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vs 대한항공, 전자전기 패권 다툼…핵심은 장비 성능
전자전기 국산화 사업 두고 수주 사활
각 사 장점 내세워 수주 분위기 고조
각 사 역량 근소한 차이에 예측 불허
공개 2025-09-1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15일 11:2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국형 전자전기 체계개발 블록-I(기본형) 사업 수주를 두고 한국항공우주(047810)(이하 KAI)와 대한항공(003490)이 격돌한다. 본 사업은 1조8000억원에 달하고, 향후 자력으로 전자전기 체계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사업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체계통합 역량과 전자전 장비 기술력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 본다.
 
(사진=대한항공)
 
전자전기 사업 두고 격돌
  
15일 업계에 따르면 KAI와 대한항공은 한국형 전자전기(전자파를 이용해 적군 전자장비 등을 무력화시키는 군용 항공기) 체계개발 사업을 두고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KAI는 한화시스템과, 대한항공은 LIG넥스원과 손잡고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에 도전한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10월 중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체계개발이란 장비를 포함한 군수물자가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 소프트웨어(시스템) 등 제반 요소를 유기적으로 통합한 것을 의미한다.
 
본 사업은 정부가 체계개발 수행업체에 1조7775억원을 투자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사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KAI와 대한항공 모두 놓칠 수 없는 사업으로 꼽힌다. 특히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은 올해 상반기 49억원 흑자를 내며 연간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4년간 적자가 지속된 까닭에 적자 고리를 끊을 사업 동력 확보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전자전기 체계개발 역량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현재 자력으로 전자전기를 개발해 실전에 배치한 국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자력으로 전자전기 체계개발을 완수할 경우 향후 수출을 통해 사업 저변을 넓힐 수 있다.
 
각 사는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 수주를 위해 자신의 강점을 강조하고 있다. KAI는 항공기 체계통합 및 감항인증 역량을 내세운다. KAI는 과거 미국 보잉사와 협력해 피스아이(공중조기경보통제기) 2~4호기를 직접 인도한 바 있다. KAI는 당시 2~4호기에 탑재되는 전자장비 등 체계를 통합한 바 있다. 체계통합은 항공기에 전자전 장비 탑재 후 모든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게끔 최적화하는 작업이다. 과거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민항기 기체를 군용기로 개조한 후 체계통합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과 유사하다. 아울러 KAI는 다수의 군용기 제작 경험을 통해 획득한 감항인증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대한항공은 민항기 부품 제작 능력, 다수의 군용기 성능개량, 민항기 개조 능력 등을 강조한다. 대한항공은 다수의 민항기 및 군용기를 개조한 이력이 있으며, 특수기에 대한 운영 및 정비 노하우가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대한항공이 UH-60(블랙호크 헬기) 성능개량 사업 수주에 성공한 것도 대한항공의 군용기 개조 및 성능개량 역량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측은 <IB토마토>에 “대한항공은 지난 수십년간 다수의 민항기 개조, 해상초계기 등 군용기 개조 사업 수행을 통해 감항인증 경험을 쌓아 왔으며, 15인승급 이상 항공기 감항인증 획득 및 운영 경험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수주전 강점 막상막하
 
두 업체가 각자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수주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사업을 주관하는 방위사업청은 평가항목 등 입찰 세부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어떤 역량이 강조될지 알기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체계통합 역량과 전자전기 성능을 중요한 수주 역량으로 꼽고 있다. 무기체계가 점차 복잡화되고 장기간 운영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장비 간 오류 없는 연동성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하드웨어 중심의 국내 방산 전략도 점차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무게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이에 방위산업은 일반 산업과 달리 시스템 통합이라는 특성이 강조된다.
 
이번 수주전에 참가한 4곳의 업체 모두 방사청으로부터 항공유도 등 체계통합 방산업체로 지정돼 있어 정량적 자격은 갖춘 상태다. 참가 지원 요건은 모두 갖췄기 때문에 승부는 컨소시엄 구성원 사이의 시너지, 체계역량 극대화 가능성 등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자전 장비 성능도 주요 평가 요소로 꼽힌다. 한화시스템은 AESA(능동형위상배열레이더) 국산화에 성공한 전력이 있다. LIG넥스원은 자력으로 전자전 장비를 개발해오면서 기술력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술력 측면에서 각 사의 장비가 높게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 하나씩은 있다는 평가다.
 
KAI 측은 <IB토마토>에 “KAI는 최적화된 항공기 설계와 자체적인 체계통합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 고정익 및 회전익 등 국산 항공기 5개 기종 및 20여종의 파생형 체계개발 경험을 보유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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