3분기 40.28%로 확대됐다.
수익구조 개편 전략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타 품목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5305억원에서 올해 3분기 5592억원으로 5.41% 증가했다. 유가공품목 매출액이 동기 8201억원에서 8292억원으로 1.11% 증가한 것에 비하면, 기타 품목은 향후 성장동력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기타 품목의 생산능력은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품목의 실제생산량(CAPA)은 지난해 3분기 2만9247EA에서 올해 3분기 2만8691EA를 기록했다. 평균가동률도 동기 58.46%에서 45.18%로 감소됐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속적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을 강화하고, 전사적인 비용절감 활동을 수행해 수익성 개선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