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만에 중도 해지 가능 시점 도래 직후 계약 해지 결정계약 체결 이후 3개월간 취득 전무…당초 계획 절반 매입취득 사유로 주주가치 제고 명시…반환 물량 처리 방식 관심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올해 초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명목 하에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약을 체결했던 한국
유나이티드제약(033270)이 6개월만에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사측은 돌려받게 될 잔여금 45억원가량을 실적 부진에 따라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는데, 보유 현금성 자산이 1000억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결정이었는지는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계약 체결 이후 3개월가량 매입이 이뤄지지 않았고, 당초 계획했던 매입 물량의 절반에 대한 취득만 이뤄진 상황에서 법적으로 계약 해지가 가능한 시점이 도래하자마자 계약을 해지하는 모습에 일각에선 회사의 자사주 매입 의지가 애당초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제 관심은 반환될 자사주의 처분 방식으로 쏠린다. 해당 자사주의 소각이 이뤄져야 회사가 내세웠던 주주가치 제고가 실현될 전망이다.
세종1공장 전경 (사진=한국유나이티드제약 홈페이지)
자사주 매입 결정 6개월 만에 신탁계약 해지…계획의 절반가량 매입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 25일 이사회에서 신한투자증권과 체결한 1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이는 앞서 지난 3월 21일에 최초 공시한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체결 결정의 중도 해지에 관한 사항이다.
당초 계약 기간은 3월 24일부터 내년 3월 23일까지였으며, 51만4403주를 매입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신탁계약해지 결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계약 체결 이후 6월까지 약 3개월간 취득 내역은 전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다 7월에 7억6500만원에 3만5840주를 취득했고 8월에는 37억원으로 18만885주를 취득하며 본격적인 매입이 시작되는 듯 했지만, 9월에는 다시 10억6300만원에 5만2909주를 취득하는 데 그쳤고 끝내 신탁 계약의 해지가 결정된 것이다. 이로써 총 취득 주식 수는 26만9634주, 취득 금액은 55억5000만원이다. 1주당 평균 취득가격은 2만589원이다.
유나이티드제약은 이번 계약 해지 후 신탁업자인 신한투자증권으로부터 반환받은 자사주를 회사의 증권계좌에 입고시켜 보유할 예정이다. 그 외 자사주 취득 후 잔여분은 경영실적 부진에 따라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측의 설명대로 유나이티드제약의 최근 경영실적이 다소 부진한 건 사실이다.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우상향 중이지만 당기순이익의 감소가 눈에 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25억원으로 전년 483억원 대비 32.7% 가량 줄었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기한 약가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으로 결과가 확정, 소송가액 및 이자금액 241억원을 지급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반기 누적 당기순이익도 138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67억원 규모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보유 현금성자산 1000억원 넘는데 운영자금 필요?
신탁 계약 해지로 인해 계약금액 100억원 가운데 차액 44억5000만원이 회사로 반환,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는 말인데 유나이티드제약의 보유 현금성 자산은 1000억원을 훌쩍 넘기고 있어 회사의 이번 결정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올해 6월 말 기준 회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22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은 1083억원이다.
또한 계약 체결 이후 3개월가량은 매입이 이뤄지지 않았고, 실제 매입 계획의 절반가량만 이행된 상황에서 신탁 계약의 중도 해지 가능일이 도래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계약을 해지하는 모습에 회사가 애당초 자사주 매입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자본시장법상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은 계약일로부터 6개월 경과 시 이사회 결의를 통해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
사측 설명에 따르면 신탁 계약 체결 이후 매입의 주체가 신한투자증권이 될 뿐 매입 여부의 의사결정권은 유나이티드제약 측에 있다. 유나이티드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계약 체결 이후 3개월간 매입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따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계속 시장 상황을 보면서 회사 결정에 따라 주문을 넣었다"면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의 경우 회사에 큰 이슈가 생겼을 때에 대한 대비 같은 거고, 실제로 운영에 쓰이는 비용을 거기(현금성 자산)에서 빼 쓰거나 그러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 주주들의 눈은 반환되는 자사주의 처분 방식으로 쏠린다. 앞서 회사는 지난 3월 자사주 매입 결정 공시 당시 주가안정과 주주가치제고를 명시한 바 있다. 주가의 경우 자사주 매입 이사회 결의 전일인 3월20일 종가가 1만9440원, 거래 해지 결정 결의 전일인 9월23일 종가가 1만9950원으로 주가 안정이란 목표는 달성한 모양새다.
남은 건 회사가 주주가치제고를 실현할 것인가 여부다.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감소하면서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더 나아가 취득한 자사주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소각을 단행하면 발행주식수가 줄어들면서 1주당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기업이 취득해서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재매각할 경우 유통 주식 물량이 복구된다. 주주 입장에선 사실상 신주 발행과 동일한 이슈다. 즉, 자사주 매입 물량이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주주환원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유나이티드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취득한 자사주는 소각이든 처분이든 일단 계속 내부 검토 중이긴 한데, 정해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