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반사이익을 누렸던 진단업계는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조정이 불가피했다. 2023년 5월 엔데믹 선포 이후 2년이 지난 현재, 업계는 점차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상반기 실적에서 상당수 기업이 외형 성장에 성공했지만 각자의 전략은 저마다 달랐다. 반면 회복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일부 기업은 여전히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지난 2년간 진단업계의 엔데믹 탈출기를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일부 기업들은 진단 외 분야에서 엔데믹 조정 탈출구를 찾았다. 바이오니아는 기존에 영위하고 있던 프로바이오틱스 사업부문의 외형성장으로 충격을 최소했으며, 휴마시스는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과 광물 사업부문 등 공격적인 신사업 추진 통해 매출 반등을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다만 진단분야 매출 회복세는 신통치가 않아 진단업 본연의 정체성은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바이오니아 및 휴마시스 홈페이지)
함께 몸집 불린 프로바이오틱스로 엔데믹 타격 최소화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바이오니아의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1622억원으로 전년 동기 1577억원 대비 2.85% 증가했다. 바이오니아는 생명과학 연구용 제품, 분자진단, 프로바이오틱스, RNA 간섭(RNAi) 기반 신약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바이오헬스케어기업이다. 주요 사업분야는 크게 분자진단 등 바이오 사업분야와 프로바이오틱스 사업분야로 나뉜다.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9년 363억원에서 2020년 2070억원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코로나로 회사의 핵산추출장비와 분자진단 검사 장비가 세계시장에 보급된데 기인했다. 당시 분자진단을 비롯한 바이오 사업분야 매출이 2019년 204억원에서 2020년 1576억원으로 약 673% 늘어나며 외형성장을 견인했다.
이에 바이오니아도 엔데믹에 따른 매출 조정을 면치 못했다. 팬데믹 특수 효과는 금방 빠지기 시작해 바이오 사업분야 매출은 2021년 1235억원에서 2022년 562억원으로 급감했으며, 2023년 403억원, 2024년 253억원 등 꾸준히 내리막을 걸었다.
그러나 바이오니아의 전체 매출은 2021년 2237억원에서 2022년 2184억원으로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고, 이듬해인 2023년 2632억원의 매출을 시현하며 외형성장을 이어갔다. 여기엔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에이스바이옴의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에이스바이옴은 체지방 감소 유산균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비에날씬(BNR17)'의 사업화에 성공했으며,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매출은 코로나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2019년부터 공시 분리됐다.
2019년 당시 158억원으로 출발한 해당 부문 매출은 2년만인 2021년 1000억원을 돌파한 뒤 상승가도를 달렸고, 지난해 2687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 반기에만 이미 151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전체 연결매출의 93%를 차지하고 있다. 즉 코로나 특수 시기부터 탄탄한 기반을 다져온 건기식 사업부문으로 엔데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방어, 타격이 미미했던 사례다.
공격적인 신사업 추진으로 활로 모색
또 다른 코로나 수혜주로 꼽히는 휴마시스 역시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이 150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 30억원 대비 400% 성장하는 성과를 냈다. 체외진단키트 등의 개발·제조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2022년 4713억원에서 2023년 138억원으로 꺾인 뒤 지난해 다시 254억원을 기록,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사업부문별로 살펴보면 현장진단(POCT) 부문 제품 및 상품 매출은 2022년 471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138억원으로 곤두박질쳤으며, 지난해 75억원을 거쳐 올해 반기 24억원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체 매출의 반등을 이끈 건 같은 해 6월 취득한 종속회사 빌리언스다. 빌리언스는 콘돔과 장갑 등 의료기기 제조 및 판매 사업부문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엔터 부문에서는 음반과 드라마, 영화 등 제품매출이 발생하며, 출연료 등의 용역 매출이 발생한다.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의 휴마시스의 연결로 잡힌 빌리언스의 매출은 총 180억원으로 의료기기 부문 매출이 54억원, 엔터 부문 매출이 126억원이다. 이는 휴마시스의 지난해 온기 연결매출의 71.27%를 차지하는 수치로 이미 휴마시스의 연간 매출을 뛰어 넘은 셈이었다. 올해 상반기도 의료기기 부문 매출이 52억원, 엔터 부문 매출이 7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3.91%를 차지하며 외형성장을 견인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휴마시스는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신규 목적사업의 승인을 획득하고 짐바브웨 현지 100% 자회사 '휴마시스 마인솔루션'을 설립, 광물생산업의 제조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관련 조직 및 인력구성은 완료했으며 개발을 진행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진다.
희미해지는 진단업체 정체성
이로써 바이오니아는 기존에 영위하던 건기식 사업에, 휴마시스는 엔터, 광물 등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엔데믹 조정을 극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두 회사 모두 진단 외 부문에서 활로를 모색했고, 실적 반등을 이끌어내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진단 관련 사업부문은 좀처럼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진단업체로서의 정체성은 희미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바이오니아는 분자진단 사업을 비롯해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고마진 사업인 분자진단 사업과 탈모완화 화장품 코스메르나의 본격적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하위 소득국가를 대상으로 분자진단 사업의 매출이 가시화될 전망이며, 지난해 기저효과를 통해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휴마시스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POCT 사업부문 주요 원재료인 항원 등의 자체 개발·생산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전문가용 HIV 등 기존 진단제품에 대한 성능 개선을 통해 개선된 제품에 대해서도 꾸준한 임상연구와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실적과 수치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휴마시스의 별도기준 연구개발비용 합계는 지난 2023년 41억원까지 몸집을 불렸으나 지난해 15억원으로 줄어들더니, 올해 반기 들어서는 2억원이 투입되는데 그쳤다.
휴마시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엔데믹 이후 시장 축소로 매출 감소하고 있고 이 부분은 진단사업 업계의 전반적인 사항"이라며 "신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나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 수가 감소해 임상진행의 속도가 매우 늦춰지고 있으며 신규 품목에 대해 개발 완성 단계에 이르러 이에 대한 임상시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